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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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명품 제국’으로 불리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사진)은 올해 74세다. 시장에서 LVMH의 승계 구도를 궁금해하는 이유다.

아르노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꼭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줘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외부인이라도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면 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후계자를 조만간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가족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두 번의 결혼으로 얻은 그의 다섯 자녀는 오랜 기간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해 이사회를 설득해 최고경영자(CEO) 및 회장의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상향 조정했다. 다섯 자녀에게 회사의 주요 직책을 맡겼다. 첫째로 장녀인 델핀(48)은 크리스찬 디올 회장 겸 CEO다. 둘째이자 장남인 앙투안(46)은 벨루티, 로로피아나 등 계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셋째 알렉상드르(31)는 티파니 부사장, 넷째 프레데릭(28)은 태그호이어 CEO, 막내 장(24)은 루이비통 시계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익만이 목표가 아니다”며 “50년 뒤에도 여전히 정상에 있는 게 진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너무 쉽게 회사를 상속하면 1~2대가 지난 뒤 회사가 무너진다”며 “그래서 자식들에게 파티 대신 일을 시켰다”고 했다. 아르노 회장은 매달 자녀들과 LVMH 본사에서 점심을 먹으며 각종 사업 현안을 논의한다. 다만 결정은 그가 내린다.

아르노 회장은 30여 년 동안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티파니 등 75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제국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하지만 LVMH 주가는 지난 4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9% 하락했다. 2분기 미국 매출이 감소했고, 매출 효자 중국의 경제도 흔들리고 있어서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아르노 회장은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내줬다. 또 이달에는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가 LVMH를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올라서기도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