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몬스터즈 주장 박용택/사진=JTBC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 주장 박용택/사진=JTBC '최강야구'
"오늘도 훈련하다 왔어요. 제 손을 본 사람들이 '이게 무슨 은퇴한 사람 손이냐'고 깜짝깜짝 놀라요."(웃음)

JTBC '최강야구'의 '탭틴택' 박용택이 웃으며 굳은살이 가득 손을 보여줬다. KBO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출전한 선수이자 사상 첫 개인 통한 2500안타 달성자, LG트윈스의 영구 결번 박용택이 은퇴 후에도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승률이 7할 밑으로 떨어지면 폐지"라는 무시무시한 목표를 내걸고 경기에 임하는 '최강야구' 때문이다.

박용택은 '최강야구' 기획 단계부터 선수 캐스팅까지 함께한 원년 멤버이지만, 지난해 '타율 꼴찌, 출루율 꼴찌, 장타율 꼴찌'라는 성적표에 제작진으로부터 '연봉삭감'을 통보받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프로 시절과 다름없는 활약을 펼치며 주장으로서 최강 몬스터즈를 이끌고 있다.

박용택은 "그때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면서 "정말 화도 나고, 창피해 하차까지 고민했지만, 그렇게 그만둬선 안 된다고, 제대로 야구를 하고 끝내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작년이랑 어쩌면 그렇게 달라요'라는 말을 하는데, 제 인생에서 야구를 하면서 작년 같았던 적이 없었다"며 "'달라졌다'가 아니라 '원래대로 돌아왔다'가 맞다"면서 웃었다.
최강 몬스터즈 주장 박용택/사진=JTBC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 주장 박용택/사진=JTBC '최강야구'
"야구를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생 때부터 은퇴하기 전까지, 야구를 좋아했지만 즐겁게 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은퇴 후엔 즐기면서 야구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그러니까 안되더라고요. 올해는 마인드 세팅부터 다시 했어요. 스트레스도 받고, 압박감도 있고, 불안감도 있어야 야구가 되나 봐요.(웃음) '최강야구'는 '예능'이지만 저희는 '다큐'에요. 저희끼리 '프로야구 정규 시즌도 아니고 포스트 시즌 느낌'이라고 말해요. 김성근 감독님도 '한국 시리즈 하는 거 같다'고 하셨잖아요. 야구쟁이들은 이렇게 말해도 안 믿긴 해요. 어떻게 그런 감정이 올라오냐고요. 그런데 저희도 이렇게까지 될 거라 생각 못했어요."

다들 '진심'으로 경기에 임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진심'으로 최강 몬스터즈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최강 몬스터즈의 직관 경기는 '1초컷'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매 경쟁이 치열하다. 1만8000석 규모 관람석의 고척 스카이돔 직관 경기도 단숨에 매진시켜 버린다. 예매 시간에 맞춰 대기 번호 3000번대에 입장해도 빈 좌석을 찾을 수 없다. 취소표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한국 시리즈보다 더하다"면서 최강 몬스터즈의 인기에 놀라움을 보이고 있다.

최강 몬스터즈를 통해 프로 무대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뷰 전날 있었던 '2024 KBO 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정현수가 롯데 자이언츠에 2라운드에서 지명돼 화제가 됐다. 황영묵과 고영욱이 4라운드에서 각각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됐고, 김민주 또한 7라운드에 기아의 호명을 받았다. 박용택은 신인 드래프트 현장을 직접 찾아 어린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박용택은 "다들 예쁘게 잘 봐주신 거 같아 고마웠다"며 "지명이 안 나온 (원성준) 선수도 있는데, 아쉽더라. 기회를 받고 한번은 붙어봐야 되든 안 되든 후회 없이 할 수 있으니까, 다른 기회가 왔으면 한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최강 몬스터즈를 바라보는 팬들도, 선수들도, 심지어 제작진까지 모두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하나의 독립 구단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응원하고 있다. 박용택은 "저도 다들 왜 이렇게 진심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선수들도 진심이고, 제작진도 누가 재밌는 얘기, 웃긴 얘기하는 것에 전혀 관심도 없고 방송에 쓰지도 않는다. 오롯이 야구 잘하는 사람만 좋아한다. 진짜 구단 프론트같다"고 전했다.

박용택은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으로 가게 돼 '최강야구'를 더는 할 수 없게 되면서 '감독 대행'으로 최강 몬스터즈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와 함께 김성근 감독이 합류하면서 그의 짧은 감독 대행 시간은 마무리됐다. 박용택은 "우리 모두 두 사람이 오는 걸 전혀 몰랐다"며 "(이)대호가 들어왔을 땐 감독 입장에서 '아, 이제 숨통이 트인다'라고 생각했고, 김성근 감독님을 보곤 '와, 이제 진짜 실전이다. 웃음기 빼고 연습만 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최강 몬스터즈 주장 박용택/사진=JTBC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 주장 박용택/사진=JTBC '최강야구'
'최강' 멤버들이 모여 '최강'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강 몬스터즈이지만, 앞서 동국대와 경기에서 폭염과 폭우로 선수들의 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8대0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하게 됐다. 박용택은 "그땐 진짜 집에 가고 싶었다"며 "경기에서 지고 창피하고 화도 나서 빨리 준비해 비를 뚫고 후다닥 집으로 갔는데, 이미 차 바퀴의 3분의 1 정도까지 물이 찼다. 다음날 해설하러 가려고 나오는데 차 번호판이 빠져 있더라. 그 정도로 물살도 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우리가 잘 싸워서 진 날은 인정이 되지만, 이런 날은 너무 아쉽고 창피해서 빨리 잊고 새로 하고 싶은데 번호판을 보니 다시 그때 상황이 떠 올랐다"며 "앞으로 잊을 수가 없게 됐다"고 전했다.

패배는 있었지만 '최강야구'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박용택은 "방송의 스포일러가 되는 거 아니냐"고 조심하면서도 "우리끼리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고 귀띔하며 앞으로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이 끝나고 제 신변의 변화가 있지 않다면 무조건 계속하고 싶다"면서 최강 몬스터즈에 대한 애정을 거듭 드러냈다. 박용택은 KBS 야구 해설위원이자 현역 시절부터 유명했던 화려한 입담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 섭외 요청이 줄을 잇고 있지만, 약속된 연습 시간에는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인 훈련도 빼놓지 않는다. '최강야구'를 우선순위에 두고 생활에 임하는 것.

"사실 요즘 극도로 피곤해요.(웃음) 얼마 전에도 병원에 다녀왔어요. 그래도 그냥 야구 속에 사는 거 같아요. 야구 얘기를 할 때 가장 흥분되고, 말도 많아지고, 공부도 계속하게 되고요. 피곤해도 야구와 관련된 걸 하면 계속 하게 돼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