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의 최저생활 보장을 위해 지급하는 생계급여의 수급 자격을 판단할 때 적용하는 자동차 재산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2000㏄ 미만 생업용 자동차는 한 대에 한해 재산가액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빈곤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다.

차량 소유자도 생계급여 받기 쉬워진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4~2026)’을 발표했다. 소득이 적은데도 생계·의료급여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이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복지부는 소득이 적지만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 대상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재산 산정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생계·의료급여 대상자를 선정할 때 자동차 배기량 기준 1600㏄ 미만 차량 중 차령이 10년 미만이거나 차량가액이 200만원을 넘으면 자동차 가격 100%를 소득으로 환산한다. 낮은 환산율(4.17%)이 적용되는 경우는 1600㏄ 미만 승용차 중 차령이 10년 이상이거나 차량가액이 200만원 미만일 때다.

내년부터는 자동차가 필수적인 6명 이상 다인 가구, 3명 이상 다자녀 가구는 2500㏄ 미만 자동차를 보유했을 때 이 자동차가 10년 이상 됐거나 500만원 미만이라면 4.17% 환산율이 적용된다.

예컨대 3자녀를 두고 월소득(평가액 기준)이 180만원인 부부가 499만원 상당의 차량(2500㏄ 미만이면서 차령 10년 이상)을 소유한 경우를 보자. 이 부부는 소득만 보면 내년에 5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 기준(214만원 이하)에 부합하지만 차량 가격이 100% 재산에 합산되면서 소득인정액이 679만원으로 커지기 때문에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다. 내년부터 산정방식이 바뀌면 자동차 소득환산액이 약 21만원(499만원×4.17%)으로 줄어들면서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2000㏄ 미만 생업용 자동차는 한 대에 한해 내년부터 재산가액 산정에서 제외한다. 기존에는 생업용 자동차 가격의 50%를 소득으로 환산했다. 생업용 자동차로 판단하는 기준도 애초 1600㏄ 미만에서 2000㏄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생계급여 선정 기준은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현재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에서 내년에는 32% 이하로 문턱을 낮추는 데 이어 2026년까지 35%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생계급여 수급자는 올해 159만3000명에서 2026년 180만7000명으로 20만 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저소득층의 주거비 경감을 위해 주거급여 선정 기준도 기준 중위소득의 47% 이하에서 50% 이하(2026년 기준)로 상향하기로 했다.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수급자 가구는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5만 명 이상이 추가로 의료급여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