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1세…'과장된 볼륨감' 독특한 화풍으로 한국에서도 인기
'부풀려진 몸집 속 해학' 세계적 미술가 보테로 별세
콜롬비아 출신 세계적인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가 1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1세.
현지 일간지 엘티엠포와 W 라디오 방송은 보테로가 이날 모나코에 있는 자택에서 폐렴 등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테로의 딸이 아버지의 부음을 알렸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1932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태어난 보테로는 삼촌의 권유로 투우사 양성 학교에 다니다 나와 1948년 첫 작품 발표회를 열었다.

지역 신문용 삽화를 그려 생계비를 벌기도 한 그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독특한 화풍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보테로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는 풍선에 바람을 불어 넣은 듯 부풀려져 양감을 강조한 '작품 속 인물들'이다.

특히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장의 작품을 자신의 방식대로 패러디한 작품들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묘한 독창성과 애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콜롬비아 매체들은 전했다.

예컨대 대표작 '모나리자, 열 두살'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재해석한 것이고, '벨라스케스를 따라서'는 벨라스케스의 '왕녀 마르가리타'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를 따라서'는 얀 반 에이크의 유명한 작품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테로식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 익살스럽게 혓바닥을 살짝 내밀고 있는 풍만한 몸집의 고양이와 기형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말 등 '사랑스러운 뚱보'라고도 불리는 여러 조각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 스타일을 구현했다.

약간은 초현실적인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중남미,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콜롬비아 보고타,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 멕시코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주요 도시 박물관과 공공장소에 보테로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보테로는 2009년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페르난도 보테로 전'에 참석차 방한한 적 있다.

당시 그는 "13세기 이탈리아에서부터 양감(볼륨)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에 갔다가 양감이 나타나는 작품들을 보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단순히 뚱뚱한 것을 그리는 게 아니다"라고 작품 세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3천여점의 작품을 남긴 보테로에 대해 조국 콜롬비아에서는 민족 예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예술가로 추켜세우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의 전통과 결점을 아우른, 미덕의 화가 보테로가 세상을 떠났다"며 고인을 추모했고, 고향인 메데인시는 7일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다니엘 퀸테로 메데인 시장은 "보테로의 걸작들은 도시에 계속 전시될 것"이라며 "그는 그곳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