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곡물 수출길 끝까지 몰아붙이는 러…식량 불안 가중 [원자재 포커스]
러시아, 우크라 곡물 수출 인프라 집중 공격
내년 식량 불안 가중시키나


밀, 귀리 등 주요 곡물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곡물 수출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다뉴브강 항만을 공습하면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3일(현지시간) "남부 오데사주의 다뉴브강 항구도시인 이즈마일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항구 인프라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위치한 조선소가 미사일에 피격된 이후 다뉴브강 항만에 맞대응성 공격에 나섰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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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지난 7월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한 뒤 우크라이나 오데사주 항만에 대한 집중 공습을 벌이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은 전쟁 국면에서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자국산 곡물 3300만t을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게끔 보장한다는 내용의 협정이다.

하지만 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러시아가 그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의 다른 곡물 수출 허브를 집중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2개월 동안 다뉴브강을 통해 수출한 곡물이 약 3500만t에 달할 정도로 다뉴브강 항만을 신규 수출 허브로 키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가 다뉴브강 항만으로 수출 경로를 변경하는 것은 엄청난 규모의 물류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이즈마일과 다뉴브강 레니 항구로 곡물을 운반하기 위해 늘어선 트럭 행렬은 그 길이가 35km에 달할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니 항구에서 곡물을 소형 바지선에 싣고 내륙 수로를 통해 루마니아의 흑해 항구인 콘스탄타에 도착하면 비로소 해당 화물을 대형 해상 선박에 옮겨 실을 수 있다. 이 같은 이중 물류 절차로 인한 비용도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제화물운송협회의 빅토르 베레스텐코 회장은 "전쟁 이전에는 이집트로 곡물 1t을 수출하는 비용이 69달러였다면 최근 다뉴브강을 통한 우회 운송은 116달러 가량의 물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우크라 곡물 수출길 끝까지 몰아붙이는 러…식량 불안 가중 [원자재 포커스]
결국 우크라이나 농산물 기업들이 이 같은 대체 경로로 인해 발생한 추가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흑해 항만뿐만 아니라 다뉴브강 수출 인프라마저 파괴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 등 집중 공격으로 인해 손실을 입은 우크라이나 저장 곡물은 7월 이후 현재까지 28만t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최대 농산물 기업 커널의 추산에 따르면 최근 물류비용 급등 등으로 인해 내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은 내년에 절반 가량 꺾여 3500만t에 그칠 전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 가격 지수에 따르면 8월 국제 밀 가격은 7월보다 3.8% 떨어졌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됐던 작년 동기간에 비해 안정화된 가격 수준이다. 그러나 FAO 관계자는 "러시아의 잇단 우크라이나 항만 수출 인프라 공격으로 내년에 다가올 식량 부족 사태가 현실화되면 세계 식량 가격이 다시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