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유가, 예상보다 높은 PPI

WTI 90달러 돌파…유로존은 금리 지금이 '정점' [나수지의 미나리]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각종 지표 발표가 쏟아졌습니다. 먼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표라고 불리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됐습니다. 8월 PPI는 전월대비 0.7%올라 예상치인 0.4%를 뛰어넘었습니다. 7월 PPI도 0.3%에서 0.4%로 수정됐습니다. 식품과 에너지, 무역서비스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대비 0.3%올라 예상치인 0.2%보다 높았습니다. 7월 근원 PPI 수치도 기존 0.3%에서 오른 0.4%로 수정됐습니다. PPI를 밀어올린건 역시 에너지 가격이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대비 20% 급등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10.5% 상승했습니다.

함께 발표된 8월 미국 소매판매 데이터도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8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6% 늘었습니다. 예상치인 0.2%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미국 소매판매는 이로서 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소매판매 역시 급격히 오른 에너지 가격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휘발유와 자동차 소비를 제외하면 8월 미국 소매판매는 0.2% 증가로 줄어듭니다.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추정치인 22만5000건보다 낮았습니다. 연속 실업수당 청구건수역시 168만8000건으로 예상치인 169만5000건보다 적었습니다. 미국 물가 상승세는 예상보다 가파르고, 소비는 튼튼하며, 고용시장 역시 여전히 뜨겁다는 점을 보여준 데이터였습니다.
WTI 90달러 돌파…유로존은 금리 지금이 '정점' [나수지의 미나리]
이 날 서부텍사스유(WTI)는 장중 한 때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튀어올랐습니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건 2022년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상승으로 건설업 운송업 항공업 농업 등 대부분 산업부문이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가을 겨울로 접어들면서 난방유 수요가 늘고 추수철 농기계의 디젤 수요 증가로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멈춘 유럽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렸습니다. 이 날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유로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4.5%로 결정했습니다. 이로서 ECB는 10회 연속 금리 인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높아진 게 금리를 인상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ECB는 이 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5.4%에서 5.6%로,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준 3%에서 3.2%로 높여잡았습니다. 금리는 올렸지만 유럽증시는 상승하고 유로화 가치는 떨어졌습니다. "비둘기적인 금리 인상"(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원인은 ECB의 성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ECB는 성명에서 "기준금리가 충분히 오랜기간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복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앞으로 결정은 금리가 필요한 기간동안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에서 설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 기준금리 수준이 물가를 잡을 수 있을정도로 충분히 높고, 높은 수준의 금리를 물가가 잡힐 때 까지 계속 유지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유동성 공급한 중국

시장이 환호할만한 이야기는 중국에서도 나왔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하 후 중국 금융권의 지준율은 7.4%로 하락했습니다. 지급준비율은 중국 은행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을 의무적으로 적립해야하는 현금준비비율을 뜻합니다. 이를 낮추면 은행이 돈을 더 적게 묶어두는 대신 대출 등으로 더 많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간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던 시장이 안도할만한 조치였습니다.

ARM 화려한 데뷔

WTI 90달러 돌파…유로존은 금리 지금이 '정점' [나수지의 미나리]
올해 최대 규모 IPO로 시장에 '데뷔'한 ARM도 시장 분위기를 돋궜습니다. 회사의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인 51달러로 공모가를 확정한 ARM은 이 날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ARM은 상장 직후 장중 한 때 20%가까이 상승했습니다. ARM이 상장 첫 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그간 침체된 미국 IPO 시장에도 활기가 돌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식료품 배달 전문기업 인스타카트, 독일 신발 제조업체 버켄스탁,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 등이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