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울산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울산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과 LS MnM, 영풍 등 국내 주요 비철금속 기업들이 ‘녹색 제련소’ 만들기에 공들이고 있다. 제련소는 그동안 제조공정상 환경파괴가 불가피해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딴판이 되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하며 제련 기업도 친환경 시스템을 하나둘 갖춰나가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공급망 ‘밑단’인 광물까지 친환경 기준에 맞춰 생산했는지 규제하는 환경 평가에 대응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고려아연, LS MnM, 영풍 등 국내 3대 비철금속 기업은 모두 지난해 온실가스배출량(스코프 1·2 기준)을 전년보다 줄였다. 영풍이 1년 새 10.7%로 가장 많이 줄였고, 고려아연은 2.9%, LS MnM은 0.9%를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세 기업 모두 매출이 전년보다 늘어났음에도 친환경 설비를 갖춘 덕분에 탄소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제련소는 제련하는 금속 규모가 늘어날수록 환경을 더 파괴한다는 통념을 깬 추세라는 평가다.

 ‘재생연료 확대’ 탈탄소 나선 비철금속 3사


비철금속 기업은 동 또는 아연정광(불순물을 1차 제거한 광석)을 들여와 국내에서 제련 과정을 거친다. 이 정광엔 아연 또는 동 외에 황·카드뮴 등 중금속과 금·은 등 다양한 광물이 포함됐다. 통상 중금속이 방출되며 환경을 오염시킨다. 폐수에 따른 수질오염 문제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존 원료인 정광 대신 2차 원료 사용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제철 공정 중 나오는 제강 분진을 포함해 잔사, 슬래그 등 제련 공정에서 나오는 스크랩(폐기물)을 다시 활용하면 정광을 덜 쓰게 돼 그만큼 환경파괴를 줄일 수 있다.

순환경제 구현하는 제련소

고려아연은 아연 및 연 정광 사용량을 2021년 160만2571톤에서 지난해 155만8662톤으로 2.7% 줄였다. 회사는 연 13만 톤의 제강 분진을 원료로 재활용해 매립하는 폐기물량을 줄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연 10만 톤의 인쇄회로기판(PCB), 전자제품 폐기물 등을 재활용하는 역량도 갖출 것”이라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슬래그 등 부산물은 시멘트업체에 판매하는 등 재활용률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LS MnM도 재생 원료 투입량을 2021년 39만 톤에서 지난해 41만7000톤으로 늘렸다. 이 회사도 전자제품 폐기물 등을 회수해 금속을 추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자 폐기물 이용을 늘리기 위해 연구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며 “특정한 조건에서 전자 폐기물로부터 금속 채취가 더 쉬워진다는 점을 확인해 관련 설비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을 낮춰가는 점도 눈에 띈다. 영풍은 2021년 5월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에 폐수 재이용 시설을 설치했다. 지난 4월 2차 증설까지 총 463억원을 투자했다. 2018년 폐수 배출로 인해 대법원 소송까지 간 끝에 패소해 조업을 멈추는 등 사고가 잇따라서다. 회사 관계자는 “조업 중지를 계기로 재도약하기 위한 기회를 마련했다”며 “세계 제련소 중 100% 폐수를 재활용하는 곳은 석포제련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풍은 제련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정수 처리한 후 100℃ 이상 고온으로 끓여 수증기를 포집한다. 이렇게 회수한 물을 공정에 재사용한다.

스마트 제련소로 탈바꿈

비철금속 기업들이 기존 설비를 ‘녹색 제련소’로 탈바꿈하기 위해 디지털전환(DX) 기반으로 스마트 제련소 기술을 갖춰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굴뚝 원격 감시 시스템’ 11기를 설치했다. 황산화물(SOx) 측정기 8기도 새로 추가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대기오염 배출량을 2016년 대비 21% 줄였고, 내년에는 지난해보다 19% 더 감축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대기 방지 시설을 계속 늘려가며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및 배출 농도를 개선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해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LS MnM은 온산제련소에 스마트팩토리 공정을 도입하는 온산 디지털 스멜터(DO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250억원가량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환경 분야에 투자했다. 대표적 기술은 자율 제어다. 제련 공정 중 가스포집, 최신 측정 장비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여기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부분에 투자해야 탄소를 줄일 수 있을지 파악한다. LS MnM은 빅데이터 기반의 환경 사전 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환경관리 업무 기준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프로세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국내 비철금속 기업 중에선 고려아연의 탄소중립 로드맵이 가장 눈에 띈다. 사업 체질을 확 바꿔 탄소배출 기업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2050년 탄소배출(스코프 1+2 기준)을 2020년 대비 100% 감축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2020년 대비 25%, 2040년에는 60% 줄이겠다는 목표다.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하기 위한 시설을 갖췄다. 2018년 150MWh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온산제련소 인근에 마련했다.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인 SMC를 통해 확보한 풍부한 신재생에너지를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SMC는 124MW의 태양광발전 규모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그린 수소 생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호주 정부의 그린 수소 생산 실증 사업에 따라 그린 수소 생산설비를 현지에 건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 140톤의 그린 수소 생산 및 활용을 실증할 계획이다. 또 그린 수소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2022년 한국·호주 기업, 호주 항만공사 등 민관 협의체와 함께 한국·호주 H2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여기서 생산한 그린 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해 국내외로 운송하겠다는 목표다. 국내로 들여온 암모니아는 다시 수소로 분해해 다양한 산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김형규 한국경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