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7부제 아이디어요? '호모데우스' 읽으며 떠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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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명이 한 육체 공유하는 미래…박소영 SF소설 '네가 있는 요일'
"인간이 인간대우 못 받는 시대에도 중요한 가치는 사랑일 거예요" 환경파괴와 식량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7부제가 실행되는 미래. 일곱 사람이 하나의 몸을 공유한다.
사람들은 하나의 신체를 하루씩 요일별로 돌아가며 사용하고, 나머지 엿새 동안은 가상현실의 공간 '낙원'에 접속한다.
같은 몸을 공유하는 7명은 '보디메이트'로 불리며, '세븐메이츠'(7 Mates)라는 메신저의 단체 대화 기능으로만 소통할 수 있다.
박소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네가 있는 요일'(창비)에서 화요일에 신체를 사용하는 '화인' 강지나는 수요일을 사는 '수인' 현울림에게 매번 곤란한 상황에서 신체를 넘겨준다.
울림은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로 만취한 상태이거나 빗물에 젖은 길바닥에서 깨어나기 일쑤다.
그렇게 맞은 스물두번째 생일날 현울림이 강지나로부터 몸을 넘겨받아 눈을 뜬 곳은 또다시 낯선 곳이다.
바다 위 야간의 요트에서 깨어난 울림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강제로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다 신체에서 긴급히 빠져나오지만, 가상현실 공간 '낙원'에서 사망 통보를 받고 만다.
현울림을 죽인 것은 누구일까.
육체를 되찾으려는 울림은 곧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네가 있는 요일'은 박소영 작가가 전작 '스노볼'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장편 SF소설로, 인간 7부제라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독특한 상상력이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구상에 인간이 너무 많아 야기되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이 하나의 신체를 여러 명이 공유하게 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매우 디스토피아적이다.
더구나 그런 미래는 여전히, 아니 현재보다 훨씬 더 가혹하게 불평등하다.
'환경부담금'을 내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진 이들은 인간 7부제를 택하지 않고 온전히 제 육체를 소유하고 산다.
가상의 온라인 공간인 '낙원'은 또 어떠한가.
자신에게 배당된 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는 현실의 육체에 깃들 수 없기에 인간은 이 가상공간에서만 살 수 있다.
이름처럼 '낙원'은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부단히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뭐든 쉽고 재미있는 온라인 게임 같은 세상이다.
가혹한 현실 세계 대신 달콤한 '낙원'을 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이러니의 극치다.
박소영 작가는 전작 '스노볼'에선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까지 내려가는 혹한기에 돔으로 둘러싸 따뜻하게 만든 공간인 스노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제1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스노볼'은 현재 여러 언어로 번역되는 한편 국내에서는 드라마로 제작이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전화로 만난 박 작가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으면서 처음 '네가 있는 요일'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기술혁명이 이어지면 인간이 하는 일을 기계와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대가 올 텐데,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고 인간이 쓸모가 없어지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잉여 인간이 넘치는 시대. 그런 질문들에 대한 저만의 SF적인 답변이 '인간 7부제'라는 아이디어였어요.
"
'네가 있는 요일'은 자기만의 육체를 갖지 못한 인간들이 가상의 세계에 갇혀 사는 암울한 미래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귀중한 가치인지를 보여준다.
그 인간의 존엄을 위해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사랑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일주일에 6일을 살아야 하는, 인간의 쓸모라는 게 매우 저평가되는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간이 인간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에게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결국 살아갈 수 있을 거다'라는 메시지죠. 너무 뻔한가요? (웃음)"
박 작가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뒤 언론사에 기자로 입사해 수습 기간을 마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표를 냈다.
SF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뒤 작가로서 본격 데뷔하기까지는 5년가량 절치부심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 시간은 열심히 다른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보며 아이디어를 다듬고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집필하며 채워갔다고 한다.
박 작가는 앞으로도 한눈팔지 않고 SF와 판타지 등 장르 소설에 집중할 계획이다.
SF 장르의 매력으로는 현실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현실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그대로 다루는 건 슬프고 화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거리감을 두고 냉정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소설들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 /연합뉴스
"인간이 인간대우 못 받는 시대에도 중요한 가치는 사랑일 거예요" 환경파괴와 식량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7부제가 실행되는 미래. 일곱 사람이 하나의 몸을 공유한다.
사람들은 하나의 신체를 하루씩 요일별로 돌아가며 사용하고, 나머지 엿새 동안은 가상현실의 공간 '낙원'에 접속한다.
같은 몸을 공유하는 7명은 '보디메이트'로 불리며, '세븐메이츠'(7 Mates)라는 메신저의 단체 대화 기능으로만 소통할 수 있다.
박소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네가 있는 요일'(창비)에서 화요일에 신체를 사용하는 '화인' 강지나는 수요일을 사는 '수인' 현울림에게 매번 곤란한 상황에서 신체를 넘겨준다.
울림은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로 만취한 상태이거나 빗물에 젖은 길바닥에서 깨어나기 일쑤다.
그렇게 맞은 스물두번째 생일날 현울림이 강지나로부터 몸을 넘겨받아 눈을 뜬 곳은 또다시 낯선 곳이다.
바다 위 야간의 요트에서 깨어난 울림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강제로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다 신체에서 긴급히 빠져나오지만, 가상현실 공간 '낙원'에서 사망 통보를 받고 만다.
현울림을 죽인 것은 누구일까.
육체를 되찾으려는 울림은 곧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네가 있는 요일'은 박소영 작가가 전작 '스노볼'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장편 SF소설로, 인간 7부제라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독특한 상상력이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구상에 인간이 너무 많아 야기되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이 하나의 신체를 여러 명이 공유하게 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매우 디스토피아적이다.
더구나 그런 미래는 여전히, 아니 현재보다 훨씬 더 가혹하게 불평등하다.
'환경부담금'을 내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진 이들은 인간 7부제를 택하지 않고 온전히 제 육체를 소유하고 산다.
가상의 온라인 공간인 '낙원'은 또 어떠한가.
자신에게 배당된 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는 현실의 육체에 깃들 수 없기에 인간은 이 가상공간에서만 살 수 있다.
이름처럼 '낙원'은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부단히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뭐든 쉽고 재미있는 온라인 게임 같은 세상이다.
가혹한 현실 세계 대신 달콤한 '낙원'을 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이러니의 극치다.
박소영 작가는 전작 '스노볼'에선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까지 내려가는 혹한기에 돔으로 둘러싸 따뜻하게 만든 공간인 스노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제1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스노볼'은 현재 여러 언어로 번역되는 한편 국내에서는 드라마로 제작이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전화로 만난 박 작가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으면서 처음 '네가 있는 요일'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기술혁명이 이어지면 인간이 하는 일을 기계와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대가 올 텐데,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고 인간이 쓸모가 없어지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잉여 인간이 넘치는 시대. 그런 질문들에 대한 저만의 SF적인 답변이 '인간 7부제'라는 아이디어였어요.
"
'네가 있는 요일'은 자기만의 육체를 갖지 못한 인간들이 가상의 세계에 갇혀 사는 암울한 미래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귀중한 가치인지를 보여준다.
그 인간의 존엄을 위해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사랑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일주일에 6일을 살아야 하는, 인간의 쓸모라는 게 매우 저평가되는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간이 인간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에게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결국 살아갈 수 있을 거다'라는 메시지죠. 너무 뻔한가요? (웃음)"
박 작가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뒤 언론사에 기자로 입사해 수습 기간을 마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표를 냈다.
SF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뒤 작가로서 본격 데뷔하기까지는 5년가량 절치부심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 시간은 열심히 다른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보며 아이디어를 다듬고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집필하며 채워갔다고 한다.
박 작가는 앞으로도 한눈팔지 않고 SF와 판타지 등 장르 소설에 집중할 계획이다.
SF 장르의 매력으로는 현실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현실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그대로 다루는 건 슬프고 화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거리감을 두고 냉정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소설들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