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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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걸 막겠다”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인 조치가 빌라 전세시장을 급속도로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증보험에 들기 위해 전셋값을 대폭 내릴 수밖에 없어 ‘강제 역전세’(계약 당시보다 전셋값 하락)로 속앓이하는 임대인(집주인)은 정책 변화를 촉구하며 집회와 소송을 준비 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기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됐다. 일부 세력이 보증보험을 활용해 전셋값을 올린 뒤 전세사기나 무자본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를 벌이는 걸 차단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정책 변화 이후 대다수 임대인이 가구당 평균 수천만원 상당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예컨대 공시가격이 1억3000만원인 서울 강서구 한 빌라의 최근 전세 금액은 1억7850만원인데, 앞으론 1억6380만원(1억3000만원의 126%)까지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세입자는 보증보험이란 안전장치를 갖춘 물건만 찾는 만큼 차액 1470만원은 고스란히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한 빌라 임대인은 “여러 채를 보유한 임대인은 역전세 금액이 수억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보증보험 가입 문턱 높아지자…싸늘한 빌라 전세시장
임대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등록임대사업자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보증금을 2년에 5%만 올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24%포인트 깎은 건 약 10년 전 가격으로 되돌린 조치”라며 “사실상 정부의 가격 통제로 그동안 성실하게 임대사업을 한 사람이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고 토로했다. 이에 임대인 50여 명은 소위 ‘126% 룰’ 폐지를 주장하며 오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할 계획이다. 일부 임대인은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임대인뿐 아니라 임차인한테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높아진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현실이 따라가지 못해 실제 시장에선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빌라 전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임대인이 늘면서 빌라 월세가 오르고 있어 임차인의 주거 부담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파트와 달리 서민과 사회초년생이 주로 이용하는 빌라 전세시장은 여전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상승 전환(0.24%)한 반면 빌라 전셋값은 13개월째 내리막길이다. 7월 기준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5503건으로 1년 전(7396건)에 비해 26% 감소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