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건전재정 기조로 돌아서면서 국고채 순발행을 대거 축소하는 등 지출을 줄이고 있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무분별한 확장재정 여파로 막대한 빚이 쌓인 데 따른 것이다.

文 펑펑 썼더니, 尹 허리띠 졸라매도…나랏빚 1100조 '눈덩이'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한 달 전보다 14조5000억원 증가한 109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대비 64조4000억원 늘어나며 정부의 올해 말 전망치(1101조7000억원)에 근접했다. 정부는 향후 국고채 상환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연말 국가채무는 전망치와 비슷할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순발행하는 국고채는 61조5000억원 규모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120조6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내년 순발행 규모는 50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더 줄어든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때 발행한 막대한 국고채 영향으로 국가채무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불과 2년 동안 235조9000억원어치의 국고채를 순발행했다. 국고채 이자 비용도 코로나19 사태 직전 해인 2019년 16조7000억원에서 올해 24조8000억원에 이어 내년 28조4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당초 예상보다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나라살림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월 말 기준 37조9000억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67조9000억원 적자였다. 한 달 전보다 적자 규모가 15조원 감소했지만 여전히 정부가 예상한 올해 연간 적자 전망치(58조2000억원)를 웃돌았다.

올해 1~7월 정부 총지출은 39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조1000억원 줄었다. 코로나19 대응 사업과 소상공인 손실 보상이 종료되면서 지출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부 총수입도 353조40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40조7000억원 줄었다. 국세 수입이 217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조4000억원 감소한 영향이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 감소 폭이 가장 컸다. 1~7월 걷힌 법인세는 48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조1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기업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경기 침체 여파로 당초 예상 대비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나라살림 적자가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수 결손 규모가 6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는 다음주 초 올해 세수 재추계 규모 및 세수 보전을 위한 후속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환율 안정에 사용되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최대 20조원의 자금을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