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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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를 걷던 중국의 생산·소비 지표가 지난달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반등했다. 중국 경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지만,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잇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촉발된 중국 경제 침몰 우려는 한풀 꺽일 전망이다.

◆경기반등 조짐 보였다


15일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3조7933억위안(약 693조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 전망치인 3.0%보다 1.6%포인트 높은 수치다. 중국 소매판매는 백화점·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비지출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로 내수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4월(18.4%)·5월(12.7%)과 비교해 여전히 낮다. 하지만 6월(3.1%)·7월(2.5%) 대비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내수침체가 이어지자 가전제품·가구·자동차에 대한 소비 촉진책을 내놓고, 대도시 주택 구입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등 경기부양에 힘을 쏟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4.5%로 집계돼 로이터 전망치(3.9%) 보다 높았다. 5월(3.5%)·6월(4.4%)·7월(3.7%)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산업생산은 공장·광산·공공시설의 총생산량을 측정한 것으로, 고용과 소득의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며 “최악의 경제 하강 국면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투자 지표는 불안

중국의 8월 생산·소비 지표 개선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투자와 고용은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공장·도로·전력망·부동산 등 자본 투자의 변화를 보여주는 1∼8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에 그쳤다. 시장 전망치(3.3%)보다 낮았고, 올해 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민간 기업의 신규 투자가 줄었고, 특히 부동산 부문 투자 감소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1~8월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은 전년 대비 -8.8%를 기록했다. 8월 4대 일선도시의 신축 주택 가격도 전월 대비 0.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8월 전체 실업률은 7월(5.3%)보다 0.1%포인트 하락한 5.2%를 기록했다.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달에 이어서 두달째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자 7월 통계부터 발표를 중단한 상태다.
이 탓에 중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비구이위안 사태’로 촉발된 중국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디폴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민간 부문의 개발·투자도 위축돼 있어서다. 미·중 경쟁 속에 아직 수출 부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한편 이날 중국의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위안양그룹(시노오션)은 8개의 외화 표시 채권에 대한 지불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비구이위안과 헝다그룹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영 업체인 위안양그룹도 유동성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위안양그룹의 대주주는 중국 생명보험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약 이 회사가 최종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금융권에도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