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동산 통계, 실거래가 기반으로 바꿔야
한국의 부동산 지표가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2020년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 공식통계를 토대로 2017년 이후 주택가격이 11% 올랐다고 발표했으나 민간에서 작성한 통계에서는 50%를 웃도는 인상률을 보여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부동산 가격지수는 경기 변동을 알 수 있는 주요 거시경제 지표인 데다 국민의 주택 거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보로, 정확하게 측정돼야 한다.

부동산 가격지표를 만드는 방법에는 표본조사 또는 실거래 자료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이용하는 한국부동산원과 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는 표본조사를 통해 만든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유사하게 전국의 거래 가능한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표본을 선정하고 주기적으로 가격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많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실거래 데이터로 만든다. 노벨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케이스-실러’ 지수가 가장 대표적인 실거래가격지수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이용하는 표본조사 기반 부동산 통계는 공표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여러 단점도 지적돼 왔다. 우선 표본조사에 기반한 부동산 통계는 선정된 표본이 대표성이 없을 경우 실제 시장을 부정확하게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관련 국내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부동산원과 국민은행의 가격지수는 20%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실거래가와 부동산114 가격지수의 상승률은 60%에 달했다. 특히 KB지수는 표본이 아닌 모든 시세를 이용해 산정할 경우 실거래가지수와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표본 선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 통계가 정치 쟁점화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표본조사 기반의 통계는 외부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표본조사 기반 방식은 표본에 있는 주택의 거래가 없으면 실제 거래가격이 아니라 시세 자료나 감정가격으로 지수를 산정하기 때문에 조사원이나 부동산 중개업소의 주관적인 판단이 반영될 여지도 있다. 이런 한계는 특히 가격 급변기에 드러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미국의 주택가격 급변기를 대상으로 한 관련 연구에 따르면 경제 주체들은 급등기에는 실제보다 상승폭을 작게 예측하고 급락기에는 하락폭을 작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호가에 기반한 부동산 통계는 가격 등락 폭을 실제보다 작게 예측할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표본조사 방법은 수만 개의 주택 표본을 주기적으로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소요돼 다양한 지표가 나오기 어렵다. 실거래가격을 토대로 하는 미국은 케이스-실러 지수뿐만 아니라 주택금융 당국이나 민간 부동산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부동산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이런 통계의 다양성은 통계 작성 기관 간의 경쟁을 촉진해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장기에 걸쳐 보유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속보성보다는 정확성을 우선시하는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공식통계를 실거래 기반으로 전환하는 한편 실거래가 원자료를 공신력 있는 학계와 연구단체에 공개해 다양한 실거래가 기반 통계가 편제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또 실거래가 기반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긴 공표 주기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법을 이용한 속보성 지수 개발도 병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