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파열 땐 2~3시간 내 쇼크…최대한 빠르게 수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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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인터뷰
주현철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심장·대동맥 질환 가족력 있다면
적극 검사해 조기 발견·대처해야
수술 생존 60% 선진국 수준인데
응급실에서 지체되는 환자 많아
주현철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심장·대동맥 질환 가족력 있다면
적극 검사해 조기 발견·대처해야
수술 생존 60% 선진국 수준인데
응급실에서 지체되는 환자 많아
“대동맥 급성 파열은 초응급 질환입니다. 인체 내 혈액이 강한 압력으로 빠르게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바로 쇼크가 일어나고 수분에서 수시간 안에 의식저하, 심정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죠.”
주현철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사진)는 19일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함께 호홉곤란, 의식저하 증상이 있다면 바로 119를 통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가장 큰 혈관이다. 언제 응급 환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질환이기 때문에 주 교수는 쉬는날 없이 24시간 ‘콜대기’ 상태로 지낸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대동맥 수술·시술 건수가 4000건을 넘었다. 매년 200건 넘는 대동맥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상행 흉부 대동맥과 궁 치환술 생존율은 97%, 복부 대동맥은 98.8%에 이른다. 올해 5월엔 이런 치료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심장혈관병원에 대동맥센터를 열었다. 주 교수는 첫 번째 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대동맥 환자 치료의 핵심은 최대한 빠르게 대동맥 전문 치료 의료진에게 환자를 연결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센터엔 환자를 응급실 경유 없이 바로 수술실까지 이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대동맥 급성 파열의 골든타임은 얼마나 되나.
“일반적으로 복부와 흉부 대동맥 파열은 2~3시간 안에 혈압저하로 인한 쇼크가 일어난다고 알려졌다. 흉부 대동맥 파열은 가슴 통증과 호홉곤란, 의식저하가 동반된다. 복부 대동맥이 파열되면 갑자기 복부 통증이 심해지고 복부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도 보인다. 출혈이 많다면 의식저하로도 이어진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119를 통해 대동맥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즉시 이송해야 한다.”
▷대동맥센터 개설 전후 치료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국내는 응급실 과밀화가 심해 대동맥 환자를 제때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전원(병원을 옮김)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다. 1차적으로 응급실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하면 이들이 응급실 의사에게 연결하고, 응급실 의사는 다시 심장혈관외과 의사에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환자가 수술도 못 받고 숨지기도 하고 치료 시간이 늦어져 상태가 나빠지기도 한다. 새로 구축한 센터에선 급성 대동맥 환자 전원연락을 응급실 의사가 아닌 심장혈관외과 교수가 직접 받는다. 시스템이 안착하면서 생존율을 높이고 합병증률을 줄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가슴이나 배를 열고 찢어진 혈관 등을 인조혈관으로 갈아끼우는 수술, 가는 관을 말초혈관에 넣어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 등을 함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수술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혈관 벽이 늘어져 부푼 대동맥류 단계 예방도 중요하다.
“대동맥이 정상 크기인 직경 2.5~3㎝보다 1.5배로 증가했을 때 대동맥류로 정의한다. 파열의 높은 대동맥류는 상행은 5.5㎝, 하행은 6㎝, 복부는 5㎝ 이상일 때를 말한다. 1년에 0.5㎝ 이상씩 커지는 경우도 파열 위험이 높다고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거나 가족 중 대동맥 파열 환자가 있다면 파열 전 인조혈관 치환술이나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받아야 한다.”
▷혈관수술 분야는 기피과로 꼽힌다. 해당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흉부외과 의사 수련을 받을 땐 판막수술, 관상동맥 우회술, 소아심장수술, 대동맥 수술, 폐·식도 수술, 심장·폐이식 수술을 모두 배운다. 2000년대 초반엔 대형 병원조차 대동맥 수술 전문 의사가 없어 환자가 발생하면 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당직 의사가 수술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시에도 대동맥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수술 전문의사도 꼭 필요했다. 대동맥 질환은 생명이 위독한 환자라도 수술만 잘되면 드라마틱하게 생명과 건강을 회복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2011년 미국 메모리얼허먼병원에서 연수를 받았다. 미국에서 고난이도 대동맥 수술로 꼽히는 흉복부 복합대동맥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다. 당시 국내에서도 단독 흉부대동맥 수술, 단복 복부대동맥 수술 수준은 높았지만 흉·복부 대동맥 수술은 미국과 격차가 컸기 때문에 메모리얼허먼병원을 택했다.”
▷최근 국내 대동맥 파열 환자 생존율은 어떤가.
“국내 대동맥 파열 수술 생존율은 60% 정도로 선진국에 가까운 상태다. 다만 응급의료 시스템 등의 영향으로 치료가 늦어져 수술도 못 받고 숨지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응급실 집중화, 과밀화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많은 젊은 의사들이 오랜 수련과 노력이 필요한 고위험 질환을 다루는 분야에 지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는 국가적 지원도 필요하다. 여러 중소병원에서 대동맥 치료 전문 인력을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심장·대동맥 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사해 조기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대동맥 질환 치료의 기본 목표는 대동맥 박리·파열을 막는 것이다. 의료진과 상담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박리나 파열 전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나이, 대동맥의 해부학적 형태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주현철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사진)는 19일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함께 호홉곤란, 의식저하 증상이 있다면 바로 119를 통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가장 큰 혈관이다. 언제 응급 환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질환이기 때문에 주 교수는 쉬는날 없이 24시간 ‘콜대기’ 상태로 지낸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대동맥 수술·시술 건수가 4000건을 넘었다. 매년 200건 넘는 대동맥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상행 흉부 대동맥과 궁 치환술 생존율은 97%, 복부 대동맥은 98.8%에 이른다. 올해 5월엔 이런 치료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심장혈관병원에 대동맥센터를 열었다. 주 교수는 첫 번째 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대동맥 환자 치료의 핵심은 최대한 빠르게 대동맥 전문 치료 의료진에게 환자를 연결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센터엔 환자를 응급실 경유 없이 바로 수술실까지 이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대동맥 급성 파열의 골든타임은 얼마나 되나.
“일반적으로 복부와 흉부 대동맥 파열은 2~3시간 안에 혈압저하로 인한 쇼크가 일어난다고 알려졌다. 흉부 대동맥 파열은 가슴 통증과 호홉곤란, 의식저하가 동반된다. 복부 대동맥이 파열되면 갑자기 복부 통증이 심해지고 복부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도 보인다. 출혈이 많다면 의식저하로도 이어진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119를 통해 대동맥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즉시 이송해야 한다.”
▷대동맥센터 개설 전후 치료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국내는 응급실 과밀화가 심해 대동맥 환자를 제때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전원(병원을 옮김)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다. 1차적으로 응급실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하면 이들이 응급실 의사에게 연결하고, 응급실 의사는 다시 심장혈관외과 의사에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환자가 수술도 못 받고 숨지기도 하고 치료 시간이 늦어져 상태가 나빠지기도 한다. 새로 구축한 센터에선 급성 대동맥 환자 전원연락을 응급실 의사가 아닌 심장혈관외과 교수가 직접 받는다. 시스템이 안착하면서 생존율을 높이고 합병증률을 줄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가슴이나 배를 열고 찢어진 혈관 등을 인조혈관으로 갈아끼우는 수술, 가는 관을 말초혈관에 넣어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 등을 함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수술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혈관 벽이 늘어져 부푼 대동맥류 단계 예방도 중요하다.
“대동맥이 정상 크기인 직경 2.5~3㎝보다 1.5배로 증가했을 때 대동맥류로 정의한다. 파열의 높은 대동맥류는 상행은 5.5㎝, 하행은 6㎝, 복부는 5㎝ 이상일 때를 말한다. 1년에 0.5㎝ 이상씩 커지는 경우도 파열 위험이 높다고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거나 가족 중 대동맥 파열 환자가 있다면 파열 전 인조혈관 치환술이나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받아야 한다.”
▷혈관수술 분야는 기피과로 꼽힌다. 해당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흉부외과 의사 수련을 받을 땐 판막수술, 관상동맥 우회술, 소아심장수술, 대동맥 수술, 폐·식도 수술, 심장·폐이식 수술을 모두 배운다. 2000년대 초반엔 대형 병원조차 대동맥 수술 전문 의사가 없어 환자가 발생하면 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당직 의사가 수술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시에도 대동맥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수술 전문의사도 꼭 필요했다. 대동맥 질환은 생명이 위독한 환자라도 수술만 잘되면 드라마틱하게 생명과 건강을 회복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2011년 미국 메모리얼허먼병원에서 연수를 받았다. 미국에서 고난이도 대동맥 수술로 꼽히는 흉복부 복합대동맥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다. 당시 국내에서도 단독 흉부대동맥 수술, 단복 복부대동맥 수술 수준은 높았지만 흉·복부 대동맥 수술은 미국과 격차가 컸기 때문에 메모리얼허먼병원을 택했다.”
▷최근 국내 대동맥 파열 환자 생존율은 어떤가.
“국내 대동맥 파열 수술 생존율은 60% 정도로 선진국에 가까운 상태다. 다만 응급의료 시스템 등의 영향으로 치료가 늦어져 수술도 못 받고 숨지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응급실 집중화, 과밀화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많은 젊은 의사들이 오랜 수련과 노력이 필요한 고위험 질환을 다루는 분야에 지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는 국가적 지원도 필요하다. 여러 중소병원에서 대동맥 치료 전문 인력을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심장·대동맥 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사해 조기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대동맥 질환 치료의 기본 목표는 대동맥 박리·파열을 막는 것이다. 의료진과 상담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박리나 파열 전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나이, 대동맥의 해부학적 형태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