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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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본 후쿠오카 시내에 위치한 작은 스시 오마카세 식당. 평일 오후 시간인 데다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좁은 영업장이 손님으로 가득 찼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여행 책자에서 스시 맛집으로 알려진 이 곳은 특히 한국인 손님이 많기로 유명하다. 한국인만을 위한 상세 메뉴판이 별도로 비치돼 있을 정도다. 지난 15일 당시 이 가게에는 일본 현지인, 캐나다 여행객 등 3명을 제외하면 전부 한국인 고객들로 다찌(바 테이블)가 채워져 있었다.

여행 중 점심 식사를 위해 이 곳을 찾은 한국인 박모 씨는 “예약 경쟁이 치열해 어렵게 방문했다”며 “검색해보니 몇 달 전부터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 이후 국내 정치권 일각에선 거리 집회 등을 벌이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방류 당사국인 일본을 찾는 한국 여행객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논란이 본격 불거진 지난달 말 이후에도 일본 여행 붐은 수그러들지 않는 추세다. 별다른 수산물 소비 위축 현상도 감지되지 않는 분위기다.

19일 일본 정부 관광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75만5300명에 달했다. 이 기간 일본을 찾은 외국인 1303만2900명 가운데 열 중 셋(28.8%)이 한국이었다. 올해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 중 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엔 처음으로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60만명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부터 오염수 방류 논의가 시작됐음에도 일본 관광 인기가 꾸준하단 얘기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본행 여행객들이 출국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본행 여행객들이 출국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일본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등 현지에서 스시나 우니(성게) 등을 먹고 인증한 게시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여행에 관심 있는 이용자들이 모인 국내 인터넷 카페에서도 전과 다름 없이 ‘초밥 맛집을 추천해 달라’ ‘가성비 좋은 횟집을 찾아 달라’는 등의 정보 공유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달 초 여름 휴가로 교토 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김진영 씨(29)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시 여행 콘셉트로 휴가를 즐기다 왔다”며 “오염수 방류로 걱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별 문제는 없지 않았나. 일본에 가보니 일본말보다 한국말이 더 익숙할 정도로 거리 곳곳마다 한국인이 많았는데 대부분 큰 거부감 없이 음식이나 문화를 즐기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여행·숙박 업계 전망이다. 항공권 가격 비교 플랫폼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올해 9월 여행 계획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 1위는 일본 오사카였다. 일본 인기 도시에 후쿠오카·도쿄가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롯데멤버스가 20~50대 이상 소비자 4000명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할 예정인 지역 중 응답률 1위가 일본(15.8%)이었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비행시간이 길지 않고 엔화 환율도 1000엔당 900원대 초반에 그치는 역대급 ‘엔저’ 상황이라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