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늦게 가는 터널로 들어간 친구, 다시 볼 수 있을까
멀리 바다가 보이는 일본 한 시골 마을의 한적한 기차역 플랫폼. 도오노 가오루가 도쿄에서 전학 온 여학생 하나시로 안즈를 처음 만나고 서로 마음을 터놓은 곳이다. 둘이 함께 앉아 있으면 열차가 사슴과 충돌해 도착이 30~40분가량 지연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기 일쑤다.

14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사진) 원작은 하치모쿠 메이가 쓴 동명의 경소설(하이틴 소설)이다. 안팎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터널을 소재로 남녀 학생의 가슴 설레는 감정을 그린 러브 코미디다. “뭐든 가질 수 있는 터널 얘기 들어봤어? 터널 안 신사 입구 기둥을 지나가면 원하던 걸 가질 수 있대. 하지만 그 대신 100살이나 더 먹는대. 그 터널 이름은…우라시마 터널.”

어느 날 밤 가오루는 우연히 우라시마 터널을 발견하고 안즈에게 그 사실을 들킨다. 안즈는 말한다. “가오루, 나와 손잡지 않을래? 나도 원하는 게 있어. 너도 있겠지? 목적이 같다면 함께 터널을 조사해보는 게 여러모로 좋잖아.” 두 사람은 협력 관계를 맺고 함께 터널을 조사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둘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깊이 간직하고 있던 가족의 일들을 얘기하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신사 입구 기둥을 기점으로 터널 안 1초가 바깥세상에선 약 40분, 10초가 약 6시간 반, 108초가 꼬박 사흘이란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 터널 안에 들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지금의 세상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가오루는 안즈가 터널 안에서 원하는 것을 이미 갖추고 있고, 얻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홀로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가오루가 터널로 들어간 지 8년 후. 만화가로 성공했지만 슬럼프를 겪고 있는 안즈는 둘이 처음 만난 그 기차역 플랫폼에서 문자 하나를 뒤늦게 읽게 된다. 즉시 우라시마 터널로 달려가는 안즈.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드라마는 가오루와 안즈의 소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족 관계 묘사 등에서 세밀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두 주인공의 애틋한 사연과 풋풋한 러브 스토리에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스크린에 펼쳐놓은 아름다운 그림은 드라마의 허점을 만회한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