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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新자원전쟁]
②신흥 자원부국의 부상과 지정학 질서 변화
첨단 산업의 핵심 광물을 두고 벌어진 글로벌 신자원전쟁에서 남미와 아프리카가 ‘키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급팽창하는 상황에서 리튬, 코발트 등 광물 매장량이 풍부한 남미와 아프리카는 필수 투자처다. 일찍이 아프리카에 투자해온 중국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탈중국’을 추진하는 서방 모두 두 대륙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원자재 강국’으로 떠오른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광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자원민족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순 채굴을 넘어선 자국 내 가공 등 고부가가치 생태계 구축은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세계 각국은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과 올해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예고 이후 중국에 치중돼 있던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조달해야 하고, CRMA는 중국의 원자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아프리카와 남미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아프리카에는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48%, 망간 매장량의 47%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과 니켈 등 저탄소 전환에 중요한 광물도 풍부하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글로벌 리튬 매장량 1위와 3위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두 국가 매장량의 합은 전 세계 매장량의 46%에 이른다. 브라질에도 배터리 원료인 흑연과 희토류 등이 매장돼 있다.
일본도 아프리카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했다. 나미비아와 희토류를 공동 탐사하고, 잠비아와는 채굴과 제련, 인재 육성 등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영국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광물 관련 정기 장관급 회의를 신설했고, 잠비아와 30억 파운드(약 4조9900억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추진하는 협정을 맺었다. 일본과 영국은 아프리카 등서 핵심 광물을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중국도 서방 공세에 대항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아프리카 약 50개국과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을 열었다. 다음달에는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연다. 이전에도 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들이 다수 참석했다.
광물 수출 통제로 고부가가치 생태계를 구성하려는 국가들도 있다. 단순 채굴을 넘어 외국 자본의 힘을 빌려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국가 산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니켈 생산 1위국인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니켈 원광 수출을 중단하고, 외국 자본을 투입해 자국 내 제련시설을 확충했다. 2015년 10억 달러였던 인도네시아의 가공된 니켈 수출규모는 지난해 3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제련 역량이 채굴량을 넘어설 만큼 성장하자 필리핀에서 니켈 광물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수출 규제 범위를 알루미늄 원광인 보크사이트로 넓혔다. 일각에선 신흥 광물부국들의 지정학적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 집중된 석유 및 가스와 달리 핵심 광물은 대륙 내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고 호주와 중국, 북미 등지에도 상당량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최근 리튬이 공급 과잉으로 2028년까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단기적으로 이들 국가나 국영기업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석유, 가스 생산국처럼 지속적으로 지정학적인 힘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②신흥 자원부국의 부상과 지정학 질서 변화
첨단 산업의 핵심 광물을 두고 벌어진 글로벌 신자원전쟁에서 남미와 아프리카가 ‘키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급팽창하는 상황에서 리튬, 코발트 등 광물 매장량이 풍부한 남미와 아프리카는 필수 투자처다. 일찍이 아프리카에 투자해온 중국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탈중국’을 추진하는 서방 모두 두 대륙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원자재 강국’으로 떠오른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광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자원민족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순 채굴을 넘어선 자국 내 가공 등 고부가가치 생태계 구축은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일본·영국·중국 등 아프리카에 '러브콜'
지난 9~10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이 단체 회원국이 됐다. 아프리카연합은 아프리카 55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총 인구는 약 14억명이다. 세계 무대에서 아프리카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방증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세계 각국은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과 올해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예고 이후 중국에 치중돼 있던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조달해야 하고, CRMA는 중국의 원자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아프리카와 남미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아프리카에는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48%, 망간 매장량의 47%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과 니켈 등 저탄소 전환에 중요한 광물도 풍부하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글로벌 리튬 매장량 1위와 3위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두 국가 매장량의 합은 전 세계 매장량의 46%에 이른다. 브라질에도 배터리 원료인 흑연과 희토류 등이 매장돼 있다.
일본도 아프리카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했다. 나미비아와 희토류를 공동 탐사하고, 잠비아와는 채굴과 제련, 인재 육성 등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영국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광물 관련 정기 장관급 회의를 신설했고, 잠비아와 30억 파운드(약 4조9900억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추진하는 협정을 맺었다. 일본과 영국은 아프리카 등서 핵심 광물을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중국도 서방 공세에 대항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아프리카 약 50개국과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을 열었다. 다음달에는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연다. 이전에도 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들이 다수 참석했다.
콧대 높아진 신흥자원 부국, 광물 권력 지속될까
신흥 자원부국들은 광물 수출을 통제하고, 채굴권을 독점하며 원자재 주도권을 잡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원 강국으로 부상한 현재 상황을 국가경제 발전의 기회로 본 것이다. 최근 1년간 칠레와 볼리비아는 리튬 산업을 국영화했고, 짐바브웨와 나미비아는 리튬 원석 수출을 금지했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은 외국 기업과 합작 투자한 광산을 전면 재조사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예고했다.광물 수출 통제로 고부가가치 생태계를 구성하려는 국가들도 있다. 단순 채굴을 넘어 외국 자본의 힘을 빌려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국가 산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니켈 생산 1위국인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니켈 원광 수출을 중단하고, 외국 자본을 투입해 자국 내 제련시설을 확충했다. 2015년 10억 달러였던 인도네시아의 가공된 니켈 수출규모는 지난해 3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제련 역량이 채굴량을 넘어설 만큼 성장하자 필리핀에서 니켈 광물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수출 규제 범위를 알루미늄 원광인 보크사이트로 넓혔다. 일각에선 신흥 광물부국들의 지정학적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 집중된 석유 및 가스와 달리 핵심 광물은 대륙 내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고 호주와 중국, 북미 등지에도 상당량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최근 리튬이 공급 과잉으로 2028년까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단기적으로 이들 국가나 국영기업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석유, 가스 생산국처럼 지속적으로 지정학적인 힘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