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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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깨고 북한과 무기거래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안보리 개혁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은 ‘식물기구’로 전락한 안보리를 개혁하기 위해 이번 유엔총회에서 상임이사국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국 등도 상임이사국 확대에 반대하고 있어 현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78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정상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만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를 감안하면 러시아와 중국의 불참은 예상됐지만 프랑스와 영국의 불참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안보리 권위가 실추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5개 국가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제재 결의를 채택할 수 없는 거부권을 갖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규탄 결의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막혔다. 북한의 잇단 무력도발을 규탄하기 위한 추가 제재 역시 중·러가 번번이 어깃장을 놓는 탓에 무산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북·러간 무기거래 의혹과 관련해 “우린 대북 제재를 선언한 적이 없다. 따라서 항의는 안보리에 해야 한다”며 대놓고 안보리 체재를 무너뜨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은 대안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인도, 독일, 브라질을 포함해 최대 6개의 신규 상임이사국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임이사국을 확대하려면 193개 회원국의 3분의 2인 128개국의 승인이 필요하고,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상임이사국의 비준을 받아 유엔 헌장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개혁방안에 거리를 두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는 안보리 개혁이 안보리의 민주성, 책임성, 대표성,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하에 정기적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한번 상임이사국 자리에 오르면 퇴출이 불가능한데 미래에 저들 국가들이 여전히 모범국가일지 불확실하다”며 “일본 등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에도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상임이사국들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숙 전 유엔대사는 “지난 30년 동안 수없이 안보리 개혁론이 나왔는데 다 무산된 것을 보면 개혁은 쉽지 않다”면서도 “이번 모멘텀을 잘 살려 유엔이 안보리 개혁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준 전 유엔대사는 "과거 독일이나 일본 등이 자신들도 상임이사국이 돼야 한다는 맥락에서 안보리 개혁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엔 안보리의 근본적 존재 이유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어 맥락이 좀 다르다"며 “서방 국가들도 러시아나 중국을 밀어붙이기 위한 정치 공세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