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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독일 다임러트럭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요헨 괴츠가 말벌에 쏘여 숨진 것으로 현지 언론(일간지 빌트)을 통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벌쏘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가을철 산행, 추석을 앞둔 벌초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9월엔 벌쏘임 사고 발생이 가장 많아 주의해야 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벌은 10월 중순까지도 활발한 활동이 나타나므로 10월까지 벌 쏘임에 유의해야 한다”며 “가을철 등산 혹은 벌초를 위해 산 등 야외에 방문하는 경우 벌에 쏘이지 않도록 예방법을 철저히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벌이 천적으로 오해하는 색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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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벌 쏘임 사고는 총 5457건 발생했다. 이 중 151명이 입원하고 24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15명은 아나필락시스(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 쇼크로 사망했다. 연평균 4.8명이 사망한 셈이다. 벌쏘임 사고는 시기별로는 야외활동이 가장 많은 9월(25.3%)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평일보다는 주말(토요일 21.0%, 일요일 24.8%)에 발생 빈도가 높았으며 주로 오후 시간대(12~18시, 43.6%)에 많이 발생했다. 연령별로는 50~59세가 25.1%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60~69세(21.4%)였다. 벌에 주로 많이 쏘이는 장소는 야외·강·바다(43.0%)로 나타났고 도로(15.8%), 집(15.2%), 농장 및 1차 산업장(8.4%) 순이었다.

벌에 쏘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벌을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벌이 어두운 색깔의 옷에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에 흰색 등 밝은색 옷을 입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벌이 검은색이나 갈색에 공격성이 강한 이유로 천적인 곰, 오소리, 담비 등의 색상이 검은색 또는 짙은 갈색이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국내 한 대학 실험 결과, 벌이 살색인 팔과 다리보다 검은색인 머리카락을 공격하는 경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장수말벌과 땅벌은 땅속에 집을 짓기 때문에 등산 시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을 산행 '벌쏘임 주의보'…"밝은 색 옷 입고 향수 자제해야"
질병관리청은 향수, 화장품 등 향이 나는 물품은 사용을 자제하고, 긴 옷을 입어 팔과 다리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벌집을 건드렸을 경우엔 머리 부위를 감싸고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벌에 쏘였다면 즉시 몸에 박힌 벌침부터 제거해야 한다. 손과 핀셋으로 하면 벌침이 더욱 깊이 박혀 체내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대신 카드 등으로 제거하는 게 좋다. 그다음에는 소독을 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다음 얼음찜질을 해야 한다. 구역, 구토, 호흡곤란, 설사, 어지러움 등 아나필락시스가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긴양말·기피제로 쓰쓰가무시병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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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야외활동 시 감염 위험이 높은 쓰쓰가무시병도 주의해야 한다. 쓰쓰가무시병은 털진드기 유충에 의해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털진드기 유충은 사람의 호흡하는 냄새를 감지해 피부에 붙어 흡혈한다. 이 과정에서 털진드기 유충에 있던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균’에 감염되는 것이다.

털진드기 유충은 주로 팔, 다리, 목 등의 노출된 부위나 피부 중 습한 부위를 물게 되는데, 쓰쓰가무시균에 감염된 사람은 1~3주간의 잠복기를 거쳐 오한, 고열, 두통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기침, 구토, 근육통, 복통,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전신에 걸친 발진과 더불어 물린 부위에 검은 딱지(가피)가 나타난다. 말라리아와 장티푸스, 뎅기열, 렙토스피라 등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 오인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쓰쓰가무시병이 진단되면 약물(항생제) 치료와 대증적 치료(증상 완화 치료)를 해야 한다. 사람 사이에서 전파가 일어나는 병이 아니므로 격리할 필요는 없다. 합병증이 없고 중증이 아니라면 치료하지 않아도 수일간 고열이 지속되다가 회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뇌수막염, 장기부전이 발생하거나 패혈증, 호흡부전, 의식 저하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쓰쓰가무시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이전에 한 번 걸렸더라도 다시 감염될 수 있으며 예방 백신도 없다. 서진웅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을철 야외활동 또는 작업 시 긴소매 옷, 긴 양말로 피부 노출을 줄이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 털진드기 유충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감염이 의심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증상을 경감하고 합병증을 막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