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장비 한대 팔때마다 20억"…한미반도체 주가, 더 오른다고 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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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주가 5배 가까이 급등

시장에선 추가 상승 전망 잇따라
고부가치 AI반도체 장비주로 부각

대주주도 폭등 속 주식 사들여

올해 실적은 급감할듯, 영업익 5분의 1토막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장비주로 불리는 한미반도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나증권도 이달 한미반도체 목표가를 내놓은 지 한 달만에 31%가량 올려 잡은 목표주가(7만1000원)를 새로 제시했죠. 올 들어 한미반도체 주가가 5배 가까이 급등했음에도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단 전망입니다.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도 한미반도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향후 성장성을 따졌을 때 투자 매력이 높단 이유에서죠. 이번 종목 집중탐구에선 한미반도체의 투자 포인트를 살펴봤습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주가는 올 들어 370% 급등한 5만4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작년 말 1만원대 불과하던 주가는 생성형 AI 챗GPT와 함께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목받자 급격하게 올랐죠.

엔비디아→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를 알기 위해선 AI반도체 시장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GPU는 생성형 AI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I용 반도체입니다. 엔비디아의 AI용 GPU는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죠. 엔비디아 GPU에는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이 필요합니다. SK하이닉스가 HBM을 생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는데, HBM 생산에는 TC본더라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한미반도체는 이 TC본더 장비를 생산합니다.
[마켓PRO] "장비 한대 팔때마다 20억"…한미반도체 주가, 더 오른다고 본 이유
한미반도체는 이달 초 SK하이닉스로부터 415억원 규모 HBM 제조용 장비(TC본더 등)를 수주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번 수주는 한미반도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계약으로, 작년 매출(3275억원)의 약 12.7%에 달합니다. TC본더는 미세한 구멍을 뚫어 위아래 칩을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활용해 제작된 반도체 칩을 웨이퍼에 부착하는 본딩 장비입니다.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붙이는 공정에 활용되죠.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한미반도체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TC본더 가격도 있습니다. 이 장비는 한 대당 20억원에 달할 정도로 한미반도체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비싸고 이익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I반도체 수요가 늘어날수록 HBM 판매량이 증가, TC본더 장비의 가치도 더 부각될 수밖에 없죠. 앞서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물량을 올해의 2배 이상으로 늘린다고 했고, 삼성전자도 내년에 HBM 생산을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TC본더 매출 비중 한 자릿수 불과…내년 실적 전망치 살펴보니

그렇다면 한미반도체 전체 매출액에서 TC본더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작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10% 미만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직까지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죠. 향후 성장성이 크단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게다가 한미반도체가 기존 3공장을 듀얼 TC본더 생산을 담당하는 '본더팩토리'(Bonder Factory)로 전환, TC본더 전용 생산 기지를 확보하기도 했죠. 앞으로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매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미반도체의 작년 말 연결 기준 매출액은 3275억원입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18억원에 달하죠. 올해는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라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9.4% 줄어든 755억원입니다. 영업이익도 13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죠.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한미반도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3개월 전망치 평균)를 살펴보면, 올해 예상 매출액은 작년의 절반 수준인 1862억원입니다. 영업이익도 작년보다 50% 넘게 급감한 432억원입니다.
[마켓PRO] "장비 한대 팔때마다 20억"…한미반도체 주가, 더 오른다고 본 이유
한미반도체 실적은 올해를 지나 2024년부턴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미반도체의 2024년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495억원, 1229억원입니다. 증권가에선 한미반도체가 향후 신규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미반도체 목표가로 7만1000원을 제시한 변윤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SK하이닉스향 수주 공시로 엔비디아의 GPU 판매량이 늘어나면 한미반도체 장비 판매량도 함께 증가한다는 걸 입증했다"면서 "신규 고객사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죠.

최근 한미반도체 최대주주가 주가 폭등 속에서도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웁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최대주주인 곽동신 부회장은 이달 들어 7차례에 걸쳐 17만33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습니다. 취득 단가는 5만원대로, 매수액은 약 90억원에 달합니다. 대주주가 주가 폭등 속에서도 회사 주식을 산다는 것은 향후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단 신호로 여겨집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