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깎는 구조조정'·고유가 파고 극복·전력망 확충 등 과제 산적
첫 정치인 사장에 비판적 시각도…정부는 '개혁 적임' 판단
'200조 빚' 한전 구원투수 '정치인 김동철'…재무위기 극복 과제
200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로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진 공기업 한국전력이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동철 전 의원을 차기 사장으로 선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한전 사장에 공식 취임하는 김 전 의원은 무엇보다 '부도 위기'에 비유될 정도로 전례 없이 심각한 재무 구조를 정상화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해 한전은 2021년 이후에만 47조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봤다.

한전 총부채는 약 201조원으로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다.

문제는 작년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을 올렸는데도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다가 소비자에게 되파는 한전의 수익 구조가 정상화되지 않았고, 원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서 올해 연결 기준 6조원대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올해 원/달러 환율과 브렌트유 배럴당 가격이 각각 평균 1천270원, 82.8달러임을 전제로 이 계획이 수립됐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천300원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 100달러를 향해가는 현재 추세대로면 연간 영업손실은 이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내년부터 회사채를 찍어내 이자를 갚는 '돌려막기'마저 막히는 것이다.

관련 법에 따라 한전은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만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올해 수조원대 영업손실이 나면 내년 한전채 발행 잔액이 자본금과 적립금 한계의 7배에 달할 수 있다고 한전은 예상한다.

정부도 한전 재무 위기를 심각하게 본다.

'200조 빚' 한전 구원투수 '정치인 김동철'…재무위기 극복 과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전 정부가 제때 전기요금 조정을 하지 않아 한전이 '엄청난 적자'를 안게 됐다면서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 투수'로 등판하는 김 전 의원은 한전을 '빚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동시에 송·배전망 확충을 비롯해 한전이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다.

전기는 정부가 책임지고 공급하는 '값싼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김 전 의원이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 조정 필요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물론 한전의 경영 부담을 국민과 기업에 전가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미 발표된 한전의 25조7천억원대 자구 노력 외에 '마른 수건을 짜내듯' 추가적인 비용 절감 방안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 결정권을 가진 정부도 한전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요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국민에게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준 정도가 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 선행 없이는 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재무 부담 속에서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빠르게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뒷받침하는 송·배전망 확충도 새 한전 수장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은 2022년 555.9테레와트시(TWh)에서 2036년 703.2TWh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조 빚' 한전 구원투수 '정치인 김동철'…재무위기 극복 과제
한전이 직접 발전소 건설을 담당하지는 않지만 전력을 생산지에서 가정과 기업 등 수요자에게 전달하는 송전망에 대한 투자는 한전이 오롯이 책임질 몫이다.

2036년까지 전국의 송전선로는 현재의 1.6배로 늘어야 한다.

이에 따른 투자 비용은 56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한전은 전망한다.

김 전 의원이 한전 설립 62년 만의 첫 '정치인 사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 내부에서는 강도 높은 한전 개혁과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나 한전 내부 출신 인사가 아닌 '전력 카르텔'과 무관한 외부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다.

하지만 전력 등 에너지 분야에서 김 전 의원의 직접적인 업무 경험이 없었다는 점에서 초유의 재무 위기에 빠진 한전의 구원 투수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김 전 의원의 경영 능력을 검증할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관 투자자들에게 반대투표를 권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주총 현장에서 선임 안건 찬반 투표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신임 사장 선임 안건이 부쳐진 역대 주총에서 반대표는 일반적으로 1% 이내로 낮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