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음식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오른쪽)가 지난 13일 서울 안국동에서 허영만 작가와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일본의 유명 음식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오른쪽)가 지난 13일 서울 안국동에서 허영만 작가와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국 호떡과 핫도그를 즐기려는 일본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선 건 도쿄 신오쿠보에서 일상이지요.”

한국에서는 드라마로 더 유명한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 만화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선으로 방한해 지난 13일 ‘식객’의 허영만 작가를 만났다.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 활성화 아이디어 교환 차원에서 이뤄진 이 자리에서 그는 “일본 젊은이들의 한국 음식 사랑이 한국 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일본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원·엔 환율 부담을 뚫고 한국으로 밀려오고 있다. 그 중심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4차 한류’의 핵심 소비층으로 뜬 2030 여성이 있다. 방한 외국인 가운데 일본인 수는 올해 1~7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日 관광객 “한국 맛집 가고 싶어”

K푸드에 꽂힌 日 2030 여성 몰려온다
1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7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107만3591명으로 방한 외국인 중 1위였다. 중국(77만1198명), 미국(61만8688명), 대만(50만5723명) 등을 크게 앞질렀다. 일본이 방한 외국인 집계에서 1위를 차지한 건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7월 일본의 대형 여행사 HIS의 조사 결과 올 여름휴가철에 일본인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여행지로 서울이 1위, 부산이 7위에 올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4회 이상 방문한 사람의 비율 역시 49.9%로 전 세계 평균(30.0%)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는 엔저와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일본 내 해외여행 수요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게 여행업계의 시각이다. 올해(1월 1일~9월 19일) 원·엔 평균 환율은 100엔당 947.5원으로 2015년(935.1원) 후 가장 낮았다.

일본인들의 한국행은 2030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일본인 중 여성 비율은 66.2%에 달했다. 특히 전체 방문객 중 20대와 30대 여성 비율은 각각 27.0%, 9.1%를 차지했다. 같은 연령대 남성(20대 7.2%, 30대 5.2%)에 비해 훨씬 높다.

K푸드 전면에 내세운다

정부는 일본인 관광객을 지금보다 더 끌어모으기 위해 한국을 찾는 횟수가 일본 여성에 비해 적은 일본 남성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섰다. 구스미 작가를 초청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일본에서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시청자의 70%가 남성이다. 구스미 작가는 1박2일 일정으로 서울 서촌·을지로·삼청동 일대의 숨겨진 맛집을 소개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이를 서울의 ‘직장인 맛집’, ‘혼술 맛집’ 등의 콘셉트로 일본 남성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반기 중 남성들이 선호하는 음식 등을 담은 한국 관광 가이드북을 제작하는 등 ‘남자들의 한국’이란 마케팅도 펼친다.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22년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건 ‘맛집 탐방’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64.1%가 꼽아 쇼핑(62.8%), 역사·문화유적지 방문(37.9%)을 앞질렀다.

K푸드와 연관된 지역의 스토리를 개발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다음달부터 내년 3월까지 부산관광공사와 공동으로 ‘부산 대게 캠페인’을 여는 게 그런 사례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한국 여행을 통한 한·일 양국의 미래세대 교류는 서로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단단한 우정과 신뢰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