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신민경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신민경 기자
증권사마다 투자자예탁금 산정 기준이 달라 '이자 장사' '깜깜이 공시' 등의 비판을 받았던 '예탁금 이용료율'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앞으로는 직·간접비가 명확히 구분되고 비용 배분방식이 통일되면서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이 보다 합리적으로 산정될 예정이다. 또 요율 산정주기를 분기 1회 이상으로 개선된다. 이용료율이 시장금리 변동 흐름을 따라 주기적으로 재산정되게 한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 주요 증권사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올 3월부터 이달까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 제정,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앞으로 증권사별 비용을 산정할 경우 직접비(예금자보험료 등 예탁금 직접 관련비)와 간접비(감독분담금 등 공통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로 했다. 직접비는 비용에 전액 배분되고 간접비는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안분해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다. 그동안은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직접비와 간접비로 나뉘는데도 불구하고 그 기준과 배분방식이 기업별로 달랐다.

이용료율 산정주기도 분기 1회 이상으로 조정한다. 시장금리 변동을 제때 반영할 수 있는 주기로 기준을 세운 것이다. 현행 협회 규정에선 요율 변경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고는 있었지만, 실상 모니터링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연 1회, 반기 1회, 수시 등 회사마다 주기가 달라 시장금리 변동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울러 요율 산정과 관련한 내부통제 절차도 통일되지 않았던 만큼 관련 조직 마련을 명문화한다. 획일화된 절차가 없었던 탓에 일부 증권사들은 요율이 바뀔 경우 유관부서 심의절차나 대표이사 결재를 거치지 않고 책정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소비자보호 등 예탁금 이용료 관련 부서로 꾸려진 내부심사위원회를 통해 요율 산정내역의 적정성을 심사하고, 대표이사 결재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또 증권사별 비교가 쉽게끔 이용료율 공시방식을 통일하고 변동추이도 공시하기로 했다. 기존에도 증권사들이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요율 현황을 공시하고 있었지만, 회사별로 예탁금 종류와 금액 등 공시방식이 다르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향후로는 홈페이지 공시화면이 예탁금 종류별, 금액별 등이 세분화되고 기간별 추이 카테고리도 추가될 예정이다.

협회는 "예탁금 이용료율 관련 비용 배분방식, 산정주기 등이 보다 구체화되는 만큼 투자자는 시장금리 변동 등을 감안해 보다 합리적으로 산정된 이용료를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64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예탁금 이용료율이 50bp 인상될 경우 약 3200억원의 이용료가 추가 지급되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달 중 모범규준안을 사전 예고한 뒤 다음 달 중 제정을 마칠 예정이다. 예탁금 이용료율 비교공시의 경우 협회와 증권사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될 시점인 연말께 시행된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