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막 항저우 아시안게임 계기 김정은 방중 거론
내달 '일대일로' 정상회의서 북중러 회담 가능성도
푸틴 '선물 보따리' 챙긴 김정은, 시진핑도 만날까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행보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이달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가 푸틴 대통령에 이어 시 주석과도 회담할 경우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한미일에 대항하는 북중러의 결속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 북러 군사협력 강화 확인…"북한이 얻은 것 더 많아"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해 러시아의 하산,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를 거쳐 13일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사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후에도 러시아 극동 도시를 시찰하면서 전투기를 생산하는 '유리 가가린' 공장과 전략폭격기가 배치된 크네비치 군 비행장, 전략핵잠수함이 정박하는 태평양함대 기지 등을 방문해 북러 군사협력 의지를 과시했다.

북러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군사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와 첨단 핵·미사일 기술을 원하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군사물자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군사정찰위성 확보 등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지원하는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에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보다는 북한이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탄약을 확보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립된 상황에서 우군을 얻게 됐다면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과 핵잠수함 설계 등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양 총장은 "특히,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 및 무기 수출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신형 탄도미사일 등으로 (수출 품목을) 확대해 국방경제사업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틴 '선물 보따리' 챙긴 김정은, 시진핑도 만날까
◇ 김정은 다음 시선은 중국 향할 듯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열린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한미일에 대항하는 북중러 결속이 본격화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의 안보 협력 강화에 압박을 느끼는 김 위원장의 다음 시선은 중국을 향할 전망이다.

이달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러시아가 북한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북중러 해상연합훈련이 실현되기 위해선 중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중국이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과의 군사협력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한미일의 결속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북중러 해상연합훈련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동북아 지역에서 해상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여기에 가세하면 한미일에 대항하는 북중러 3자 군사협력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동남부에 위치한 항저우는 김 위원장이 선호하는 이동수단인 열차로 가기에는 평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참여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해 중국과의 유대 관계를 다진 후 열차 이동이 가능한 베이징이나 중국 동북 지역에서 북중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푸틴 '선물 보따리' 챙긴 김정은, 시진핑도 만날까
◇ 내달 베이징서 북중러 정상회담 열릴까?
북러 정상회담 후 적절한 시기에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미러, 미중 관계가 지금 궤도대로 계속 간다면 향후 푸틴, 김정은, 시진핑이 3자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북중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점쳤다.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제3차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까지 참석하면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

한편,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칩거하던 김 위원장이 국제 외교무대에 복귀했다는 의미도 있다.

김 위원장이 다른 나라 정상과 회담하는 것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이후 약 4년 3개월 만이다.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선 김 위원장이 러시아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4번이나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했고, 2019년 6월 하순에는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났다.

1년 3개월 동안 다섯 차례나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이 기간 북러 정상회담은 2019년 4월 한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당시 미국과 담판을 벌이던 김 위원장으로선 러시아보다는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대중보다 대러 관계 중시하는 모양새
지금은 김 위원장이 대중 관계보다 대러 관계를 우선시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의 대러 관계 중시는 지난 7월 하순 북한의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행사에 참여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 중 러시아 쪽을 더 우대하는 모습에 이미 감지됐다.

외교무대 복귀 파트너로도 시진핑보다는 푸틴을 선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와 핵·미사일 개발로 제재를 받아온 북한이 동병상련의 처지이고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8∼19년엔 북미 정상회담이 있어 북한이 중국에 설명할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북중 현안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무기 거래 등) 북러 현안이 더 많다"며 김 위원장이 시 주석보다는 푸틴 대통령을 먼저 만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