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서 다른 개발도상국 시장으로 투자를 옮기고 있다. 중국에서 탈출한 자본은 대부분 인도로 들어가고 있으며 멕시코,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13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보도한 민간 연구기관인 로듐그룹의 보고서에 나타난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중국이 글로벌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중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 경제 회복 및 정치 상황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인도에 대한 미국과 유럽 기업의 투자는 2022년말 기준 전년대비 약 650억 달러(400%) 증가한 반면, 중국에 대한 투자는 2018년 최고치인 1,200억 달러에서 지난해 200억 달러 미만으로 감소했다.

연구 기관은 "투자 다각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기 때문에 "선진 경제가 '위험 제거' 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1980년대 후반에 낮은 생산 비용과 대규모 중산층 성장에 대한 전망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들이 지출 여력이 줄고, 생산원가도 오르는 가운데 미중간 지정학적 갈등으로 투자 대상 지역으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

보고서는 서방 기업들이 조립품과 반도체 등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상품 소싱에 대한 완충 옵션을 확보하는데 대한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 시장에 대한 신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외국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 이들 시장도 중국 거대 기업과의 무역 및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다각화를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노출이 급격히 감소되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을 벗어나는 다각화가 가속화되더라도 전 세계 수출, 제조 및 공급망에서 중국의 전체 점유율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