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교섭이 결렬되면서 철도노조가 어제부터 나흘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4년 만의 파업 여파로 여객 열차는 평시 대비 약 60~70%, 화물 열차는 20%대 수준으로 감축 운행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 3차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해 추석 연휴 이용객 불편과 물류 차질이 우려된다.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운행 등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시행,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핵심 주장인 KTX와 SRT(수서고속철도)의 통합 운행부터 억지스럽다. 현재 에스알(SR)은 수서에서 출발하는 SRT를, 코레일은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노조가 수서~부산 KTX 운행을 요구하는 명분은 주중 경부선 SRT 감축 운행으로 인한 승객 불편을 꼽지만, 민영화 반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KTX와 SRT 분리 운영이 철도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철도 민영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고, 현 경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마당이다. 그런데도 민영화 반대를 내걸고 파업을 벌이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레일과 SR 통합 여부도 국가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 노조가 끼어들 사안이 아니다. 공공성을 내세우지만, SRT와의 경쟁을 피하겠다는 속셈임을 모르지 않는다. 7년 전 출범한 SRT는 KTX보다 싼 요금과 ‘앱으로 승무원 호출’ 등 앞선 서비스로 KTX를 긴장시키며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게 진정한 공공성이다. 이제 와서 경쟁 체제를 없애고 독점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철밥통 지키기일 뿐이다.

노조는 국민의 발과 경제를 볼모로 한 파업을 당장 철회하고, 정부는 수송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정부가 파업 이후 철도 유지·부문을 분리하고 사측의 방어권을 무력화하는 노조 편향적 단협을 손보는 등 미뤄온 개혁에 칼을 빼 든다고 하는데, 차질 없이 추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