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워야할 돈 36조…추경 대신 외평기금·잉여금 끌어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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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세 수입 재추계
법인·양도세 37조6000억 줄어
전체 세입 감소분의 63.6% 달해
"경기전망 낙관하다 체면 구겨"
외환시장 안정 목적 '외평기금'
부족분 메우려 20조 동원 논란
법인·양도세 37조6000억 줄어
전체 세입 감소분의 63.6% 달해
"경기전망 낙관하다 체면 구겨"
외환시장 안정 목적 '외평기금'
부족분 메우려 20조 동원 논란
정부의 세수 예측이 올해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오차율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세금이 예상보다 각각 61조3000억원과 52조6000억원 더 걷혔다. 오차율은 각각 21.7%, 15.3%였다. 올해는 반대로 세금이 59조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오차율은 14.8%다. 세수결손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오차율이다. 사상 최대 세수 펑크가 현실화하면서 나라살림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일각에선 대규모 세수 펑크가 감세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크진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인한 세수 감소는 총 6조2000억원이며 세목별 감소액은 소득세 3조5000억원, 종합부동산세 1조3000억원, 법인세 5000억원 등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코로나19 등으로 경기 진폭이 커지면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세수 오차가 컸다고 했다. 2020~2022년 한국의 평균 세수오차율(절대값 기준)은 11.1%로 미국(8.9%), 일본(9.0%), 독일(7.4%), 영국(12.7%) 등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재부가 올해 경기 상황을 낙관해 세수 전망을 지나치게 높여 잡았다가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년 연속 세수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예측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기재부는 세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 참여를 늘리고 세수 추계모형을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전문가에게 기술적 자문을 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추계모형 전면 공개에 대해선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사례가 없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구체적으로 24조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 여유재원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이 중 20조원가량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최근 강달러(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꾸준히 달러를 팔아 치웠고 이 과정에서 외평기금에 상당한 규모의 원화가 쌓였다. 작년 말 기준 외평기금 규모는 269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일부를 공자기금에 조기 상환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외평기금이 달러 매입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공자기금에서 빌려왔고 매년 공자기금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크게 늘어난 만큼 조기 상환은 외평기금 수지 개선 차원이며 세수 부족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기재부 내에선 국제 금융시장 흐름상 당분간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외평기금에서 대규모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환시장 안정 목적의 외평기금을 활용해 세수 펑크를 메우는 건 극히 이례적이란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 국면에 다다른 만큼 강달러 기조가 갑자기 반전되면 외평기금의 외환시장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기재부는 공자기금 여유재원 외 나머지 부족분은 4조원 규모의 세계잉여금과 예산 불용액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불용액은 2021년 3조7000억원, 2022년 7조9000억원으로 해마다 들쑥날쑥하다. 기재부는 남은 기간 인위적으로 예산을 불용 처리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세수 부족으로 인한 민생·거시경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6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결손이 발생하면서 경기 하강을 방어할 정부의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한눈에 보는 재정·경제 이슈’ 보고서에서 “대규모 세수결손은 재정운용상 투명성 및 효율성 저해, 경기 대응성 악화 등의 문제점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수지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질적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 7월 말 기준 67조9000억원이지만 올해 세수결손을 고려하면 적자 규모가 90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내년 세수도 불안하다. 올해 상반기에도 반도체 등 주요 업종에서 기업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내년 법인세수(77조6000억원·전망치)는 올해 세수추계치(79조6000억원)보다 적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박상용/강경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세수 오차 커진 이유는
기획재정부는 18일 세수결손이 커진 데 대해 “올해 반도체부터 시작해 급격하게 경기 하방 압력이 생기면서 법인세와 자산 세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세수 재추계에서 법인세(105조원→79조6000억원)와 양도소득세(29조7000억원→17조5000억원) 전망치가 큰 폭으로 줄었다. 두 세목의 감소분만 37조6000억원으로 전체 세수 감소분(59조1000억원)의 63.6%에 달한다.일각에선 대규모 세수 펑크가 감세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크진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인한 세수 감소는 총 6조2000억원이며 세목별 감소액은 소득세 3조5000억원, 종합부동산세 1조3000억원, 법인세 5000억원 등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코로나19 등으로 경기 진폭이 커지면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세수 오차가 컸다고 했다. 2020~2022년 한국의 평균 세수오차율(절대값 기준)은 11.1%로 미국(8.9%), 일본(9.0%), 독일(7.4%), 영국(12.7%) 등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재부가 올해 경기 상황을 낙관해 세수 전망을 지나치게 높여 잡았다가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년 연속 세수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예측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기재부는 세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 참여를 늘리고 세수 추계모형을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전문가에게 기술적 자문을 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추계모형 전면 공개에 대해선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사례가 없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외평기금 동원 논란
기재부는 세수 펑크에도 적자 국채 발행이 필요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59조1000억원 중 중앙정부가 메워야 할 36조원은 가용한 다른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했다.구체적으로 24조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 여유재원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이 중 20조원가량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최근 강달러(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꾸준히 달러를 팔아 치웠고 이 과정에서 외평기금에 상당한 규모의 원화가 쌓였다. 작년 말 기준 외평기금 규모는 269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일부를 공자기금에 조기 상환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외평기금이 달러 매입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공자기금에서 빌려왔고 매년 공자기금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크게 늘어난 만큼 조기 상환은 외평기금 수지 개선 차원이며 세수 부족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기재부 내에선 국제 금융시장 흐름상 당분간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외평기금에서 대규모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환시장 안정 목적의 외평기금을 활용해 세수 펑크를 메우는 건 극히 이례적이란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 국면에 다다른 만큼 강달러 기조가 갑자기 반전되면 외평기금의 외환시장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기재부는 공자기금 여유재원 외 나머지 부족분은 4조원 규모의 세계잉여금과 예산 불용액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불용액은 2021년 3조7000억원, 2022년 7조9000억원으로 해마다 들쑥날쑥하다. 기재부는 남은 기간 인위적으로 예산을 불용 처리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세수 부족으로 인한 민생·거시경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6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결손이 발생하면서 경기 하강을 방어할 정부의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한눈에 보는 재정·경제 이슈’ 보고서에서 “대규모 세수결손은 재정운용상 투명성 및 효율성 저해, 경기 대응성 악화 등의 문제점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수지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질적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 7월 말 기준 67조9000억원이지만 올해 세수결손을 고려하면 적자 규모가 90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내년 세수도 불안하다. 올해 상반기에도 반도체 등 주요 업종에서 기업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내년 법인세수(77조6000억원·전망치)는 올해 세수추계치(79조6000억원)보다 적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박상용/강경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