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를 걷던 중국의 생산·소비 지표가 지난달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반등했다. 중국 경제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민간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잇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촉발된 중국 경제 침몰 우려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15일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소매판매는 3조7933억위안(약 693조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3.0%보다 1.6%포인트 높은 수치다. 중국 소매판매는 백화점·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비지출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로 내수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4월 18.4%, 5월 12.7%와 비교해 여전히 낮다. 하지만 6월 3.1%, 7월 2.5%보다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내수 침체가 이어지자 가전제품·가구·자동차에 대한 소비 촉진책을 내놓고, 대도시 주택 구입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등 경기 부양에 힘을 쏟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4.5%로 집계돼 로이터 전망치(3.9%)보다 높았다. 5월 3.5%, 6월 4.4%, 7월 3.7%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산업생산은 공장·광산·공공시설의 총생산량을 측정한 것으로, 고용과 소득의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며 “최악의 경제 하강 국면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8월 생산·소비 지표 개선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투자와 고용은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공장·도로·전력망·부동산 등 자본 투자의 변화를 보여주는 1~8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망치(3.3%)보다 낮았고, 올해 2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가 둔화됐다.

중국의 8월 전체 실업률은 7월(5.3%)보다 0.1%포인트 하락한 5.2%를 기록했다.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달에 이어서 두 달째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자 7월 통계부터 발표를 중단했다.

이에 중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구이위안 사태’로 촉발된 중국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디폴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민간 부문 개발·투자도 위축돼 있어서다.

한편 이날 중국의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위안양그룹(시노오션)은 8개 외화 표시 채권에 대한 지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비구이위안과 헝다그룹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유 업체인 위안양그룹도 유동성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안양그룹의 대주주는 중국생명보험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약 이 회사가 최종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금융권에도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