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두 달 새 50원 넘게 올랐지만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요인이 마땅치 않자 투자자들이 현재 환율을 고점으로 보고 환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고점?…달러예금 '썰물'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전월 말(612억8613만달러)보다 6억6851만달러 줄어든 606억1762만달러로 집계됐다. 올 7월(635억5498만달러)부터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달러예금 잔액은 7월 환율이 달러당 1300원 초반에서 126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전달 대비 8%(47조101억원) 증가했다가 환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달러예금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지난달부터 환율이 상승하면서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달 1일 달러당 1273원80전이던 환율은 같은 달 18일 1341원60전까지 뛰었다가 이달 초부터는 132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이 치솟고 있지만 오히려 투자금이 줄어든 것은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지금 환율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 추가 매수 등 신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석 신한PMM 태평로센터 PB팀장은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달러를 파는 투자자라면 지금부터 조금씩 분할 매도하는 게 안전하다”며 “신규 투자자라면 단기로 운용할 수 있는 정기예금이나 주가연계증권(ELS)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다”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