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장 위에 내놓는 스페셜티 커피의 원조...연남동 '커피 리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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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조원진의 공간의 감각
레트로나 빈티지 같은 수식어로 설명할 수 없는 곳이었다. 본래 이불 가게였던 공간에 한약 장과 주어온 자개 상을 둔 것이 전부였고, 그 이름의 유래가 되었던 영화 ‘나쵸 리브레’의 대사를 따라 “커피에 대한 열정과 거지 같은 재능”으로 만든 일종의 커피 공방이자 카페였다.
당시 동진시장에 위치한 매장의 월세는 30만 원에 불과했다. 스페셜티커피 문화를 퍼뜨린 해외의 유수 카페가 그렇듯, 커피 리브레 연남점 또한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이 교류하는 공간이자 새로운 커피 문화를 전파하는 아주 낮은 문턱을 가진 공간이었다.
그러니 상위 몇 퍼센트라든지, 얼마나 높은 가격 거래된 고가의 커피라든지의 수식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래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에 집중했다. 어떤 농부가 어떤 자연환경에서 어떻게 커피를 재배했는지,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 이 커피를 들여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커피 리브레의 ‘얼굴 있는 커피(Coffee with Face)’는 커피를 생산하고 가공한 사람들의 얼굴을 드러내고자 하는 일종의 프로젝트나 다름없었다. 커피 봉투 위에는 커피 리브레 서필훈 대표가 직접 산지로 찾아가 마주한 이들의 얼굴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봉투는 연남동 카페의 한약장 위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들과 마주했다. 그렇게 그곳은 자연이 허락하는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한 농부와 로스터, 바리스타의 노력이 전시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동진시장을 철거하는 명분은 시민들의 안전과 도시재생을 통한 환경 개선이었다. 대체로 있는 것들을 그대로 두지 못하는 서울에서는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시기적으로는 홍대입구와 신촌으로부터 확장된 상권이 연남동을 바꿔놓은 때이기도 했으니, 예전 모습 그대로의 건물이 남아있는 게 오히려 어색하기도 했다.
커피 리브레가 문을 열었을 당시의 동진시장 주변 상점들의 간판은 소박했다. 도로와 건물의 경계 또한 분명해, 마치 가게들은 복잡한 골목 사이에 숨어있는 듯했다. 하지만 상권의 확장으로 연남동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그곳의 건물들은 대체로 개·증축에 나섰다.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확장하기 위해 건물 외관의 상당 부분이 유리로 대체됐고, 소박한 나무 간판은 누구보다 돋보이기 위한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이 누구나 군침을 흘릴 법한 부동산 투자 명소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리하여 커피 리브레 연남점은 다시 한 블록 떨어진 골목 뒤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긴 뒤에도 커피 리브레가 공간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에 있던 주택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 화려한 장식이나 특별한 콘셉트를 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커피를 내세웠다.
물론 그 커피는 커피 리브레 연남점의 가장 상징적인 소재인 한약장 위에 두었다. 깔끔하게 마감된 벽에는 ‘나초 리브레’ 가면에서 영감을 얻은 커피 리브레 로고와 몇 개의 회화 작품이 걸려있다. 회화 작품은 박은하 작가의 <조용한 침묵>과 본래 동진시장에 있던 매장에도 걸려있던 서민정 작가의 <커피, 사회적 관계들이 총체> 시리즈로, 커피와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조용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가장 자연스럽게 커피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동진시장의 첫 매장이나 이전 후의 매장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커피 리브레가 도화선이 되어 퍼뜨린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그동안 우리 주변에 빠르고 넓게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커피리브레 연남점 또한 몇 평 남짓의, 별 다른 인테리어도 없는 소박한 공간에서 보다 쾌적하고 넓은 2층 주택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직원과 고객들의 동선도 세밀하게 설계했다. 덕분에 새로운 공간은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과거의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이질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편안한 변화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불편함을 예측하고 공간을 구석구석 세밀하게 다듬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자연을 거슬러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고 한다. 특히나 현대사회의 욕심 많은 이들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나 본래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모든 것이 투자와 자산 증식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누구보다 낮은 가격에 커피를 구매해 큰 수익을 얻으려는, 이왕이면 더 높은 투자수익을 얻고자 하는 욕심은 결국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이 진보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이들의 행복도 같이 커져야 한다. 커피를 만드는 농부들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그들과 풍요로움을 나누고자 하는 커피 리브레의 노력은 커피와 관계한 모든 이들의 행복의 총량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고 믿는다. 그 노력이 자리가 바뀐 뒤에도 변함없이 빛나기를 바라본다.
당시 동진시장에 위치한 매장의 월세는 30만 원에 불과했다. 스페셜티커피 문화를 퍼뜨린 해외의 유수 카페가 그렇듯, 커피 리브레 연남점 또한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이 교류하는 공간이자 새로운 커피 문화를 전파하는 아주 낮은 문턱을 가진 공간이었다.
그러니 상위 몇 퍼센트라든지, 얼마나 높은 가격 거래된 고가의 커피라든지의 수식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래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에 집중했다. 어떤 농부가 어떤 자연환경에서 어떻게 커피를 재배했는지,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 이 커피를 들여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커피 리브레의 ‘얼굴 있는 커피(Coffee with Face)’는 커피를 생산하고 가공한 사람들의 얼굴을 드러내고자 하는 일종의 프로젝트나 다름없었다. 커피 봉투 위에는 커피 리브레 서필훈 대표가 직접 산지로 찾아가 마주한 이들의 얼굴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봉투는 연남동 카페의 한약장 위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들과 마주했다. 그렇게 그곳은 자연이 허락하는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한 농부와 로스터, 바리스타의 노력이 전시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동진시장을 철거하는 명분은 시민들의 안전과 도시재생을 통한 환경 개선이었다. 대체로 있는 것들을 그대로 두지 못하는 서울에서는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시기적으로는 홍대입구와 신촌으로부터 확장된 상권이 연남동을 바꿔놓은 때이기도 했으니, 예전 모습 그대로의 건물이 남아있는 게 오히려 어색하기도 했다.
커피 리브레가 문을 열었을 당시의 동진시장 주변 상점들의 간판은 소박했다. 도로와 건물의 경계 또한 분명해, 마치 가게들은 복잡한 골목 사이에 숨어있는 듯했다. 하지만 상권의 확장으로 연남동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그곳의 건물들은 대체로 개·증축에 나섰다.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확장하기 위해 건물 외관의 상당 부분이 유리로 대체됐고, 소박한 나무 간판은 누구보다 돋보이기 위한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이 누구나 군침을 흘릴 법한 부동산 투자 명소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리하여 커피 리브레 연남점은 다시 한 블록 떨어진 골목 뒤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긴 뒤에도 커피 리브레가 공간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에 있던 주택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 화려한 장식이나 특별한 콘셉트를 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커피를 내세웠다.
물론 그 커피는 커피 리브레 연남점의 가장 상징적인 소재인 한약장 위에 두었다. 깔끔하게 마감된 벽에는 ‘나초 리브레’ 가면에서 영감을 얻은 커피 리브레 로고와 몇 개의 회화 작품이 걸려있다. 회화 작품은 박은하 작가의 <조용한 침묵>과 본래 동진시장에 있던 매장에도 걸려있던 서민정 작가의 <커피, 사회적 관계들이 총체> 시리즈로, 커피와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조용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가장 자연스럽게 커피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동진시장의 첫 매장이나 이전 후의 매장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커피 리브레가 도화선이 되어 퍼뜨린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그동안 우리 주변에 빠르고 넓게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커피리브레 연남점 또한 몇 평 남짓의, 별 다른 인테리어도 없는 소박한 공간에서 보다 쾌적하고 넓은 2층 주택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직원과 고객들의 동선도 세밀하게 설계했다. 덕분에 새로운 공간은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과거의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이질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편안한 변화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불편함을 예측하고 공간을 구석구석 세밀하게 다듬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자연을 거슬러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고 한다. 특히나 현대사회의 욕심 많은 이들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나 본래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모든 것이 투자와 자산 증식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누구보다 낮은 가격에 커피를 구매해 큰 수익을 얻으려는, 이왕이면 더 높은 투자수익을 얻고자 하는 욕심은 결국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이 진보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이들의 행복도 같이 커져야 한다. 커피를 만드는 농부들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그들과 풍요로움을 나누고자 하는 커피 리브레의 노력은 커피와 관계한 모든 이들의 행복의 총량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고 믿는다. 그 노력이 자리가 바뀐 뒤에도 변함없이 빛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