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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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등 주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지난해 11년만에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10회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이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4.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4.0%와 연 4.75%로 0.25%포인트씩 올렸다고 밝혔다. 수신금리는 1999년 출범한 유로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상을 단행했던 2001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14개월 전 이번 긴축 사이클이 시작하기 전에는 -0.5%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이날 결정 직후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0.24% 하락했다. 2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0.04%포인트 떨어진 연 3.13%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회 연속 긴축(금리 인상)은 ECB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내린 '칼날 같은' 결정"이라며 "ECB가 끈적한 고(高)물가를 확실히 낮추기 위해 금리를 사상 최고치로 올렸지만, 유로존 성장세가 흔들리면서 긴축 사이클이 거의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ECB는 작년 7월부터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금융시장에선 최근까지 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이틀 전 ECB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목표치(2%)보다 높은 3% 이상으로 발표할 것이란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오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ECB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5.6%, 내년 3.2%로 올렸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내후년인 2025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로 낮췄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치는 올해 5.1%, 내년 2.9%, 내후년 2.2%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올해 0.7%, 내년 1.0%에 이어 내후년엔 1.5%로 기존 관측보다 낮췄다. 긴축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세계 무역 환경이 약화한 데 따른 하향 조정이라고 ECB는 설명했다.

ECB가 이날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도 추후 동결 신호를 보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ECB는 보도자료에서 "기준금리가 지금 수준에서 충분히 오랜 기간 유지되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로 적시에 돌아가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미국 투자운용사 T.로웨프라이스의 토마스 비엘라덱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매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표현"이라며 "ECB 위원들은 지금부터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