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간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불어난 가계와 기업의 빚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이후 불어난 부채를 줄이기 위한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가계·기업 빚, GDP의 3배

IMF가 13일(현지시간) 내놓은 '세계 부채 데이터베이스(Global Debt Database)'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중(모든 수단 기준)은 281.73%로 집계됐다. 2021년 275.17%에 비해 6.56%포인트 증가했다.

이같은 부채비중 증가 폭은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1위에 해당했다. 부채비율이 224.33%에서 229.86%로 5.53%포인트 오른 일본이 2위였고, 요르단(4.10%포인트), 체코(3.29%포인트), 슬로바키아(3.07%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21개국은 모두 부채 축소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부채 비중은 26개국 중 두번째로 컸다. 유럽의 소국 룩셈부르크가 464.83%로 1위였다. GDP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 중에선 역시 세계 1위다.

민간부채 중에선 가계부채가 108.12%, 비금융법인부채(기업부채)가 173.61%로 집계됐다. 기업부채는 166.84%에서 6.77%포인트 늘었고, 가계부채는 전년 108.33%에서 0.2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128개국의 데이터가 확인되는 '대출 및 부채증권' 기준으로는 한국의 민간부채 비중이 224.74%로 집계됐다. 전체에서 8번째로 많았다. 전년 대비 증가폭은 5.25%포인트로 나타났다. 캄보디아, 라오스, 브룬디 등 개발도상국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등에 이은 세계 6위에 해당했다.

IMF "각국 정부 긴급 조치 나서라"

IMF는 이날 민간과 공공부문을 합친 전 세계 빚 규모가 235조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부채가 91조 달러, 민간이 144조 달러로 집계됐다. GDP대비 비중은 238%였다. 공공부문이 92%, 민간부문은 146%였다. 전 세계의 빚은 1년 전에 비해 약 2000억 달러 축소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IMF
자료=IMF
부채비율은 코로나19로 인한 부채가 급증했던 2020년 258%에서 2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29%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에서 팬데믹 관련 지원이 종료됐지만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지출을 늘리면서 부채 축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IMF는 봤다. 민간부채는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했지만 이 역시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줄지는 않았다.

IMF는 "각국의 부채 축소 노력이 미흡하다"며 "정부가 긴급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부채의 취약성을 줄이고 장기적인 부채 증가 추세를 반전시켜야한다는 취지다. 한국의 민간부채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IMF는 최근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를 마친 후 "높은 민간 부채를 점진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도 가계부채 등 민간부채의 수준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한은은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시계에서 디레버리징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부채에 대해서는 "자금조달비용 상승에도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부동산업 등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부문으로의 대출 집중도가 심화됐다"고 우려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