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하던 윤관석 의원, 돈봉투 20개 수수 인정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사진) 측이 혐의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돈봉투 20개를 받은 것은 맞지만, 봉투당 금액은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윤 의원 측 변호인은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범행에 가담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다소 과장된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다만 “피고인이 봉투 속을 확인했을 때 들어 있던 돈은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돈봉투 20개를 받은 혐의는 인정했지만, 금액은 6000만원이 아니라 2000만원으로 축소한 것이다.

윤 의원이 국회의원들에게 살포할 돈봉투 마련을 지시·권유·요구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선 “(경선캠프 관계자들과) 협의한 것이지 지시·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돈을 자신에게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주는 방안을 논의해서 결정하려 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자신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공소사실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도 중간 전달자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윤 의원이 돈봉투를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는 “수사팀에서 입증할 문제”라고 했다. 이에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누구에게 돈봉투를 전달할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위”라며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혀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재판부는 “돈봉투 지급 대상과 방법까지 다 정해진 상태에서 윤 의원이 배달만 했다면 처벌 대상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하지만 윤 의원이 수수한 돈을 본인 판단에 따라 어떤 의원에게 교부할지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정당법에 따르면 선거운동 관계자 등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지만, 이런 행위를 지시·권유·요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어 처벌이 더 무겁다.

재판부는 윤 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도 공소사실이 겹치는 점을 고려해 두 재판을 가급적 병합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