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후속조치 태만으로 스토킹처벌법 위반은 '혐의없음' 종결"
경기남부청·충북청 보이스피싱 번호 중지 요청 지연·누락…97억원 추가 피해
"스토킹 가해자에 '접근금지' 통보 안한 경찰…피해자 또 폭행"
지난해 수원에서 경찰이 스토킹 행위 가해자에게 내려진 법원의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결정을 전달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가해자는 피해자를 한 차례 더 쫓아가 폭행했고,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받지도 않았다.

감사원은 19일 이러한 후속조치 태만 사례가 포함된 경기남부경찰청 및 충북경찰청 정기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수원남부경찰서에 소속 경찰관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원남부서 매탄지구대는 작년 12월 17일 여성 A씨가 남성 B씨로부터 스토킹과 폭행·협박을 당했다는 112 신고를 받았다.

B씨가 A씨 집에 침입해 다시 만나자고 요구했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주방용 칼로 협박하고 A씨 입을 손으로 막고 몸을 밀쳐 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B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한 매탄지구대는 스토킹 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100m 이내 접근과 전화·메시지 이용 접근을 금지하는 '긴급응급조치' 결정을 내렸다.

지구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남부서는 재발 우려가 있다고 보고 사건 당일 수원지방법원에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잠정조치를 위반하면 스토킹처벌법에 의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이틀 뒤인 작년 12월 19일 잠정조치를 결정했으며, 20∼21일 팩스와 등기우편으로 수원남부서에 잠정조치 결정서를 보냈다.

"스토킹 가해자에 '접근금지' 통보 안한 경찰…피해자 또 폭행"
그러나 이 같은 잠정조치 결정은 정작 B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경찰이 팩스와 우편을 늦게 확인한 데다, 담당 경찰관이 뒤늦게 피해자에게서 잠정조치 결정 사실을 듣고도 B씨에게 바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B씨는 결정이 통보되지 않은 상태인 작년 12월 26일 저녁 7시 10분께 수원역 부근에서 A씨를 쫓아가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폭행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런데 B씨가 법원이나 경찰로부터 스토킹 잠정조치 결정 사실을 고지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잠정조치 위반 행위는 '혐의없음'으로 종결 처리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경찰 업무태만으로 인해 피해자 보호조치나 추가 범행 예방이 이뤄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B씨에 대해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처벌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가해자에 '접근금지' 통보 안한 경찰…피해자 또 폭행"
한편, 감사원은 경기남부경찰청과 충북경찰청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호 이용 중지 요청을 소홀히 해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경찰청장 등은 보이스피싱 번호를 확인하는 즉시 통신사 등에 이용 중지를 요청해야 한다.

지난해 경기남부경찰청은 5천40개, 충북경찰청 1천248개 보이스피싱 번호를 각각 접수했지만, 이 중 4천577개와 1천167개 전화번호는 이용 중지 요청이 누락되거나 늦게 통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중지 요청 누락·지연된 전화번호를 이용해 일어난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해 금액이 97억2천만원에 달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