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대체 왜 한국에 지나"…'관광 한일전' 역전시킨 한 수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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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관광 한일전, 승자는?③·끝
2013년까지 한국 방문 외국인이 일본보다 많아
日정부 "왜 한국에 지나"…관광정책 전면 개편
무비자 확대 조치로 2013년 단숨에 한국 역전
공항·철도인프라로 방방곡곡에 외국인 유치
47개 지역 중 42곳이 외국인 10만명 이상 끌어들여
수도권 편중 심한 한국 관광과 대조적
2013년까지 한국 방문 외국인이 일본보다 많아
日정부 "왜 한국에 지나"…관광정책 전면 개편
무비자 확대 조치로 2013년 단숨에 한국 역전
공항·철도인프라로 방방곡곡에 외국인 유치
47개 지역 중 42곳이 외국인 10만명 이상 끌어들여
수도권 편중 심한 한국 관광과 대조적
막오른 관광 한일전, 승자는?②에서 계속 2013년까지만 해도 수치상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관광대국이었다. 2013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18만명으로 1036만명의 일본보다 많았다.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역전 추세를 보면 한국이 못했다기보다 일본이 엄청나게 잘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일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흥미롭게도 2012년에는 똑같은 고민을 일본이 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고백한 사실이다. 그는 "관방장관이었던 2012년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수는 840만명인 반면 한국은 1000만명을 넘었다. 일본은 역사, 전통, 문화가 이토록 풍부한데 왜 이웃나라에 지고 있는가. 이것이 우리가 정책을 바꾼 기본 생각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일본의 관광정책은 내국인의 해외여행 관리에 중점을 뒀다. 일본내 관광산업도 외국인보다 회사의 단체여행과 연금생활자 등 내국인을 유치하는데 더 열심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방향으로 일본이 정책을 전환한 건 2012년말 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신의 국정운영 방향을 처음 제시하는 시정방침 연설에서 '관광입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다. 관광입국을 구체화한 정책이 90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를 대폭 확대한 일이다. 2013년 스가 전 총리가 관방장관으로서 주도한 정책이다. 스가 전 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무비자 입국 확대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이 데이비드 앳킨슨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스가 전 총리의 경제 브레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데이비드 앳킨슨은 저서 '신관광입국론'에서 일본의 시골이 기후, 자연, 문화, 식사의 4대 매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전국 구석구석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일본에 단 하나 부족한 게 무비자 입국이라고 주장했다.
때마침 2013년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필요성이 생기면서 90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를 대폭 확대했다. 당시 일본 법무성과 경찰청이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 치안 유지가 어려워진다며 강력하게 반발할 정도로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무관심했다. 무비자 확대 덕분에 2012년 836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단숨에 한국을 따라잡았다. 관광예산을 100억엔에서 680억엔으로 늘리는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쓰고 간 돈은 1조엔에서 4조8000억엔으로 증가했다. 580억엔을 써서 3조8000억엔을 벌어들였다.
정책을 바꾸고 보니 일본 관광산업은 외국인을 불러들이기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인프라다. 지금까지 사원여행과 연금 생활자를 모시기 위해 전역의 산 좋고 물 좋은 곳마다 지어놓은 골프장과 대형 온천료칸, 이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깔아놓은 지방 공항과 철도, 도로가 고스란히 외국인 관광객용으로 변신했다. 후로후시(不老不死) 온천은 동해를 향해 뻥 뚫린 바닷가 노천탕으로 유명하지만 일본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에서도 외딴 해변마을인 후카우라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장애물이었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이전까지 이 온천에는 한국과 중국 등 세계에서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온천료칸의 셔틀버스로 40분이면 아오모리공항을 오갈 수 있는 교통 인프라가 깔려 있는 덕분이었다. 규슈만 하더라도 후쿠오카, 나가사키, 가고시마, 사가, 구마모토 등 6개 공항을 통해 전 지역을 1시간 안에 갈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공항까지 이동시간과 비행시간을 합쳐도 3시간이면 서울에서 벗어나 한적한 일본의 시골에서 골프를 즐기고, 노천탕에 몸을 담글 수 있다. 이같은 인프라 덕분에 2019년 일본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을 10만명 이상 유치한 지역이 42곳에 달했다. 100만명 이상을 유치한 지역은 13곳, 1000만명 이상을 불러들인 지역도 도쿄와 오사카, 지바까지 3곳이었다. 반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지를 보면 서울(76.4%)과 경기도(14.9%) 등 수도권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라남도와 세종특별자치시는 1%를 밑돈다. '인상깊은 방문지' 또한 7위 제주와 8위 해운대, 10위 용두산·자갈치 시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7곳이 모두 서울이었다.
한국 시골의 매력이 일본에 뒤지지 않지만 인프라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광산업을 지원하고, 관광정책 또한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여행에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아무리 시시한 곳이어도 그 곳에서 만난 사람이 좋으면 최고의 여행지로 기억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이더라도 현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기억이 나쁘면 최악의 여행지가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인프라가 관광산업의 하드웨어라면 여행의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다. 바가지는 관광객을 두 번 다시 오지 않게 만드는 악성 바이러스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가마쿠라 상인조합의 사례에서 보듯 일본은 시민의식 뿐 아니라 시스템으로 악성 바이러스가 소프트웨어를 망가뜨리는 일을 막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과 일본의 '관광 한일전'도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다시 역전되는 날을 기대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방향으로 일본이 정책을 전환한 건 2012년말 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신의 국정운영 방향을 처음 제시하는 시정방침 연설에서 '관광입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다. 관광입국을 구체화한 정책이 90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를 대폭 확대한 일이다. 2013년 스가 전 총리가 관방장관으로서 주도한 정책이다. 스가 전 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무비자 입국 확대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이 데이비드 앳킨슨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스가 전 총리의 경제 브레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데이비드 앳킨슨은 저서 '신관광입국론'에서 일본의 시골이 기후, 자연, 문화, 식사의 4대 매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전국 구석구석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일본에 단 하나 부족한 게 무비자 입국이라고 주장했다.
때마침 2013년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필요성이 생기면서 90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를 대폭 확대했다. 당시 일본 법무성과 경찰청이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 치안 유지가 어려워진다며 강력하게 반발할 정도로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무관심했다. 무비자 확대 덕분에 2012년 836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단숨에 한국을 따라잡았다. 관광예산을 100억엔에서 680억엔으로 늘리는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쓰고 간 돈은 1조엔에서 4조8000억엔으로 증가했다. 580억엔을 써서 3조8000억엔을 벌어들였다.
정책을 바꾸고 보니 일본 관광산업은 외국인을 불러들이기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인프라다. 지금까지 사원여행과 연금 생활자를 모시기 위해 전역의 산 좋고 물 좋은 곳마다 지어놓은 골프장과 대형 온천료칸, 이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깔아놓은 지방 공항과 철도, 도로가 고스란히 외국인 관광객용으로 변신했다. 후로후시(不老不死) 온천은 동해를 향해 뻥 뚫린 바닷가 노천탕으로 유명하지만 일본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에서도 외딴 해변마을인 후카우라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장애물이었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이전까지 이 온천에는 한국과 중국 등 세계에서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온천료칸의 셔틀버스로 40분이면 아오모리공항을 오갈 수 있는 교통 인프라가 깔려 있는 덕분이었다. 규슈만 하더라도 후쿠오카, 나가사키, 가고시마, 사가, 구마모토 등 6개 공항을 통해 전 지역을 1시간 안에 갈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공항까지 이동시간과 비행시간을 합쳐도 3시간이면 서울에서 벗어나 한적한 일본의 시골에서 골프를 즐기고, 노천탕에 몸을 담글 수 있다. 이같은 인프라 덕분에 2019년 일본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을 10만명 이상 유치한 지역이 42곳에 달했다. 100만명 이상을 유치한 지역은 13곳, 1000만명 이상을 불러들인 지역도 도쿄와 오사카, 지바까지 3곳이었다. 반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지를 보면 서울(76.4%)과 경기도(14.9%) 등 수도권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라남도와 세종특별자치시는 1%를 밑돈다. '인상깊은 방문지' 또한 7위 제주와 8위 해운대, 10위 용두산·자갈치 시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7곳이 모두 서울이었다.
한국 시골의 매력이 일본에 뒤지지 않지만 인프라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광산업을 지원하고, 관광정책 또한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여행에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아무리 시시한 곳이어도 그 곳에서 만난 사람이 좋으면 최고의 여행지로 기억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이더라도 현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기억이 나쁘면 최악의 여행지가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인프라가 관광산업의 하드웨어라면 여행의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다. 바가지는 관광객을 두 번 다시 오지 않게 만드는 악성 바이러스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가마쿠라 상인조합의 사례에서 보듯 일본은 시민의식 뿐 아니라 시스템으로 악성 바이러스가 소프트웨어를 망가뜨리는 일을 막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과 일본의 '관광 한일전'도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다시 역전되는 날을 기대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