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돈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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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자본주의사회를 한마디로 줄이면 ‘돈이 주인’인 세상이다. 돈이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갖게 만든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즉, 돈을 내는 사람이 주도권을 쥔다는 뜻이다. 근로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받는 사람은 돈을 주는 사람에게 예속되거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돈을 주는 소비자는 왕 대접을 받길 원한다. 돈을 주는 사장도 역시 근로자나 종업원을 하인처럼 부리고 싶어 한다. 사람의 노동력을 돈으로 사는 것이지만, 그 노동력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모든 것이다. 사람의 육체와 영혼에서 노동력만을 따로 떼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8시간 동안은 사장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노동력을 판 사람의 의무이니 돈을 주는 쪽의 명령은 곧 돈의 힘이다.
나이 들어 조직을 떠나고 나면 돈이 권력이면서 명함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하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직장이 권력이요 명함이었지만, 은퇴 이후에는 왕년의 직장을 자랑하며 살아간다. 직장도 없고 명함도 없는 사람 사이에서 돈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밥값을 내거나 술값을 내는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돈 내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돈의 힘을 사용한다. 거래의 편리함을 위해 돈이 탄생했지만, 이제는 돈이 사람을 부려먹는 세상이다. 가난한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가난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겐 크나큰 형벌이다. 세계적인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을 보면 456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나온다. 가난하게 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들은 돈에 목숨을 건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이 시키는 일을 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먹고 살려면 누군가에게 내 ‘육체와 정신’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인으로 태어나지만 공부를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서 자유를 포기하고 시키는 대로 일하는 ‘현대판 노예’가 된다. 물론 근로계약은 8시간이고 나머지는 자유인이지만, 출퇴근 시간과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을 빼고 나면 내 마음대로 쓸 시간은 많지 않다.
절대적 빈곤을 마주했을 때 실제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절대적 가난은 그 자체로 죄인 취급을 받는다.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에듀푸어, 카푸어 등 거의 모든 경제, 사회 활동과 관련한 말 뒤에 푸어(poor)라는 가난의 꼬리표가 붙는다. 나아가 젊은 세대에게는 3포, 5포, 7포, 9포, N포까지 점점 그 숫자를 키워가며 poor가 되기도 전에 스스로 포기할 것을 강요당한다.
부자는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의 시간을 산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남을 위해, 남들이 시키는 일을 하느라 내 시간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한다. 부자는 나를 위해 살고, 가난한 사람은 남의 위해 산다. 단순한 계획과 평범한 열정만으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만든 공산당 선언에 등장한 구호이다. 이것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하자!”라는 선언을 거쳐 최근에는 “노동자들이여! 단결하여 자본가를 때려 부수고 노동자 세상을 만들자!”라는 과격한 구호로 변해오고 있다. 땀 흘려 버는 돈은 좋은 돈이고 나머지 자산소득은 불로소득이라는 이름의 나쁜 돈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 좋은 돈, 나쁜 돈은 없다. 왼쪽 주머니에는 노동을 통해 번 돈이 들어있고, 오른쪽 주머니에는 자산소득이 들어있다고 가정해 보자. 마트에 가서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받겠는가,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받겠는가 물어보면 그냥 돈만 지불하면 된다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동소득은 신성한 돈, 깨끗한 돈(淸財)으로 인식하는 반면 자산소득은 나쁜 돈, 지저분한 돈(濁財)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는가?
결국 사람의 인생은 돈에서 시작해서 돈으로 끝을 맺는다. (Life is Money) 돈은 곧 인생이요, 인생이 곧 돈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돈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아니겠는가? 그놈의 돈이 무엇이라고 인간 세상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인간 위에 군림하고 있으니 돈 공부 안하고 버틸 재주가 있겠는가?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나이 들어 조직을 떠나고 나면 돈이 권력이면서 명함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하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직장이 권력이요 명함이었지만, 은퇴 이후에는 왕년의 직장을 자랑하며 살아간다. 직장도 없고 명함도 없는 사람 사이에서 돈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밥값을 내거나 술값을 내는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돈 내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돈의 힘을 사용한다. 거래의 편리함을 위해 돈이 탄생했지만, 이제는 돈이 사람을 부려먹는 세상이다. 가난한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가난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겐 크나큰 형벌이다. 세계적인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을 보면 456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나온다. 가난하게 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들은 돈에 목숨을 건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이 시키는 일을 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먹고 살려면 누군가에게 내 ‘육체와 정신’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인으로 태어나지만 공부를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서 자유를 포기하고 시키는 대로 일하는 ‘현대판 노예’가 된다. 물론 근로계약은 8시간이고 나머지는 자유인이지만, 출퇴근 시간과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을 빼고 나면 내 마음대로 쓸 시간은 많지 않다.
절대적 빈곤을 마주했을 때 실제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절대적 가난은 그 자체로 죄인 취급을 받는다.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에듀푸어, 카푸어 등 거의 모든 경제, 사회 활동과 관련한 말 뒤에 푸어(poor)라는 가난의 꼬리표가 붙는다. 나아가 젊은 세대에게는 3포, 5포, 7포, 9포, N포까지 점점 그 숫자를 키워가며 poor가 되기도 전에 스스로 포기할 것을 강요당한다.
부자는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의 시간을 산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남을 위해, 남들이 시키는 일을 하느라 내 시간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한다. 부자는 나를 위해 살고, 가난한 사람은 남의 위해 산다. 단순한 계획과 평범한 열정만으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만든 공산당 선언에 등장한 구호이다. 이것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하자!”라는 선언을 거쳐 최근에는 “노동자들이여! 단결하여 자본가를 때려 부수고 노동자 세상을 만들자!”라는 과격한 구호로 변해오고 있다. 땀 흘려 버는 돈은 좋은 돈이고 나머지 자산소득은 불로소득이라는 이름의 나쁜 돈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 좋은 돈, 나쁜 돈은 없다. 왼쪽 주머니에는 노동을 통해 번 돈이 들어있고, 오른쪽 주머니에는 자산소득이 들어있다고 가정해 보자. 마트에 가서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받겠는가,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받겠는가 물어보면 그냥 돈만 지불하면 된다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동소득은 신성한 돈, 깨끗한 돈(淸財)으로 인식하는 반면 자산소득은 나쁜 돈, 지저분한 돈(濁財)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는가?
결국 사람의 인생은 돈에서 시작해서 돈으로 끝을 맺는다. (Life is Money) 돈은 곧 인생이요, 인생이 곧 돈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돈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아니겠는가? 그놈의 돈이 무엇이라고 인간 세상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인간 위에 군림하고 있으니 돈 공부 안하고 버틸 재주가 있겠는가?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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