김정은·푸틴 회담, 4년만에 처지 역전…목표도 장소도 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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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이후 러시아 입지 추락…北도 협상 돌파구 대신 군사협력 추구
장소도 '경협 후보지'에서 '로켓·위성기술 핵심' 우주기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13일 시작된 가운데 2019년 4월 둘의 첫 정상회담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큰 차이점은 4년 전과 비교해 180도 달라진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입지를 꼽을 수 있다.
4년 전에는 미국과의 핵 담판 실패 이후 국제사회의 고립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김 위원장이 절박했었다면, 이번에는 처지가 바뀌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족한 물자를 지원받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절박함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실패의 충격으로 휘청거렸으며 외교적 생명줄을 찾고 있었다"며 4년이 지난 지금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참패를 모면하려는 심산으로 김정은에게서 외교적·군사적 생명줄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맞물려 회담 의제에서도 큰 차이가 감지된다.
4년 전에는 난관에 봉착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양국의 외교적 공조 방안이 주된 의제였으나, 이번에는 무기 거래와 군사적 협력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들어가기 직전 김 위원장과 군사기술 협력 등 모든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배석자들의 면면도 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확대 정상회담의 북측 배석자는 당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2명뿐이었지만, 김정은의 이번 러시아 방문의 북한 측 수행원에는 최선희 외무상 외에도 군 서열 1∼2위를 비롯해 무기 거래 관련 주요 보직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구체적인 회담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북한에서 재래식 포탄과 대전차 유도 미사일 등을 제공받는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이 부분을 크게 우려하면서 추가 제재 등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탄약 등 재래식 무기 거래의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연이어 실패한 뒤 오는 10월 3차 발사 시도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황으로 관련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
또 김 위원장이 최근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잠수함을 공개하며 핵추진 잠수함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 도입에도 공을 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점에서 4년 전과 달라진 회담 장소도 상징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
4년 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올해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진행됐다.
이번에는 예상을 깨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천500㎞ 정도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북한이 탐내는 러시아의 로켓·위성 기술을 상징하는 곳으로 우주기술 중심의 양국 군사 협력 의지를 대외에 각인시키는 상징적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회담은 우주기지 내 안가라 로켓이 조립 중인 발사체 설치·시험동에서 약 2시간여 동안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라며 이것이 우주기지에서 회담하는 이유라고 말해 첨단기술 이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4년 전과 비교해 북한의 핵 고도화 능력과 신냉전 구도가 선명해진 한반도 정세 등도 달라진 점으로 꼽을 수 있다.
2019년에는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은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이를 완전히 거부하며 '마이웨이'식 핵 개발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장 폐기·핵실험·ICBM 시험발사 중단 선언(모라토리엄)을 4년 4개월 만에 파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10차례 이상 발사하는가 하면 핵무력 법제화 등을 통해 남측을 겨냥한 핵 위협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신냉전 구도가 선명해진 것도 4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으로 꼽힌다.
최근 1∼2년 사이 북한은 동북아에서 형성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에 적극적으로 편승해 도발을 계속하면서 자신들의 핵·미사일이 중국·러시아에 외교적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 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문제를 미·러 관계에 대한 '카드'로 사용하는 태도를 보여왔으며, 중국 역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안보리의 추가 제재 논의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신들이 찬성해 이미 통과된 대북 제재를 대놓고 흔들겠다는 의도까지 보이고 나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번에 공식 수행원에 포함된 것과 회담 후 기자회견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예고된 것 등도 4년 전과의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한편 4년 전과의 회담과 비슷한 점도 찾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대규모 수행원들을 이끌고 전용열차 편으로 수천킬로미터를 달려 러시아 땅을 밟은 것이나, 확대 정상회담, 일대일 단독 정상회담, 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는 점은 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장소도 '경협 후보지'에서 '로켓·위성기술 핵심' 우주기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13일 시작된 가운데 2019년 4월 둘의 첫 정상회담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큰 차이점은 4년 전과 비교해 180도 달라진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입지를 꼽을 수 있다.
4년 전에는 미국과의 핵 담판 실패 이후 국제사회의 고립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김 위원장이 절박했었다면, 이번에는 처지가 바뀌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족한 물자를 지원받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절박함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실패의 충격으로 휘청거렸으며 외교적 생명줄을 찾고 있었다"며 4년이 지난 지금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참패를 모면하려는 심산으로 김정은에게서 외교적·군사적 생명줄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맞물려 회담 의제에서도 큰 차이가 감지된다.
4년 전에는 난관에 봉착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양국의 외교적 공조 방안이 주된 의제였으나, 이번에는 무기 거래와 군사적 협력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들어가기 직전 김 위원장과 군사기술 협력 등 모든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배석자들의 면면도 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확대 정상회담의 북측 배석자는 당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2명뿐이었지만, 김정은의 이번 러시아 방문의 북한 측 수행원에는 최선희 외무상 외에도 군 서열 1∼2위를 비롯해 무기 거래 관련 주요 보직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구체적인 회담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북한에서 재래식 포탄과 대전차 유도 미사일 등을 제공받는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이 부분을 크게 우려하면서 추가 제재 등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탄약 등 재래식 무기 거래의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연이어 실패한 뒤 오는 10월 3차 발사 시도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황으로 관련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
또 김 위원장이 최근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잠수함을 공개하며 핵추진 잠수함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 도입에도 공을 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점에서 4년 전과 달라진 회담 장소도 상징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
4년 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올해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진행됐다.
이번에는 예상을 깨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천500㎞ 정도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북한이 탐내는 러시아의 로켓·위성 기술을 상징하는 곳으로 우주기술 중심의 양국 군사 협력 의지를 대외에 각인시키는 상징적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회담은 우주기지 내 안가라 로켓이 조립 중인 발사체 설치·시험동에서 약 2시간여 동안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라며 이것이 우주기지에서 회담하는 이유라고 말해 첨단기술 이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4년 전과 비교해 북한의 핵 고도화 능력과 신냉전 구도가 선명해진 한반도 정세 등도 달라진 점으로 꼽을 수 있다.
2019년에는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은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이를 완전히 거부하며 '마이웨이'식 핵 개발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장 폐기·핵실험·ICBM 시험발사 중단 선언(모라토리엄)을 4년 4개월 만에 파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10차례 이상 발사하는가 하면 핵무력 법제화 등을 통해 남측을 겨냥한 핵 위협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신냉전 구도가 선명해진 것도 4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으로 꼽힌다.
최근 1∼2년 사이 북한은 동북아에서 형성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에 적극적으로 편승해 도발을 계속하면서 자신들의 핵·미사일이 중국·러시아에 외교적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 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문제를 미·러 관계에 대한 '카드'로 사용하는 태도를 보여왔으며, 중국 역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안보리의 추가 제재 논의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신들이 찬성해 이미 통과된 대북 제재를 대놓고 흔들겠다는 의도까지 보이고 나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번에 공식 수행원에 포함된 것과 회담 후 기자회견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예고된 것 등도 4년 전과의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한편 4년 전과의 회담과 비슷한 점도 찾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대규모 수행원들을 이끌고 전용열차 편으로 수천킬로미터를 달려 러시아 땅을 밟은 것이나, 확대 정상회담, 일대일 단독 정상회담, 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는 점은 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