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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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으로 보험사의 실적이 출렁이는 가운데 배당 재원을 결정하는 배당가능이익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행 상법은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순이익에서 미실현이익을 빼도록 하는데, 새 회계기준에서 보험사의 미실현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배당가능이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보험사들은 배당을 최소한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환율 변동시 배당 감소

19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은 IFRS17 도입이 보험사 배당가능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금리와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변동하기만 하면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드는 문제를 시정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상법의 배당가능이익은 순이익에서 미실현이익을 뺀 금액이다. 현금화하지 않은 장부상 이익까지 배당해 배당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제한하려는 입법이다. 미실현이익은 기업이 보유한 주식, 채권 등 자산의 평가액(시장 가치)이 커질 때 또는 부채의 평가액이 작아질 때 생긴다.

상법은 기업이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거래’를 하는 경우에 배당가능이익에서 관련 미실현이익을 빼지 않도록 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 리스크 헤지로 손실을 방어한 것인데 배당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2014년 상법을 개정했다. 금융회사는 금리, 수출 중심 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보험사는 IFRS17을 도입한 올해부터 배당가능이익 축소 문제가 부상했다. 보험사는 파생상품보다는 보험 계약에서 받는 보험료만큼 채권을 사는 방식으로 금리·환율 변동 위험을 줄인다. 30년 만기 계약이라면 30년 만기 채권을 사는 식이다. 해외에서 따낸 보험 계약은 해당 국가의 채권을 사서 환율 리스크까지 방어한다. 보험료는 나중에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부채가, 매입한 채권은 운용자산이 된다.

해외 사업 많을수록 리스크 커져

작년까지의 보험사 회계기준(IFRS4)은 자산과 부채를 취득 당시 가격(원가)으로 고정해서 평가했기 때문에 미실현손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IFRS17은 시가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금리와 환율 변동에 따라 보험부채와 운용자산에서 미실현손익이 대규모로 발생하게 됐다.

예컨대 보험부채 및 운용자산 각 3조원, 순이익 2000억원인 보험사를 보면, 연말 금리가 연 3%에서 3.5%로 0.5%포인트 오르면 보험부채에서 미실현이익이 1500억원 발생한다. 또 0.5%포인트 내리면 운용자산에서 미실현이익이 1500억원 발생한다. 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던 배당가능이익은 500억원으로 감소한다.

해외 진출이 활발한 보험사는 환율 문제가 추가로 발생한다. 해외자산 30억달러(1달러=1000원 가정), 순이익 2000억원 보험사의 경우 연말 환율이 1050원이나 950원으로 5% 변동하면 배당가능이익이 5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달러당 1300원대인 환율이 내년에는 변동성이 더 확대할 것이란 것이란 전망이 커지는 상황이다.

해외 사업이 많은 보험사는 내년에 배당가능이익이 ‘0’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자산을 취득하는 데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처럼 금리나 환율 변동하기만 해도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은 배당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시장친화적 방식으로 배당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