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의 국토부, 집값 계속 뛰자…"협조 안하면 조직·예산 날리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靑·국토부, 부동산원 통계 미리 받고 인위로 낮춰
靑, 규정 어기며 주 3회 보고 받아
8·27대책땐 발표하기도 전에 반영
임대차 3법후 전셋값 치솟자 하향
신뢰성 문제 일자 표본 전면 교체
靑, 규정 어기며 주 3회 보고 받아
8·27대책땐 발표하기도 전에 반영
임대차 3법후 전셋값 치솟자 하향
신뢰성 문제 일자 표본 전면 교체
“이대로 가면 저희 주택 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2019년 6월 국토교통부 직원이 한국부동산원에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조작을 요구하며 한 말이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취임 2주년을 맞은 시점에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청와대는 “왜 이렇게 차이가 크냐”며 국토부를 질책했다. 불호령을 맞은 국토부는 다시 산하기관인 부동산원에 압력을 가했다. 결국 부동산원은 보합(0%)이던 6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0.01% 하락으로 조작했다.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동산 통계를 조작한 사례는 9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5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감사원은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장관 등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요청했다.
미리 주중치를 알게 된 청와대는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집값 변동률 주중치가 전주보다 높게 나오면 ‘세부 근거를 내라’는 식으로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통계 조작 압박은 주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심해졌다. 2018년 8월엔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8·27 대책’을 통계에 반영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청와대 지시를 받은 국토부는 “제대로 조사하고 있는 거냐”며 부동산원을 압박했고,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67%에서 0.45%로 조정됐다.
2018년 9월 ‘9·13 대책’ 땐 호가를 반영하지 않아 상승률을 낮췄다. 2019년 6월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국토부는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현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린다”고 압박했고, 부동산원은 “상승세가 커진다”는 기존 보도자료를 “하락세가 계속된다”고 바꿨다. 2020년 6월 ‘6·17 대책’ 이후엔 국토부 관계자가 “서울 최소 0.05% 나와야 합니다. 안 되면 전주(0.06%)에라도 맞추세요”라고 지시했다. 부동산원은 당초 0.07%였던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0.06%로 조정했다.
통계 조작이 지속되면서 부동산원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대두됐다.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 조사기관인 KB부동산, 부동산R114 등과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통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표본을 전면 교체한 이후에도 국토부와 부동산원의 조작은 이어졌다. 그간 하향 조작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기존 표본과 신표본의 격차를 0.02%포인트로 유지했다.
이번 통계 조작은 시장과 정책을 모두 교란한 범죄라는 비판이 거세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통계 왜곡으로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유통했고,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펴지 못해 시장을 망쳤다”고 지적했다.
심은지/유오상 기자 summit@hankyung.com
2019년 6월 국토교통부 직원이 한국부동산원에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조작을 요구하며 한 말이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취임 2주년을 맞은 시점에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청와대는 “왜 이렇게 차이가 크냐”며 국토부를 질책했다. 불호령을 맞은 국토부는 다시 산하기관인 부동산원에 압력을 가했다. 결국 부동산원은 보합(0%)이던 6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0.01% 하락으로 조작했다.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동산 통계를 조작한 사례는 9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5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감사원은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장관 등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요청했다.
○부동산 대책 때마다 통계 조작
통계 조작은 청와대 정책실이 부동산원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미리 제공하도록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통계법에 통계기관이 작성 중인 통계(주중치)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장 실장은 “첫 부동산 대책 발표(6·19 대책)를 앞두고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 부족하다”며 미리 주중치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이후 부동산원은 주 1회 국토부에 보고하던 것을 주중치(월~목 조사), 속보치(화~월), 확정치(화~월) 등으로 나눠 주 3회 보고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원은 총 12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말했다.미리 주중치를 알게 된 청와대는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집값 변동률 주중치가 전주보다 높게 나오면 ‘세부 근거를 내라’는 식으로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통계 조작 압박은 주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심해졌다. 2018년 8월엔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8·27 대책’을 통계에 반영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청와대 지시를 받은 국토부는 “제대로 조사하고 있는 거냐”며 부동산원을 압박했고,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67%에서 0.45%로 조정됐다.
2018년 9월 ‘9·13 대책’ 땐 호가를 반영하지 않아 상승률을 낮췄다. 2019년 6월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국토부는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현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린다”고 압박했고, 부동산원은 “상승세가 커진다”는 기존 보도자료를 “하락세가 계속된다”고 바꿨다. 2020년 6월 ‘6·17 대책’ 이후엔 국토부 관계자가 “서울 최소 0.05% 나와야 합니다. 안 되면 전주(0.06%)에라도 맞추세요”라고 지시했다. 부동산원은 당초 0.07%였던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0.06%로 조정했다.
○민간 통계와 간극 커지자 눈속임
정책 실패로 인한 여론 악화를 통계로 무마하려는 움직임은 정권 말까지 이어졌다. 2020년 7월 시행된 임대차 3법이 대표적이다. 임대차법 후폭풍으로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자 국토부는 2020년 8월부터 서울 전셋값 주중치를 미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서울 전셋값 변동률이 2020년 11월 첫째주 0.12%로 확대되자 청와대는 국토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이후 둘째주 0.16%로 오름폭이 커지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0.14%로 낮춰 공표하도록 압박했다.통계 조작이 지속되면서 부동산원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대두됐다.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 조사기관인 KB부동산, 부동산R114 등과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통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표본을 전면 교체한 이후에도 국토부와 부동산원의 조작은 이어졌다. 그간 하향 조작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기존 표본과 신표본의 격차를 0.02%포인트로 유지했다.
이번 통계 조작은 시장과 정책을 모두 교란한 범죄라는 비판이 거세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통계 왜곡으로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유통했고,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펴지 못해 시장을 망쳤다”고 지적했다.
심은지/유오상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