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선 넘은 사람들은 진정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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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시절 소련 유머처럼
통계청장 갈아치웠던 文정권
정책 취지 우월감 젖어
절차적 정당성 깡그리 무시
그들이 일삼은 통계조작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윤성민 논설위원
통계청장 갈아치웠던 文정권
정책 취지 우월감 젖어
절차적 정당성 깡그리 무시
그들이 일삼은 통계조작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윤성민 논설위원
![[윤성민 칼럼] 선 넘은 사람들은 진정 누구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7.14213006.1.jpg)
소련 국가계획위원회 통계실장을 뽑는 면접 자리. “2 더하기 2는 무엇이오”란 질문에 첫 후보는 5라고 답한다. 혁명적 열정은 높이 평가하나 셈이 안 되는 관계로 탈락. 두 번째 후보의 답은 3이다. 혁명 성과를 폄하하는 반혁명 분자로 지목돼 면접장에서 끌려 나갔다. 세 번째 후보는 자연스레 4라 답했으나 부르주아적 형식논리의 한계에 대해 일장 지적질만 당했다. 결국 네 번째 후보가 뽑혔다. “몇이길 원하십니까?”
후임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던 강신욱이다. 소주성 설계자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의 주문으로 문제의 가계소득동향 자료를 재가공해 주고는 3개월 뒤 통계청장이 됐다. 둘은 좌파 경제학자 변형윤 전 서울대 교수를 따르는 ‘학현 사단’으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김수행 전 서울대 교수 아래서 같은 시기 홍장표가 박사과정, 강신욱이 석사과정에 있었다. 통계청장 첫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강신욱의 취임 소감이다.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유머 속 소련 통계실장이 ‘몇이길 원하느냐’고 한 것 보다 훨씬 깍듯하다.
통계 조작은 왜 위험한가. 대국민 사기극이자, 국가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행위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허깨비 같은 숫자놀음에 취해 자신들도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상황에 이른다는 점이다. <마오의 대기근>을 쓴 역사학자 프랑크 디쾨터는 중국 대약진운동 기간에 식량 생산이 처참한데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극도의 통계 부풀리기 탓에 아사자가 4500만 명으로 불어났다고 분석했다. 허위 보고에 들뜬 마오쩌둥이 잉여 식량으로 고을마다 술을 빚고, 하루 다섯 끼를 먹자고 했을 정도였다.
통계 조작이 횡행하는 사회는 공산 국가나 권위주의 국가다. 인민으로부터 권력을 온전히 부여받았다는 우월감과 오만이 모든 행위를 정당화한다. 문 정권 인사들의 심리 기저도 비슷해 보인다. 집값 안정은 국민적 요청, 취약 계층 소득 증가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자기 최면을 건다. 가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우월감에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하며 스스로 도덕적 면죄부를 줬다. 그러니 반성이 없다.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 발표 직후 “문 정부의 고용률이 사상 최고”라는 보고서를 SNS에 올렸다. 작성자는 홍장표 후임으로 문 정부 소주성 특별위원장을 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다. 보고서 발행일은 감사원 발표 하루 전날이다. 자신을 겨냥한 비난에 반발하는 것이라면 무책임하고, 행여 이 보고서가 객관적이라고 여긴다면 몰상식하다.
2020년 11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문 정권 실세 중 하나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이를 감사·수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도 덧붙였다. “분명히 경고한다. 선을 넘지 말라”고. 이제 국민도 통계 조작을 일삼은 문 정권 인사들에게 묻는다. “진정 선 넘은 사람들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