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직원 대상 난임 시술비(회당 100만원) 무제한 지원 등을 담은 저출산 대책을 지난 12일 마련했다. 지난달 현대차 노사가 저출산·육아 지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직원 대상 난임 시술비(회당 100만원) 무제한 지원 등을 담은 저출산 대책을 지난 12일 마련했다. 지난달 현대차 노사가 저출산·육아 지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난임 시술비를 회당 100만원씩,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하는 등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뛰어넘는 지원책이다. 현대차 등 기업들이 직접 나서면서 추락하는 합계출산율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신·출산·육아 지원책 망라


"난임 시술 무제한 지원"…현대차, 출산 장려 팔 걷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2023년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저출산 대책 관련 특별합의서’를 채택했다. 사회적 난제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의 임신, 출산, 육아 등 생애주기별 지원 방안을 담았다.

임신 지원을 위해 난임 휴가를 기존 유급 3일에서 5일로 늘렸다. 난임 시술비는 회당 실비 100만원을 무제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도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출산 지원책은 출산 축하금 확대, ‘엄마, 아빠 바우처’ 신설 등이 눈에 띈다. 기존 100만원이던 출산 축하금은 첫째 출산 때 300만원, 둘째 400만원, 셋째 이상 500만원으로 늘렸다. 회사 바우처 몰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는 첫째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이상 1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육아 지원책에는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담았다. 만 4세부터 5세까지 2년간 월 10만원씩 총 24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만 5세 때만 총 80만원을 지급했다. 자녀의 첫 등교를 축하하기 위해 만 6세가 되는 해에 첫째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이상 150만원의 바우처를 추가 지급한다.

육아 휴직 제도도 개선했다. 기존에는 육아 휴직 또는 단축 근로를 합쳐 2년까지 사용할 수 있었지만 여기에 단축 근로를 1년 더 지원하기로 했다. 단축 근로에 따른 임금 하락분을 보전하기 위해 보조금을 월 최대 40만원 지원하는 방안도 담았다. 기존에는 월 최대 20만원이었다.

현대차는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도록 육아 휴직 활성화, 직장 어린이집 확대 운영 방안 등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해 계속해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 문화’ 사라진 현대차


남성 위주의 군대 문화로 유명했던 현대차는 육아 관련 지원을 강화하기에 앞서 이미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성 육아 휴직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육아 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은 2020년 171명에서 지난해 285명으로, 2년간 114명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여성 육아 휴직자(234명)보다 51명 많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 직원의 육아 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변신하면서 여성 임직원도 크게 늘고 있다. 여성 임직원은 2020년 1만412명에서 지난해 1만2215명으로 증가했고 전체 임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8.6%에서 9.6%로 늘었다. 상품본부 등 수익 창출 부서나 연구개발본부 등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 임직원이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현대차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뛰는 기업이 늘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300명까지 돌볼 수 있는 사내 어린이집 문을 열었다. 오후 10시까지 운영해 직원들이 자녀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신기 단축 근로(1일 2시간)를 적용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렸다. 근로기준법은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상인 여성 근로자가 단축 근로를 신청할 수 있게 했지만 삼성전자는 ‘임신 전 기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기업들이 직접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배성수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