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의 산업경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혼란스러움을 많이 경험한다. 2017년 중국의 한한령 이전과 이후로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바뀐 데다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또 한 번 달라져서다.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 북·중 혈맹 간 정상회담 등을 접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대중의 시각이 더 부정적·감정적으로 변한 것을 느낀다. 여전히 중국은 교역 규모가 큰 중요한 경제 파트너지만, 경제·안보 측면에서는 미국 중심의 질서를 따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우리에게도 합리적인 것이 사실이다.

팬데믹 이후에도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회복이 더딘 상태다. 올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6%를 기록했지만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당수 글로벌 기업도 중국 사업을 접고 있다. 애플은 맥북 제조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겼고, 애플 휴대폰 제조를 담당하던 폭스콘은 인도로 옮기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인구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처음으로 85만 명 정도 감소(2022년)한 것으로 기록되면서 ‘피크 차이나’라는 용어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 중국의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나 리먼브러더스 사태만큼 심각한 수준인가? 중국 정부가 현 상황을 극복하기에 벅차 보이는가? 이대로 중국 경제가 향후 성장 둔화를 겪다가 모라토리엄 상황에 놓일 것인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은 “전혀 아니다”다. 중국은 지금 중요한 시기다. 시진핑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조 강국으로 전환하고 ‘중국제조 2025’와 ‘일대일로’라는 정책 슬로건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이 상승하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 규모가 1만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이즈음부터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시작됐다. 지금의 중국은 예전의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중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14억 인구를 지닌 거대 국가다. 전 세계 총생산의 17% 이상을 담당하는 영향력을 지녔다.

최근 중국 내외부 경제 환경의 변화는 개도국이 중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구조조정기에 직면하는 문제로 볼 여지가 많다. 부동산과 증권의 거품이 빠지고, 내수경제가 위축되면서 실업률과 부채가 증가하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비효율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견제가 심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빠른 경제성장에 따른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 규모가 1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1994년이다. 1996년에는 1만3403달러로 급신장했으나 그 이듬해 우리는 외환위기를 맞았다. 물론 1997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1998년부터 다시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위기를 계기로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면서 빠르게 세계 경제에 편입하게 됐고 해외직접투자도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의 성장도 외환위기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우리는 중국의 변화를 어떻게 읽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대중 수출이 회복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성숙한 중국을 맞이해야 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있었던 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3468달러였다. ‘메이드 인 코리아’면 무엇이든 팔리던 시기였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만2720달러. 자동차, 가전, 휴대폰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산 대체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의 중국은 15년 전과는 매우 다르다. 지금의 구조조정기를 거치면서 중국 경제시스템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고, 수요공급 중심 시장경제시스템 도입이 심화하며 기술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산업협력 및 교역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고 우리에게는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는 나라다. 과거 2000년 동안 그랬듯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성장해야 할 이웃국이다. 서로 존중하지 않으면서 산업협력과 교역을 할 수 없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리의 이웃으로 인정하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협력을 기반으로 상호 이익을 공유하는 성숙한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