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닥치자 유가·금리 폭등…FOMC 핵심은 '점도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9월 15일 금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83%, S&P500 -1.22%, 나스닥 -1.56%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334%(4.4bp), 2년물 5.037%(2.3bp)
9월 15일은 15년 전 월가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한 지 1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던 순간입니다. S&P500 지수는 리먼이 파산 신청하기 전 금요일인 2008년 9월 12일 종가부터 2009년 3월 9일까지 46% 폭락했습니다. 하지만 그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을 따지면 380.8% 올랐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이 11.0%에 달합니다. 밤새 중국에서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8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4.6% 증가해 7월 2.5%보다 높아졌고요. 산업생산은 7월 3.7% 증가에서 8월 4.5% 상승으로 확대됐습니다. 실업률은 7월 5.3%에서 8월 5.2%로 하락했고요. 최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CPI)도 플러스권으로 회복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조금 가셨고,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나 은행 신규 대출, 자동차 판매 등도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중국 정부의 계속된 부양책이 경기 바닥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ING는 "중국의 8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모두 회복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택 경기 침체는 여전하고 회복세는 '그린 슛'(새싹) 정도라는 관측입니다. JP모건의 주하이 빈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가 나온 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 4.8%에서 5%로 높였습니다. 그는 "정부 부양책 중 어떤 것도 크다고 볼 수 없다. 고무적이지만 판도를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경제 반등은 치솟고 있던 유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오후 4시 40분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09% 오른 배럴당 91.14달러, 브렌트유는 0.55% 상승한 94.2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모두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6월 중순부터 석 달간 30% 이상 급등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원유 선물시장을 보면 9월물이 근월물인 10월물보다 배럴당 84센트 높은 '백워데이션'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공급 부족이 있다는 뜻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에너지 주식 투자를 권합니다. 기본적으로 석유 수요가 탄탄하다는 겁니다. 지난 6월 하루 1억3000만 배럴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고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급 측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큰 폭의 감산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수출량은 지난 4월 하루 740만 배럴에서 8월 하루 540만 배럴로 줄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급감한 것이죠. 모건스탠리는 "시장을 공급 부족으로 몰아넣고 유가를 상승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우디와 OPEC이 현재의 감산을 지속하는 한, 원유 시장의 수급은 빡빡하고 내년까지 이런 효과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안다는 "배럴당 100달러가 멀지는 않았지만 높은 유가로 인해 경제 전망에 위험이 생기면서 소비자 태도가 바뀔 수 있다. 원유 시장은 한동안 빡빡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지만 유가를 세 자릿수로 보내려면 새로운 촉매제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습니다.
이런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건드렸습니다. 그러자 금리가 올랐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종일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4시 40분께 국채 10년물은 4.4bp 오른 4.334%, 2년물은 2.3bp 상승한 5.037%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4.3%를 넘어 약 한 달 전 도전했던 16년 내 최고치 근처까지 올라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중국 경제에서 싹트는 새싹은 분명히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광석 가격 등도 반등하고 있다. 원유 시장 상황은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불안을 촉발한다. 이번 주 8월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를 봤는데, 에너지 가격 상승에 영향받는 헤드라인 물가는 반등하고 에너지를 뺀 근원 물가는 둔화세를 이어갔다. 미 중앙은행(Fed)은 근원 물가에 더 관심을 두지만, 헤드라인 물가가 몇 달 동안 반등을 이어간다면 그런 영향은 근원 물가에도 흘러 들어갈 것이다. 중국의 성장은 세계 경제에는 긍정적이지만, 이게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까다로운 환경이다. 다음주 Fed는 금리를 동결하고 사실상 금리 인상을 끝내겠지만, 유가로 인해 높은 금리는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이달 1000명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Marquee quick poll)를 보면 투자자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것으로 보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7월 4.2%에서 올해 말까지 3.6%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러면서도 대부분은 경직된 인플레이션이 주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답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오스카 오스툴런드 시장 분석 글로벌 헤드는 "시장에서는 미 경제의 연착륙 내러티브가 그대로 유지되려면 인플레이션 하락이 이어지고 소비 데이터의 약화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특히 최근 유가 상승세가 확대되면 인플레이션과 소비 데이터 모두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에는 유난히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많았습니다.
▶8월 수입 물가는 0.5% 증가해 예상(0.3%)이나 7월(0.1%)보다 높았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6.7% 상승한 게 가장 큰 요인입니다. 수출 가격도 1.3% 높아졌습니다. 2022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기도 합니다.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9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8월보다 21포인트 오른 1.9로 집계됐습니다. 컨센서스 -10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신규주문, 출하량 등이 모두 뛴 덕분입니다. 지불가격(prices paid index)은 25.8로 소폭 상승했지만 받은 가격(prices received index)은 7포인트나 뛰어 19.6을 기록했습니다. 제조업이 바닥을 치면서 물가 불안이 나타나는 것이죠.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는 9월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전달 3.5%에서 3.1%로 하락해 2021년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5년 기대치도 3.0%에서 2.7%로 떨어져 2020년 12월 이후 최저였습니다. 소비자 기대가 낮아진 것은 긍정적이죠. 지수 자체도 1.8포인트 낮은 67.7로 예상치 69.2보다는 낮았습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 신뢰는 악화의 초기 징후를 보인다. 미시간대 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소비자가 경제 환경에 대해 점점 더 걱정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동시에 소비자는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다고 더 확신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8월 산업생산은 0.4% 증가했습니다. 7월(0.7%)보다 감소했지만, 예상(0.2%)보다 높았습니다. 산업생산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제조업은 0.1% 늘어나는 데 그쳤고, 에너지 가격과 관련 깊은 광업 1.4%, 유틸리티가 0.9% 증가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데이터는 혼조세를 보였지만,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측면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데이터가 뚜렷한 방향성이 없었는데도 금리가 저항선을 뚫고 올라가자 투자자들은 얼어붙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뒤 계속해서 내림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 지수는 0.83%, S&P500 지수는 1.22% 내렸고, 나스닥은 1.56%나 떨어졌습니다. AXS 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베석 CEO는 "이번 주 CPI, PPI 등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뜨거웠지만, 투자자들은 Fed가 여기에 기반해 다음주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시했다. 그러나 현재 나오는 추가 데이터와 지속적인 지정학적 압력 등을 소화한 결과 오늘 투자자들은 뒤로 물러나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금리 상승이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보니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의 내림 폭이 컸습니다. 정보기술(IT) 업종은 1.95%나 폭락했습니다. △메타(-3.66%) △아마존(-2.99%) △마이크로소프트(- 2.50%)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이 모두 하락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대만 TSMC가 반도체 수요에 대한 우려 때문에 ASML 등 주요 공급업체에 장비 납품 연기를 요청했다'라고 보도한 후 △엔비디아(-3.69%) △AMD(-4.82%) △램리서치(5.0-8%) 등 반도체주의 하락 폭도 컸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3% 이상 급락해 4주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유가 급등에도 에너지 업종이 1.31% 떨어지는 등 모든 업종이 하락 압박을 받았습니다.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이 시작된 GM은 0.83% 상승했고 스텔란티스는 2.18% 올랐습니다. 포드는 0.12% 떨어졌고요. 이는 파업에 대해 시장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BMO는 "경제적 영향은 파업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고 얼마나 많은 공장이 폐쇄되는지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자동차 3사 동시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UAW는 14만5000명의 조합원 중 우선 1만2000여 명만 파업하는 등 새로운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포드 브롱코 등 가장 수익성이 높은 모델을 만드는 공장에서만 파업을 시작한 것이죠. 그러면서 언제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긴급 연설을 통해 "자동차 회사들의 기록적 이익은 기록적인 임금 계약을 통해 공유돼야 한다"고 노조 편을 들었습니다.
노조는 당장 임금을 20% 올려주고 4년에 걸쳐 40%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시간당 약 32달러가 됩니다. 주 4일, 32시간 근무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업체 측은 비용 증가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최대 20%의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내일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주 핵심 이벤트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입니다. 19일부터 회의를 시작하고 20일 오후 2시 회의 결과를 내놓습니다. 기준금리는 5.25~5.5%로 동결할 것입니다. 8월 고용은 적당히 냉각됐고, 8월 CPI를 보면 예상보다는 살짝 높았어도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파인 크리스트퍼 월러 이사도 "통화정책을 좀 더 신중히 진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다음주 금리 동결 확률을 97%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별 이슈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Fed는 어제 ECB처럼 통화정책 성명서에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이 목표로 돌아가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명시적으로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밝히진 않을 겁니다. 미국 경제는 잘 버티고 있고 유가 상승세를 고려할 때 물가 전쟁이 끝났다고 선포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마음먹으면 어느 정도 힌트는 줄 수 있습니다. 바로 점도표를 통해서죠. Fed는 지난 6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를 5.5~5.75%(중앙값)로 제시했습니다. 당시에는 두 번, 지금보다는 한 번 더 올린다는 뜻이었습니다. 석 달이 지난 다음주 이를 유지할까요. 올해뿐 아니라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도 눈여겨 합니다. 6월에 제시한 전망치는 4.5~4.75%입니다. 시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2024년 말 기준금리가 4%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100bp 이상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었죠. 하지만 이달 들어 한 번(25bp) 이상 금리 인하 기대를 없앴습니다. 지금은 4.4%가량으로 봅니다. Fed의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라는 말이 먹혀들고 있는 것이죠. 그게 이달 들어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흔들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만약 Fed 위원들이 '강한 경제, 끈질긴 물가'를 이유로 이 전망치를 높인다면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낮춘다면 긍정적이겠고요. FOMC는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및 인플레이션 전망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웰스파고는 "FOMC는 다음주 금리를 동결하지만, 매파적 편향을 유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FOMC는 정책 금리가 최종 금리에 가까워 지면서 긴축 속도를 늦춰왔다. 우리는 FOMC가 20일 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3월 이후 누적적으로 525bp를 올린 것을 고려하면 경제 활동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3분기 GDP 성장은 연율 3% 이상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근 데이터를 보면 긴축 효과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 월별 신규고용이 월 20만 개 미만으로 둔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노동 공급이 회복되고 인건비가 냉각되고 있다. 근원 CPI는 8월 3개월 연율로 2.4% 상승했는데, 이는 2년여 만에 가장 느린 속도였다.
▶지난주 월러 이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 매파도 다가오는 회의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데 동조했다. 시장은 FOMC가 9월 이후에 더욱 긴축할 의향이 있는지 단서를 찾는 데 관심을 둘 것이다. Fed는 '들어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추가 긴축이 가능하다'라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추가 긴축에 대해선 Fed 내부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본다. 9월 회의에선 경제전망(SEP)과 점도표가 제시된다. 6월 점도표에서는 2023년 말 기준금리 중앙값이 5.625%로 나타났다. 이를 5.375%로 낮춰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참가자들이 SEP에서 근원 PCE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말 전망치도 소폭 낮추기를 기대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좀 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전망치가 5.625%로 유지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비둘기파적 신호를 보내는 것을 경계할 것이다. 2023년 말 전망치가 하락하더라도 2024년, 2025년의 전망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주 Fed뿐 아니라 일본 영국 스위스 브라질 중국 터키 등의 중앙은행도 통화정책회의를 합니다. 미국의 경제 데이터는 주로 주택 관련 데이터가 몰려서 나옵니다. 18일 9월 NAHB 주택시장지수, 19일 주택 착공 건수와 허가 건수, 21일 기존주택판매 수치가 발표됩니다. 주택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20일 장 마감 뒤에는 페덱스가 실적을 발표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0.83%, S&P500 -1.22%, 나스닥 -1.56%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334%(4.4bp), 2년물 5.037%(2.3bp)
9월 15일은 15년 전 월가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한 지 1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던 순간입니다. S&P500 지수는 리먼이 파산 신청하기 전 금요일인 2008년 9월 12일 종가부터 2009년 3월 9일까지 46% 폭락했습니다. 하지만 그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을 따지면 380.8% 올랐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이 11.0%에 달합니다. 밤새 중국에서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8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4.6% 증가해 7월 2.5%보다 높아졌고요. 산업생산은 7월 3.7% 증가에서 8월 4.5% 상승으로 확대됐습니다. 실업률은 7월 5.3%에서 8월 5.2%로 하락했고요. 최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CPI)도 플러스권으로 회복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조금 가셨고,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나 은행 신규 대출, 자동차 판매 등도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중국 정부의 계속된 부양책이 경기 바닥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ING는 "중국의 8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모두 회복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택 경기 침체는 여전하고 회복세는 '그린 슛'(새싹) 정도라는 관측입니다. JP모건의 주하이 빈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가 나온 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 4.8%에서 5%로 높였습니다. 그는 "정부 부양책 중 어떤 것도 크다고 볼 수 없다. 고무적이지만 판도를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경제 반등은 치솟고 있던 유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오후 4시 40분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09% 오른 배럴당 91.14달러, 브렌트유는 0.55% 상승한 94.2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모두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6월 중순부터 석 달간 30% 이상 급등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원유 선물시장을 보면 9월물이 근월물인 10월물보다 배럴당 84센트 높은 '백워데이션'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공급 부족이 있다는 뜻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에너지 주식 투자를 권합니다. 기본적으로 석유 수요가 탄탄하다는 겁니다. 지난 6월 하루 1억3000만 배럴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고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급 측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큰 폭의 감산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수출량은 지난 4월 하루 740만 배럴에서 8월 하루 540만 배럴로 줄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급감한 것이죠. 모건스탠리는 "시장을 공급 부족으로 몰아넣고 유가를 상승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우디와 OPEC이 현재의 감산을 지속하는 한, 원유 시장의 수급은 빡빡하고 내년까지 이런 효과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안다는 "배럴당 100달러가 멀지는 않았지만 높은 유가로 인해 경제 전망에 위험이 생기면서 소비자 태도가 바뀔 수 있다. 원유 시장은 한동안 빡빡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지만 유가를 세 자릿수로 보내려면 새로운 촉매제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습니다.
이런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건드렸습니다. 그러자 금리가 올랐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종일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4시 40분께 국채 10년물은 4.4bp 오른 4.334%, 2년물은 2.3bp 상승한 5.037%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4.3%를 넘어 약 한 달 전 도전했던 16년 내 최고치 근처까지 올라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중국 경제에서 싹트는 새싹은 분명히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광석 가격 등도 반등하고 있다. 원유 시장 상황은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불안을 촉발한다. 이번 주 8월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를 봤는데, 에너지 가격 상승에 영향받는 헤드라인 물가는 반등하고 에너지를 뺀 근원 물가는 둔화세를 이어갔다. 미 중앙은행(Fed)은 근원 물가에 더 관심을 두지만, 헤드라인 물가가 몇 달 동안 반등을 이어간다면 그런 영향은 근원 물가에도 흘러 들어갈 것이다. 중국의 성장은 세계 경제에는 긍정적이지만, 이게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까다로운 환경이다. 다음주 Fed는 금리를 동결하고 사실상 금리 인상을 끝내겠지만, 유가로 인해 높은 금리는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이달 1000명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Marquee quick poll)를 보면 투자자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것으로 보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7월 4.2%에서 올해 말까지 3.6%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러면서도 대부분은 경직된 인플레이션이 주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답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오스카 오스툴런드 시장 분석 글로벌 헤드는 "시장에서는 미 경제의 연착륙 내러티브가 그대로 유지되려면 인플레이션 하락이 이어지고 소비 데이터의 약화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특히 최근 유가 상승세가 확대되면 인플레이션과 소비 데이터 모두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에는 유난히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많았습니다.
▶8월 수입 물가는 0.5% 증가해 예상(0.3%)이나 7월(0.1%)보다 높았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6.7% 상승한 게 가장 큰 요인입니다. 수출 가격도 1.3% 높아졌습니다. 2022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기도 합니다.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9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8월보다 21포인트 오른 1.9로 집계됐습니다. 컨센서스 -10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신규주문, 출하량 등이 모두 뛴 덕분입니다. 지불가격(prices paid index)은 25.8로 소폭 상승했지만 받은 가격(prices received index)은 7포인트나 뛰어 19.6을 기록했습니다. 제조업이 바닥을 치면서 물가 불안이 나타나는 것이죠.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는 9월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전달 3.5%에서 3.1%로 하락해 2021년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5년 기대치도 3.0%에서 2.7%로 떨어져 2020년 12월 이후 최저였습니다. 소비자 기대가 낮아진 것은 긍정적이죠. 지수 자체도 1.8포인트 낮은 67.7로 예상치 69.2보다는 낮았습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 신뢰는 악화의 초기 징후를 보인다. 미시간대 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소비자가 경제 환경에 대해 점점 더 걱정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동시에 소비자는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다고 더 확신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8월 산업생산은 0.4% 증가했습니다. 7월(0.7%)보다 감소했지만, 예상(0.2%)보다 높았습니다. 산업생산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제조업은 0.1% 늘어나는 데 그쳤고, 에너지 가격과 관련 깊은 광업 1.4%, 유틸리티가 0.9% 증가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데이터는 혼조세를 보였지만,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측면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데이터가 뚜렷한 방향성이 없었는데도 금리가 저항선을 뚫고 올라가자 투자자들은 얼어붙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뒤 계속해서 내림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 지수는 0.83%, S&P500 지수는 1.22% 내렸고, 나스닥은 1.56%나 떨어졌습니다. AXS 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베석 CEO는 "이번 주 CPI, PPI 등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뜨거웠지만, 투자자들은 Fed가 여기에 기반해 다음주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시했다. 그러나 현재 나오는 추가 데이터와 지속적인 지정학적 압력 등을 소화한 결과 오늘 투자자들은 뒤로 물러나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금리 상승이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보니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의 내림 폭이 컸습니다. 정보기술(IT) 업종은 1.95%나 폭락했습니다. △메타(-3.66%) △아마존(-2.99%) △마이크로소프트(- 2.50%)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이 모두 하락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대만 TSMC가 반도체 수요에 대한 우려 때문에 ASML 등 주요 공급업체에 장비 납품 연기를 요청했다'라고 보도한 후 △엔비디아(-3.69%) △AMD(-4.82%) △램리서치(5.0-8%) 등 반도체주의 하락 폭도 컸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3% 이상 급락해 4주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유가 급등에도 에너지 업종이 1.31% 떨어지는 등 모든 업종이 하락 압박을 받았습니다.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이 시작된 GM은 0.83% 상승했고 스텔란티스는 2.18% 올랐습니다. 포드는 0.12% 떨어졌고요. 이는 파업에 대해 시장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BMO는 "경제적 영향은 파업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고 얼마나 많은 공장이 폐쇄되는지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자동차 3사 동시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UAW는 14만5000명의 조합원 중 우선 1만2000여 명만 파업하는 등 새로운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포드 브롱코 등 가장 수익성이 높은 모델을 만드는 공장에서만 파업을 시작한 것이죠. 그러면서 언제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긴급 연설을 통해 "자동차 회사들의 기록적 이익은 기록적인 임금 계약을 통해 공유돼야 한다"고 노조 편을 들었습니다.
노조는 당장 임금을 20% 올려주고 4년에 걸쳐 40%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시간당 약 32달러가 됩니다. 주 4일, 32시간 근무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업체 측은 비용 증가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최대 20%의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내일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주 핵심 이벤트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입니다. 19일부터 회의를 시작하고 20일 오후 2시 회의 결과를 내놓습니다. 기준금리는 5.25~5.5%로 동결할 것입니다. 8월 고용은 적당히 냉각됐고, 8월 CPI를 보면 예상보다는 살짝 높았어도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파인 크리스트퍼 월러 이사도 "통화정책을 좀 더 신중히 진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다음주 금리 동결 확률을 97%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별 이슈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Fed는 어제 ECB처럼 통화정책 성명서에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이 목표로 돌아가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명시적으로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밝히진 않을 겁니다. 미국 경제는 잘 버티고 있고 유가 상승세를 고려할 때 물가 전쟁이 끝났다고 선포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마음먹으면 어느 정도 힌트는 줄 수 있습니다. 바로 점도표를 통해서죠. Fed는 지난 6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를 5.5~5.75%(중앙값)로 제시했습니다. 당시에는 두 번, 지금보다는 한 번 더 올린다는 뜻이었습니다. 석 달이 지난 다음주 이를 유지할까요. 올해뿐 아니라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도 눈여겨 합니다. 6월에 제시한 전망치는 4.5~4.75%입니다. 시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2024년 말 기준금리가 4%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100bp 이상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었죠. 하지만 이달 들어 한 번(25bp) 이상 금리 인하 기대를 없앴습니다. 지금은 4.4%가량으로 봅니다. Fed의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라는 말이 먹혀들고 있는 것이죠. 그게 이달 들어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흔들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만약 Fed 위원들이 '강한 경제, 끈질긴 물가'를 이유로 이 전망치를 높인다면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낮춘다면 긍정적이겠고요. FOMC는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및 인플레이션 전망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웰스파고는 "FOMC는 다음주 금리를 동결하지만, 매파적 편향을 유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FOMC는 정책 금리가 최종 금리에 가까워 지면서 긴축 속도를 늦춰왔다. 우리는 FOMC가 20일 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3월 이후 누적적으로 525bp를 올린 것을 고려하면 경제 활동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3분기 GDP 성장은 연율 3% 이상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근 데이터를 보면 긴축 효과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 월별 신규고용이 월 20만 개 미만으로 둔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노동 공급이 회복되고 인건비가 냉각되고 있다. 근원 CPI는 8월 3개월 연율로 2.4% 상승했는데, 이는 2년여 만에 가장 느린 속도였다.
▶지난주 월러 이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 매파도 다가오는 회의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데 동조했다. 시장은 FOMC가 9월 이후에 더욱 긴축할 의향이 있는지 단서를 찾는 데 관심을 둘 것이다. Fed는 '들어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추가 긴축이 가능하다'라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추가 긴축에 대해선 Fed 내부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본다. 9월 회의에선 경제전망(SEP)과 점도표가 제시된다. 6월 점도표에서는 2023년 말 기준금리 중앙값이 5.625%로 나타났다. 이를 5.375%로 낮춰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참가자들이 SEP에서 근원 PCE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말 전망치도 소폭 낮추기를 기대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좀 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전망치가 5.625%로 유지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비둘기파적 신호를 보내는 것을 경계할 것이다. 2023년 말 전망치가 하락하더라도 2024년, 2025년의 전망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주 Fed뿐 아니라 일본 영국 스위스 브라질 중국 터키 등의 중앙은행도 통화정책회의를 합니다. 미국의 경제 데이터는 주로 주택 관련 데이터가 몰려서 나옵니다. 18일 9월 NAHB 주택시장지수, 19일 주택 착공 건수와 허가 건수, 21일 기존주택판매 수치가 발표됩니다. 주택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20일 장 마감 뒤에는 페덱스가 실적을 발표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