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주재한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AI) 도약 회의’에서 미래 국가 경쟁력 비전으로 AI 육성 의지를 천명해 주목된다. 초거대 AI는 전기, 철도, 인터넷과 같은 미래 인프라 기술이다. 윤 대통령의 지적대로 반도체,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비롯해 전후방 산업에 막대한 파급력을 끼친다. AI를 기업 생산 현장에만 적용해도 한국의 잠재적 생산역량이 4763억달러(약 620조원)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국방 등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준다. AI 패권 경쟁이 각국 기업을 넘어 국가대항전 양상으로 확대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챗GPT와 구글 바드 등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는 우려스럽다. 바드는 영어 외에 첫 번째 서비스 대상 외국어로 한국어를 택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애플 운영 시스템용 챗GPT 앱 1차 출시국에 한국을 포함했다. “한국어는 영어와 매우 다른 데다 한국은 서구권에 비해 모바일이 훨씬 발전했다”(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설명이 따랐다. 하지만 시장은 작아도 포털 시대에 자국 플랫폼을 지켜낸 거의 유일한 나라인 한국부터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러다간 인터넷 시대에 어렵게 지켜낸 ‘포털 주권’을 AI 시대에선 내줘야 할지 모른다. “AI는 승자 독식 특성이 큰 기술로 AI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과제”라는 윤 대통령의 인식은 적확하다.

관건은 생태계 구축이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형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정부 지원은 마중물일 뿐 궁극적으로는 민간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이 우리 초거대 AI 경쟁을 좌우한다”고 했는데 옳은 방향이다.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혁파하고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정부 몫이다. 국내 AI 분야의 연구개발(R&D) 고급인력은 2027년까지 1만2800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AI 관련 윤리 규범과 규제 정립의 필요성을 밝히고 조만간 ‘디지털 권리장전’을 내놓기로 한 것도 환영할 만하다. 다만 규제보다 지원이 시급한 만큼 시장을 누르는 과도한 개입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이 AI 주권의 향방을 가를 골든타임이다.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때다. 어제 AI 도약 회의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