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의 '통계농단'…감사원 "소득 조작해 소주성 허위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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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와 통계청이 당시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국가통계를 재가공하거나 조작하는 등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통계 마사지’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잇따라 제기돼 온 의혹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28명을 투입해 문재인 정부 당시 가계소득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결과를 15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대통령비서실은 통계 작성기관인 통계청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가계소득 가중값을 조작해 취업자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득5분위배율(상위 20%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값) 수치를 고의로 조작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소주성 홍보를 위해 통계자료를 통계청으로부터 불법으로 제공받아 특정 연구소에 재직 중인 연구원에게 재가공을 의뢰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 역시 최저임금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허위였다. 그럼에도 보고받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통계 마사지’는 당시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주도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통계청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소주성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가계소득이 줄어든다는 통계를 발표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결국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취업자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소득을 올리는 방식으로 조작했다. 가중값을 활용한 조작을 통해 6월 가계소득은 430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434만7000원) 대비 1% 인상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처음에는 ‘임금근로자’ 대상으로만 가중값을 적용했지만, 여전히 소득이 감소하자 소득분포가 불규칙한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전체 취업자’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표본설계 담당 부서가 가중값 불안정 등으로 반대했지만 통계작성 담당 부서는 ‘관여하지 말라’며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자료를 고의로 조작한 것은 통계법 39조 1항을 위배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통계 보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표본설계 시 정해진 산정방식이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통계자료를 조작했다”며 “담당 부서 직원들로부터 관련 부서와의 협의 없이 임의로 통계를 조정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조작은 같은 해 3분기와 4분기에도 이어졌다. 똑같은 방식으로 가계소득 증가율을 높이거나 근로소득은 감소 추세인데도 증가하는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 조작을 통해 3분기 가계소득은 0.9% 증가에서 2.1% 증가로, 근로소득은 0.8% 감소에서 1.6% 증가로 숫자가 바뀌었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소득5분위배율도 조작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불평등 정도가 완화됐다는 뜻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1~3분기 소득5분위배율은 계속 악화됐고, 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악화(4.63→4.68배)됐다. 그럼에도 통계청은 4분기엔 4.61로 개선된 것처럼 발표했다.
청와대는 통계청의 조작통계를 앞세워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됐다며 소주성 정책의 성과라고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통계청의 통계 조작 여부를 인지했는지 여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되지 않았다.
통계청의 통계 조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8년 5월에 1분기 사전 조사 결과 소득5분위배율이 높아지는 등 소득분배가 악화됐다는 지표가 예상되자 또다시 숫자 조작에 착수했다. 통계청은 소득5분위배율을 낮추려고 10가지 이상의 조정 시나리오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배율이 2003년 이후 최악인 6.01배로 사전 집계되자 또다시 가중값을 조작해 숫자를 바꿨다. 2017년 2분기부터 임의로 적용해 오던 취업자 가중값을 다시 빼고 계산해 5.95배로 낮춰 발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통계청 간부들은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일절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통계청 간부들이 가계소득 가중값을 적용하거나 빼는 과정에서 황 전 청장이 외부 출신 청장이란 이유로 배제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당시 ‘소주성 설계자’ 홍장표 경제수석은 발표 당일날인 5월 24일 통계청에 ‘통계자료를 다 들고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가지고 올 자료도 미리 보내도록 요구했다. 통계자료 제출은 통계자료제공심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통계청은 심의위 승인 없이 과거 17개 분기 응답자 8만 명에 대한 소득·지출 정보 등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홍 수석은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자료를 따로 건네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근로소득 증감을 분석하도록 요청했다. 당시 이 연구원은 연도별(2016~2018년) 증감률만 계산된 단순 비교를 통해 개인 근로소득이 하위 10%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고, 저임금 근로자의 증가율이 높다는 ‘재가공 보고서’를 5월 27일 제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당시 자료를 받은 이들 중 한 명은 석 달 후 신임 통계청장으로 임명된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소(보사연) 연구실장이었다.
홍 수석은 재가공 보고서 분석 결과를 이틀 후인 5월 29일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 회의에서 당시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이틀 후인 5월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으로 저임금 근로자 임금이 크게 늘었고, 이는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이고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긍정 효과 90%’ 발언 이후 이 근거에 대해 청와대와 통계청의 해명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청와대가 연구원 개인의 분석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통계자료도 임의로 제공했음에도 홍 수석은 황수경 통계청장에게 ‘노동연구원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이 통계청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실제로 다음날인 6월 2일 통계청은 ‘국책 연구기관에 자료를 제공했고 추가분석은 국책 연구기관에서 수행했다’는 내용을 담은 설명자료를 기자단에 배포했다. 홍 수석은 다음날인 6월 3일 국책 연구기관 분석을 바탕으로 나온 수치라고 기자들에게 공식 브리핑했다.
청와대의 부당한 요구는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를 앞두고도 또다시 이뤄졌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2분기 조사 결과 발표(8월 23일) 사흘 전인 8월 20일 통계청 관계자들을 불러 2분기 소득5분위배율 수치가 여전히 악화 추세인 점을 미리 확인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보도자료 문구를 일일이 수정했다. ‘논쟁이 불거진다’며 일부 분석 결과는 보도 참고자료에서 삭제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특히 신규표본 유입 등을 구체적으로 부연 설명하고, 통계 비교 시 표본 가구 구성 변화에 주의하라는 문구로 수정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렸다.
당시 통계청 담당 간부들은 청와대가 지시한 수정사항을 반영한 보도자료를 23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황 청장에게는 수정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8월 26일 문 대통령은 황 청장을 경질하고, 강신욱 보사연 연구실장을 새 통계청장으로 발탁했다. 갑자기 교체된 황수경 전 청장은 다음날인 2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울먹였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라고도 했다.
반면 같은 날 강 신임 청장은 경제장관회의에 나가 “장관님들 정책에 좋은 통계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가계소득통계를 조작하는 등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당시 청와대 간부 3명과 통계청 간부 4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공직사회와 사회공동체에 만연한 조작, 거짓과 위선의 시대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통계청 노동조합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수사 요청 대상자들인 당시 4·5급 직원들”이라며 “전 정부 압력에 시달려 시키는 대로 한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법원 재판 과정에서 꼬리자르기식 귀결로 진행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 때 약속한 국가통계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민/오형주 기자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28명을 투입해 문재인 정부 당시 가계소득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결과를 15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대통령비서실은 통계 작성기관인 통계청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가계소득 가중값을 조작해 취업자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득5분위배율(상위 20%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값) 수치를 고의로 조작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소주성 홍보를 위해 통계자료를 통계청으로부터 불법으로 제공받아 특정 연구소에 재직 중인 연구원에게 재가공을 의뢰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 역시 최저임금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허위였다. 그럼에도 보고받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통계 마사지’는 당시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주도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앞장서 소득통계 조작한 통계청
감사원에 따르면 가계소득통계 조작의 발단은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 후인 201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를 위해 자료를 분석하던 통계청은 2010년 이후 계속 증가하던 가계소득이 감소로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사전 조사 결과 그해 6월 가계소득이 427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430만6000원) 대비 0.6% 감소한 것이다.통계청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소주성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가계소득이 줄어든다는 통계를 발표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결국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취업자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소득을 올리는 방식으로 조작했다. 가중값을 활용한 조작을 통해 6월 가계소득은 430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434만7000원) 대비 1% 인상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처음에는 ‘임금근로자’ 대상으로만 가중값을 적용했지만, 여전히 소득이 감소하자 소득분포가 불규칙한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전체 취업자’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표본설계 담당 부서가 가중값 불안정 등으로 반대했지만 통계작성 담당 부서는 ‘관여하지 말라’며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자료를 고의로 조작한 것은 통계법 39조 1항을 위배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통계 보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표본설계 시 정해진 산정방식이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통계자료를 조작했다”며 “담당 부서 직원들로부터 관련 부서와의 협의 없이 임의로 통계를 조정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조작은 같은 해 3분기와 4분기에도 이어졌다. 똑같은 방식으로 가계소득 증가율을 높이거나 근로소득은 감소 추세인데도 증가하는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 조작을 통해 3분기 가계소득은 0.9% 증가에서 2.1% 증가로, 근로소득은 0.8% 감소에서 1.6% 증가로 숫자가 바뀌었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소득5분위배율도 조작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불평등 정도가 완화됐다는 뜻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1~3분기 소득5분위배율은 계속 악화됐고, 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악화(4.63→4.68배)됐다. 그럼에도 통계청은 4분기엔 4.61로 개선된 것처럼 발표했다.
청와대는 통계청의 조작통계를 앞세워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됐다며 소주성 정책의 성과라고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통계청의 통계 조작 여부를 인지했는지 여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되지 않았다.
통계청의 통계 조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8년 5월에 1분기 사전 조사 결과 소득5분위배율이 높아지는 등 소득분배가 악화됐다는 지표가 예상되자 또다시 숫자 조작에 착수했다. 통계청은 소득5분위배율을 낮추려고 10가지 이상의 조정 시나리오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배율이 2003년 이후 최악인 6.01배로 사전 집계되자 또다시 가중값을 조작해 숫자를 바꿨다. 2017년 2분기부터 임의로 적용해 오던 취업자 가중값을 다시 빼고 계산해 5.95배로 낮춰 발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통계청 간부들은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일절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통계청 간부들이 가계소득 가중값을 적용하거나 빼는 과정에서 황 전 청장이 외부 출신 청장이란 이유로 배제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부당 지시하고, 허위 해명 강요한 靑
청와대 경제수석실도 소주성 정책 홍보를 위해 소득통계를 마사지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통계청이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배율을 6.01배에서 5.95배로 조작했음에도 청와대는 발칵 뒤집혔다. 숫자를 고의로 낮췄음에도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빈부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졌다는 취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대한 ‘소주성 효과’가 거꾸로 나온 것이다.당시 ‘소주성 설계자’ 홍장표 경제수석은 발표 당일날인 5월 24일 통계청에 ‘통계자료를 다 들고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가지고 올 자료도 미리 보내도록 요구했다. 통계자료 제출은 통계자료제공심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통계청은 심의위 승인 없이 과거 17개 분기 응답자 8만 명에 대한 소득·지출 정보 등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홍 수석은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자료를 따로 건네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근로소득 증감을 분석하도록 요청했다. 당시 이 연구원은 연도별(2016~2018년) 증감률만 계산된 단순 비교를 통해 개인 근로소득이 하위 10%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고, 저임금 근로자의 증가율이 높다는 ‘재가공 보고서’를 5월 27일 제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당시 자료를 받은 이들 중 한 명은 석 달 후 신임 통계청장으로 임명된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소(보사연) 연구실장이었다.
홍 수석은 재가공 보고서 분석 결과를 이틀 후인 5월 29일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 회의에서 당시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이틀 후인 5월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으로 저임금 근로자 임금이 크게 늘었고, 이는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이고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긍정 효과 90%’ 발언 이후 이 근거에 대해 청와대와 통계청의 해명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청와대가 연구원 개인의 분석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통계자료도 임의로 제공했음에도 홍 수석은 황수경 통계청장에게 ‘노동연구원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이 통계청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실제로 다음날인 6월 2일 통계청은 ‘국책 연구기관에 자료를 제공했고 추가분석은 국책 연구기관에서 수행했다’는 내용을 담은 설명자료를 기자단에 배포했다. 홍 수석은 다음날인 6월 3일 국책 연구기관 분석을 바탕으로 나온 수치라고 기자들에게 공식 브리핑했다.
청와대의 부당한 요구는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를 앞두고도 또다시 이뤄졌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2분기 조사 결과 발표(8월 23일) 사흘 전인 8월 20일 통계청 관계자들을 불러 2분기 소득5분위배율 수치가 여전히 악화 추세인 점을 미리 확인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보도자료 문구를 일일이 수정했다. ‘논쟁이 불거진다’며 일부 분석 결과는 보도 참고자료에서 삭제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특히 신규표본 유입 등을 구체적으로 부연 설명하고, 통계 비교 시 표본 가구 구성 변화에 주의하라는 문구로 수정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렸다.
당시 통계청 담당 간부들은 청와대가 지시한 수정사항을 반영한 보도자료를 23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황 청장에게는 수정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8월 26일 문 대통령은 황 청장을 경질하고, 강신욱 보사연 연구실장을 새 통계청장으로 발탁했다. 갑자기 교체된 황수경 전 청장은 다음날인 2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울먹였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라고도 했다.
반면 같은 날 강 신임 청장은 경제장관회의에 나가 “장관님들 정책에 좋은 통계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가계소득통계를 조작하는 등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당시 청와대 간부 3명과 통계청 간부 4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공직사회와 사회공동체에 만연한 조작, 거짓과 위선의 시대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통계청 노동조합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수사 요청 대상자들인 당시 4·5급 직원들”이라며 “전 정부 압력에 시달려 시키는 대로 한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법원 재판 과정에서 꼬리자르기식 귀결로 진행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 때 약속한 국가통계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민/오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