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대방 피의자 신문 조서라도 개인정보 제외하고 공개"
성폭행범으로 몰릴 뻔한 남성…경찰 상대 정보공개청구 승소
억울하게 성폭행범으로 몰린 뻔한 남성이 자신을 고소한 이들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사건의 수사 기록을 보여달라고 경찰에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2부(소병진 부장판사)는 A씨가 인천 계양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8월 계양서장이 A씨에게 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1월 A씨는 과거 자신을 강간 등 혐의로 고소한 B씨와 C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을 했고, 누명을 벗자 자신을 고소한 이들을 상대로 맞고소를 한 것이다.

그는 2개월 뒤 자신이 고소한 무고 사건을 경찰이 검찰로 넘기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하자 수사 기록을 보여달라며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러나 계양서는 B씨와 C씨의 개인정보를 제외한 수사 결과 보고서 등은 공개하면서도 A씨가 별도로 요구한 피의자 신문 조서는 공개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

재차 정보공개 청구를 했으나 거부당한 A씨는 이의신청을 했고, 경찰이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또 기각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경찰 정보공개 심의위는 "B씨와 C씨의 피의자 신문 조서는 사생활이나 성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비공개 대상"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소송에서 "피고소인들 등의 사생활이나 성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원고와 관련이 있다"며 "(피의자 신문 조서는) 원고의 권리구제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와 관련 없는 정보는 삭제하고 공개할 수도 있다"며 "원고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다른 고소 사건의 수사서류 일체를 개인정보 삭제 후 공개한 서울서부지검과 비교하면 계양서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법원도 고소 사건에서 상대방의 피의자 신문 조서라도 개인정보를 삭제한 뒤 고소인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요구한) 피의자 신문 조서에는 B씨와 C씨의 주민등록번호·직업·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적혀 있기는 하다"면서도 "원고는 정보공개 청구를 할 당시부터 그런 개인정보는 제외해도 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B씨와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민사 분쟁을 해결하고 원고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피의자 신문 조서 공개는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분리해 비공개할 수 있는데도 피의자 신문 조서 모두를 비공개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