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진 北核 위협…김정은·푸틴, 안보리 체제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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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만난 북·러 정상
金 "반제국 전선에 함께 있겠다"
푸틴 "北 위성 개발 도울 것"
北이 재래식 포탄 등 무기 넘기면
러가 미사일·핵잠 기술 제공할 듯
金 "반제국 전선에 함께 있겠다"
푸틴 "北 위성 개발 도울 것"
北이 재래식 포탄 등 무기 넘기면
러가 미사일·핵잠 기술 제공할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시설을 직접 소개하며 군사협력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양국 정상회담 장소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니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잡은 것도 북한이 두 번이나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과 관련된 기술 협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5대 국방과업’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핵잠수함 건조와 군사정찰위성 개발 등에 러시아가 도움을 준다면 북핵 위협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일탈로 세계 2차대전 이후 구축된 안보리 차원의 핵 비확산 체제 자체가 마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김정은과 함께 걸으며 기지 내 시설을 소개했다. 김정은은 “첫 우주 정복자들을 낳은 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라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CNN에 따르면 김정은은 로켓 단지를 시찰하며 “이 우주항에서 발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로켓의 추력은 얼마나 되나” 등 상세한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러시아 매체 인테르팍스는 김정은이 로켓 연료의 특성과 발사체 추진 원리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고, 수첩에 짧은 메모를 남기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회담 전 첫머리 발언에서 “지금도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며 “러시아는 러시아에 반대하는 패권 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주권 국가를 건설하는 데 항상 함께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 경제협력과 한반도 정세, 인도적 사안에 대해 회담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공식 만찬도 했다. 합의문과 기자회견은 없었다. 김정은은 만찬장에서 “러시아군과 국민이 악(惡)에 맞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의 우호 강화와 북·러 주민의 안녕을 위해”라며 건배 제의를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그동안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카메라 기술이 떨어져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기술을 준다면 다르다”고 평가했다.
외교가에서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규범이 무너지면 권위주의 국가에서 불법 무기 개발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 첨단기술이 넘어가면 한·러 관계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선을 그어온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핵심 기술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기술이 넘어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되면 한국도 (자위권과 관련해)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기습 발사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종료 후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전했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1170㎞가량 떨어져 있으며, 전투기와 군함 등의 생산시설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역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진규/김동현 기자 maeng@hankyung.com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5대 국방과업’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핵잠수함 건조와 군사정찰위성 개발 등에 러시아가 도움을 준다면 북핵 위협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일탈로 세계 2차대전 이후 구축된 안보리 차원의 핵 비확산 체제 자체가 마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주기술 ‘열공’한 김정은
이날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내 소유스-2 우주 로켓 단지 기술 사무소 1층 회의실에서 양국 대표단이 배석한 가운데 1시간 이상 회담했다.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2019년 첫 만남 후 4년5개월 만이다. 정상회담에서 보통 1시간여 늦게 도착하곤 해 ‘지각대장’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보다 약 30분 먼저 도착해 그를 맞았다.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김정은과 함께 걸으며 기지 내 시설을 소개했다. 김정은은 “첫 우주 정복자들을 낳은 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라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CNN에 따르면 김정은은 로켓 단지를 시찰하며 “이 우주항에서 발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로켓의 추력은 얼마나 되나” 등 상세한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러시아 매체 인테르팍스는 김정은이 로켓 연료의 특성과 발사체 추진 원리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고, 수첩에 짧은 메모를 남기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회담 전 첫머리 발언에서 “지금도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며 “러시아는 러시아에 반대하는 패권 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주권 국가를 건설하는 데 항상 함께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 경제협력과 한반도 정세, 인도적 사안에 대해 회담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공식 만찬도 했다. 합의문과 기자회견은 없었다. 김정은은 만찬장에서 “러시아군과 국민이 악(惡)에 맞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의 우호 강화와 북·러 주민의 안녕을 위해”라며 건배 제의를 했다.
○북핵 위협 커질 듯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포탄을 받는 대가로 전략기술을 북한에 넘겨주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김정은의 ‘5대 국방과업’ 중 남은 과제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 및 정찰위성 개발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그동안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카메라 기술이 떨어져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기술을 준다면 다르다”고 평가했다.
외교가에서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규범이 무너지면 권위주의 국가에서 불법 무기 개발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 첨단기술이 넘어가면 한·러 관계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선을 그어온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핵심 기술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기술이 넘어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되면 한국도 (자위권과 관련해)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기습 발사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종료 후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전했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1170㎞가량 떨어져 있으며, 전투기와 군함 등의 생산시설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역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진규/김동현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