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웨스팅하우스 소송 자격 없다"…한숨 돌린 'K-원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 법원이 자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한국형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다. 소송의 핵심쟁점인 지식재산권 문제를 다루기 전에 웨스팅하우스에는 소송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다. K원전 수출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가 일단락되면서 폴란드·체코 등으로 수출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폴란드와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수출하려고 하는 한국형 원전(APR1400)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을 근거로 들었다.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경우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 조항이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소장에서 "피고(한수원)들은 이전에 APR1400 기술 정보를 대한민국 밖으로 전달한 것이 810절의 적용 대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동의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 웨스팅하우스는 피고들이 APR1400의 UAE 수출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에너지부(DOE)에 특정 권한을 요청하고 획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수원은 미국 법원에 '웨스팅하우스가 문제 삼은 원자력에너지법은 법을 집행할 권한을 미 법무부 장관에게 배타적으로 위임했으며, 민간기업인 웨스팅하우스 같은 사인(私人)에게는 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이 이날 한수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소송 각하만으로도 한수원은 일단 부담을 덜게 됐다. 미국 법원이 웨스팅하우스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한수원은 앞으로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웨스팅하우스가 항소를 할 수도 있지만, 미국 법원이 '이미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미국에서의 한수원의 리스크는 많이 줄어든 모양새다.
다만 이번 소송 각하만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에서 지재권 문제에 대한 중재 사건이 진행 중이고,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올해 4월 체코 원전수출을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하려 했다가 에너지부가 반려해 독자 수출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분쟁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소송 각하를 계기로 두 기업 사이의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UAE 원전 수출 당시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문제제기에 일부 일감과 로열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끈 바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美 법원 "私기업 웨스팅하우스, 소송자격 없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18일(현지시간)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연방규정 제10장 810절(수출통제 규정)을 집행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지난해 10월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폴란드와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수출하려고 하는 한국형 원전(APR1400)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을 근거로 들었다.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경우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 조항이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소장에서 "피고(한수원)들은 이전에 APR1400 기술 정보를 대한민국 밖으로 전달한 것이 810절의 적용 대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동의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 웨스팅하우스는 피고들이 APR1400의 UAE 수출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에너지부(DOE)에 특정 권한을 요청하고 획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수원은 미국 법원에 '웨스팅하우스가 문제 삼은 원자력에너지법은 법을 집행할 권한을 미 법무부 장관에게 배타적으로 위임했으며, 민간기업인 웨스팅하우스 같은 사인(私人)에게는 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이 이날 한수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큰 산 넘은 K원전…문제 완전 해결은 아냐
이날 법원은 소송의 핵심 쟁점인 한국형 원전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다루지는 않았다. '원전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 수출을 추진하는 원전은 이후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이어서 미국 수출통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한수원의 입장을 확인 받은 것은 아니란 얘기다.다만 소송 각하만으로도 한수원은 일단 부담을 덜게 됐다. 미국 법원이 웨스팅하우스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한수원은 앞으로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웨스팅하우스가 항소를 할 수도 있지만, 미국 법원이 '이미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미국에서의 한수원의 리스크는 많이 줄어든 모양새다.
다만 이번 소송 각하만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에서 지재권 문제에 대한 중재 사건이 진행 중이고,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올해 4월 체코 원전수출을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하려 했다가 에너지부가 반려해 독자 수출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분쟁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소송 각하를 계기로 두 기업 사이의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UAE 원전 수출 당시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문제제기에 일부 일감과 로열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끈 바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