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성 소피아 대성당과 르비우 중세 역사 지구
위험 유산 등재 시 보호 조치 강화해야…'러 공격 억제' 기대
우크라 키이우·르비우 유적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등재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서부 도시 르비우의 유적지가 유네스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전쟁이나 테러, 자연재해 등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한 유산들을 대상으로 지정된다.

AP 통신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는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위원회가 '위험에 처산 유산'에 올리기로 한 유적지는 수도 키이우의 성 소피아 대성당 및 주변 수도원 건물들, 그리고 르비우의 중세 역사 지구다.

두 곳 모두 러시아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진 않았으나 러시아의 무인기(드론) 공격이 점점 빈번해지면서 위험에 놓였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작용했다.

성 소피아 대성당은 199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11세기에 지어졌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대성당에 맞먹도록 설계돼 있으며, 비잔틴 예술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가 대거 소장돼 있다.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르비우의 중세 역사 지구도 199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5세기에 지어진 성이 13∼17세기 사이에 지어진 거리와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곳으로, 유대교 회당과 정교회, 가톨릭 종교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다.

위원회는 "도시 구조와 건축에서 르비우는 동유럽뿐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의 건축과 예술이 잘 어우러진 뛰어난 사례"라며 "르비우의 정치적, 상업적 역할은 다양한 문화적·종교적 전통을 가진 여러 민족 집단을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올해 1월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역사 지구를 '위험에 처한 유산'에 올렸다.

강제성은 없더라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모두 비준한 1972년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서명국들은 등재 유적지를 보호해야 하며, 세계 문화유산을 고의로 훼손하지 말아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 7월 오데사에 수일간 집중 공격을 퍼부었고, 그 결과 200년 역사를 지닌 '스파소-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구세주 변용 성당)이 심하게 파괴됐다.

위원회가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등재한 유산의 보유국은 더욱 강화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일 보호 조치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세계 문화유산 자격이 박탈된다.

현재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말리 팀북투 등 55곳이 등재돼 있다.

다만 유산 자격 박탈은 당사국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아 지금까지 총 3차례만 이뤄졌다.

2007년 밀렵과 생태서식지 파괴로 오만의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구역'의 자격이 취소됐고, 2009년 4차선 다리가 건설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었다.

가장 최근엔 2021년 7월 영국 해양 산업 도시 리버풀이 훼손과 축구장 건설을 포함한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유산 자격을 박탈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