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테슬라 시총 1100조 vs 독일차 3사 300조…증시는 혁신기업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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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테슬라 시총 1100조 vs 독일차 3사 300조…증시는 혁신기업이 주도
[마켓칼럼] 테슬라 시총 1100조 vs 독일차 3사 300조…증시는 혁신기업이 주도
이건민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기차가 되지 않는다

테슬라 시가총액 1100조 vs 독일 자동차 3사 300조
독일은 제조업 비중은 크나, 첨단 성장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져 G7 국가 중 2023년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30개국의 경제전망을 연간 4번 발표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전망자료에서 독일에 대하여 -0.3% 역성장으로 전망하였는데 이는 미국(1.8%), 일본(1.4%)과 격차가 심할뿐더러 심지어 전쟁 중인 러시아(1.5%) 대비해서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독일의 부진 배경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과거의 지배적인 위상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對中 수출확대, 동유럽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등을 통해 '슈퍼스타'로 등극했었으나, 지금은 혁신이 없는 점진적 개선에만 머무르며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병든 환자'(sickman)로 다시 전락하였다.

그렇다면 독일에 부족한 혁신이란 무엇일까. 흔히 혁신에 대한 경영학적 이론의 원조로 오스트리아태생의 조지프 슘페터를 꼽는다. 경제학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슘페터는 우연하게도 같은 연도인 1883년에 태어났는데 직접 활동하던 20세기에는 케인스 학파가 워낙 강력하였으나, 21세기는 정보기술 혁신이 장기호황을 가능하게 한다는 신경제론의 등장으로 하버드대 래리 서머스 교수의 말대로 슘페터의 세기가 되었다.

'창조적 파괴'라는 수사로 유명한 슘페터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새 상품이 등장하고 신시장이 창출되면 기존 제품은 대체되고 구 시장은 도태된다고 주장했다. 슘페터는 혁신을 5가지 유형으로 설명했다. 철도와 같은 신제품, 역직기 같은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공급원 확보, 새로운 조직의 출현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이러한 혁신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이 매우 우수하다. 협동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시가총액 4조원를 찍었고, 딥러닝 의료 AI 기업인 루닛이 3조원을 넘어섰다. 연초 이후 수익률로 따져봐도 제이엘케이(의료 AI)가 1,000%, 에코프로(2차전지)가 890%, 포스코DX(ICT)가 870%, 엠로(공급망관리 SW)가 580%, 이수페타시스(PCB)가 430% 을 기록하는 등(9월 11일 기준) AI 돌풍으로 인하여 이를 직접 개발하는 업체는 물론이고, 직간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로봇, 플랫폼, 의료, 자율주행, 반도체 등의 카테고리로 매수세가 확장 중이다. 반면 혁신이 부족했던 산업에 속한 기업들, 점진적 개선에만 머물러 있는 기업들은 저평가라 할지라도 주가가 부진하였다.

시총 4조원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올해 추정 매출액은 200억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주가매출액비율(PSR)이 무려 200배이다. 결국 주가 급등은 삼성전자의 휴머노이드 개발 및 다족보행 로봇 투입 가능성 제기, 삼성 웰스토리와의 급식 자동화 업무협약(MOU)에 기인한 것이라 여겨진다. 현재 주가 정당화를 위해선 삼성전자와의 구체적인 협업 내용이나 향후 예상되는 실적이 필요한데 추정이 쉽지 않다.

주가를 기업실적과 밸류에이션의 함수라 정의한다면 아직 실적이 거의 없는 기업들에 대하여 대중의 심리를 반영하는 밸류에이션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에 대해선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당장 주가가 반토막 나도 PSR은 100배고 여전히 비싼 건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주식보다 훨씬 거칠게 움직이는 이들 주식은 투자하기 어려운 대상인데 그래도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흐름을 참고하는 것이다.
S&P500 시가총액 변화. BNK자산운용 제공
S&P500 시가총액 변화. BNK자산운용 제공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10위 이내 기업 중 주가 수익률이 가장 좋은 두 기업은 바로 엔비디아와 일라이릴리이다. 2021년 말 대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은 시가총액이 감소였지만 엔비디아와 일라이릴리는 크게 상승하였다. AI 붐을 촉발한 엔비디아는 불과 2개 분기 만에 매출 급성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제 시작 단계라 수요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도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또한 일라이릴리의 경우 새롭게 출시한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가 출시 1년 차에 분기 매출액 9.8억$를 기록하며 향후 예상 매출액이 상향 조정되고 다수의 비만치료제 라인업 가치까지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이 분야 기존 강자인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는 루이비통(LVMH)을 제치고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이렇게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기업의 성장이 단기에 그칠지 장기간 높은 성과를 유지할지는 불분명하지만, 성장이 이제 막 시작했고 타깃 시장의 성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단지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성장성 훼손을 우려하기보다는 고 멀티플이 정당화될 수 있는 산업환경이 유지가 되는지 지속해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주가는 장기적인 수익 잠재력과 몇 개의 촉매제에 따라 변할 것으로 판단된다. 초기 산업일수록 예상했던 수익은 변동성이 굉장히 심하고 스케쥴은 딜레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글로벌 리딩 기업의 주가가 견고하다면 단기 변동성은 있을지라도 성장 추세는 훼손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혁신하는 산업을 잘 찾아내면 좋은 성과가 뒤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