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치안 강화를 위해 사이버·과학수사·외사·교통분야 등의 경찰관 약 2900명을 현장 배치한다. ‘묻지마 범죄’가 빈번해지자 이들 부서의 인력 감축과 통폐합을 통해 일선 현장 경찰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내근직을 중심으로 여러 부서의 인력이 대폭 줄어들면서 예상치 못한 치안 공백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은 범죄예방·지구대·파출소·112 신고 기능 등을 통합한 범죄예방대응국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18일 발표했다. 전국 시·도 경찰청에는 범죄예방대응과를 신설해 기동순찰대 28개대, 2600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기동순찰대는 다중밀집장소, 공원·둘레길 등 범죄 취약지에 우선 배치해 순찰 활동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범인 검거를 우선하던 형사들도 범죄 예방에 나선다. 전국에 권역별로 16개대, 1300명 규모의 형사기동대를 신설한다. 형사기동대는 유흥가 등 우범 지역에 배치된다. 조직폭력배 등을 일선에서 감시하며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범죄 예방과 대응이라는 경찰 본연의 치안 업무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900여 명의 신규 현장 인력 확보를 위해 기존 주요 부서의 기능을 무리하게 축소·통폐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사이버 테러·불법 사이트 등을 주관하던 사이버수사국은 수사국과 합쳐지고 현장 감식·유전자 분석 등을 담당하는 과학수사관리관은 형사국 산하로 통폐합된다. 사이버테러와 디지털범죄가 급증하는 환경에서 관련 수사 기능을 오히려 축소하는 셈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해외 도주 범죄자를 관리하는 외사국도 조직과 인력이 줄어든다. 또 전국 약 340개 경찰서는 부서 간 통폐합을 통해 관리직 인원 1500명을 현장직으로 전환한다. 일선에서 범죄 첩보를 수집하는 정보경찰도 감축 대상 부서에 올랐다.

관련 부서에서는 벌써부터 현장 배치 인력 확보를 위한 무리한 구조조정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경기북부지역의 한 사이버수사관은 “해가 갈수록 사이버 테러가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이 수사 차질로 이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빼가기’ 식의 조직개편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장 인력을 단기간에 충원하기 위해 쫓기듯 여기저기서 사람을 빼가는 조직개편안”이라며 “인력이 크게 줄어든 부서의 수사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